“대종교를 이해하지 못하면 한국 철학이 어떤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대종교는 단순하게 종교가 아니고 한국 문화를 총체적으로 이론화한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게 <삼일신고>(三一神詁)다.”

신운용 한국외국어대 강사는 6월 21일 오후 7시 서울시의회의원회관 제1대회의실에서 국학연구소와 21세기민족주의포럼이 공동주최한 ‘2018 국학 월례강좌’ 여섯 번째 강연자로 나서 ‘국학과 단군 - 한국민족주의의 기원과 홍암 나철 그리고 통일한국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단군과 홍익인간, <삼국유사>에서 <규원사화>까지

신운용 강사는 “한국사의 출발점을 적어도 조선시대 모든 사가(史家)들은 단군 고조선부터 출발한다”며 “환인부터 환웅으로, 환웅에서 단군시대로 넘어올 때 주된 철학은 홍익인간이라고 <삼국유사>에서 기록하고 있다”고 연원을 규정했다.

또한 “한국에서는 ‘돌아가셨다’고 한다. 이게 바로 우리 종교철학이고 사생관이다. 죽음에 대한 생각이다”며 “돌아간 세계가 어떤 세계일까, 철학적으로 이야기하면 진리의 세계이고, 종교적으로 이야기하면 하나님의 세계, 그 세계로부터 나온 거다. 나온 존재가 ‘나’다”라고 ‘우리 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홍익인간이라는 말도 사실은 사람, 살림, 이 말을 한문으로 표현한 거다... 사람이란 타자를 살리는 존재라는 의미다”라고 풀이했다.

그는 <삼국유사>의 ‘단군 사화(史話)’에 이어 통일신라 말기 최치원의 <난랑비서문>을 역사적 주요 기록으로 꼽았다. “최치원이 기존에 있던 불교, 유교, 도교를 다 깨부수고 새로운 세계를 만들자고 주장한 것이 바로 풍류도다. 풍류도가 최치원이 이야기할 때는 접화군생(接化群生)이라고 말하고 홍익인간은 같은 말”이라고 해석했다.

이후 고려시기 불교가 융성해지면서 “불교가 들어와서 철저하게 단군시대에 존재했던 철학적 사고방식을 불교식으로 바꿨다”며 몽고 침략시기 팔만대장경을 조판하는 등 불교의 힘을 빌려고 했지만 “그것만 가지고 몽고와 싸울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을 수 없는 거다. 그래서 불교 승려지만 일연이 <삼국유사>에 기록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조선의 건국 과정에 대해서도 “단군이라는 커다란 사조가 여말선초에 등장한 것”이라며 조선 태조 이성계도 목자득국(木子得國)설을 이용해 “이성계가 단군이라고 퍼트렸다”고 짚었다. ‘이(李)’자의 파자인 목자(木子) 도는 십팔자(十八子)가 왕이 된다는 설은 <태종실록>과 <용비어천가>에도 등장한다.

한마디로 조선 초기까지도 유교 계통 역사서 보다 단군 계통 역사서가 압도적으로 많았고, 이후 세조부터 몇 차례의 수서령(收書令)에 의해 단군 계통 역사서가 자취를 감추게 되고 성리학적 사관이 주류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세종 때 단군에 관한 많은 열띤 논쟁이 벌어지고 그런 글이 실록에 많이 남아있다”며 “그것이 바로 한국 민족주의의 흐름”이라고 말했다. “한국민족주의는 한국사를 움직이는 총체적인 에너지”이지만 “조선의 역사는 그와 같은 정체성이 성리학에 의해서 쭉 제거된 것”이라는 평가다.

물론, 그 과정이 직선적이지만은 않았다. “조선 초의 단군에 대한 생각이, 열망이 성리학적 사회로 변하면서 지하로 들어간다. 그런데 임진왜란을 통해서, 청나라가 쳐들어온 역사를 통해서 이들이 다시 표면으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이 그 유명한 북애의 <규원사화>다.”

홍암 나철의 대종교 중광과 <삼일신고>

그는 조선의 성리학적 질서가 압도한 가운데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나타난 세력이 바로 백두산에 있었던 백봉교단을 중심으로 한 단군세력”이라며 “천도교는 단군문제가 없다. 대종교에서는 단군문제가 핵심 화두였고, 그 단군문제를 가지고 새로운 판갈이를, 혁명을 시도했던 거다. 그것이 바로 나철의 대종교 중광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백봉선사를 비롯한 백두산에서 수도한 13인이 1904년 <단군교 포명서>를 발표했고, <삼일신고>와 <신사기>, <단군교 포명서> 등을 홍암 나철에게 전수해, 홍암이 1909년 음력 정월 보름에 단군교를 중광(重光)하고 1910년 대종교로 개칭해 항일 독립운동의 구심을 형성했다.

그는 “당시에 첨단을 달렸던 사람들이, 가장 진보적인 사람들이 대종교에 다 흡수된 거다”며 “이들이 독립운동의 사상적 이론을 제공했고, 대표적으로 서일 같은 사람이 무장투쟁을 선도했고, 온갖 독립운동 세력 내부의 갈등 요소들을 단군의 문제로 극복하기 시작한 거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나철의 대종교 중광의 의미는 한국 민족주의 근대의 기원”이라며 “성경은 안 읽어보면 창피하게 생각한다. 불경을 안 읽어보면 지식인을 자처하는 사람은 창피해 한다. <삼일신고> 안 읽어 봤다. 아무도 창피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게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삼일신고>는 <천부경>과 <참전계경>과 함께 대종교의 3대 경전 중 하나로 천훈, 신훈, 천궁훈, 세계훈, 진리훈으로 구성된 336자의 한자로 쓰여진 간략한 경전이지만 민족 고유의 사상이 담겨있다.

그는 홍암 나철의 ‘국망도존(國亡道存)’ 기치에 대해 “희망이 없던 시대에서 겨우 희망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 바로 대종교 인사들이 이야기하는 단군”이라며 “이것만 지키면 살 수 있겠구나, 언젠가 독립할 수 있겠구나, 바로 그런 단군의 도를 유지하면, 철학화 시키고 이론화 시키면 살 수 있다는 희망”이라고 풀이했다.

특히 “한글을 문법화, 이론화 한 것은 대종교 신자들이었다”며 “지금 우리가 통일을 할 수 있는 강력한 에너지원, 한글, 우리 말글을 유지하고 발전시켰던 중심세력이 바로 대종교 세력이다”고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최치원보다 더 훌륭한 민족주의자가 나타나길”

그는 “통일을 하지 않으면 지구상에서 사라질 운명이고. 통일하면 세계적인 혁명을 한번 할 수 있다”며 “그런 판갈이를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사상적 에너지가 바로 한국 민족주의”라고 규정하고 “반대하는 사람을 탈민족주의라고 이야기하던데, 그렇게 이야기 하면 안 되고, 이들은 반민족주의자라고 우리는 이야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박유하, 이신철 등 일부 학자들이 ‘독도 공유론’을 내세우고 있다고 지적하고 “민족주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데서 출발한 것”이라며 “이런 세력에 대해서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최치원보다 더 훌륭한 민족주의자가 나타나길 바란다”는 희망사항을 전했다.

‘탈민족주의’의 흐름에 대해서는 “역사를 움직이는 흐름이 있다. 그 사람들하고 토론해봐야 아무 의미가 없다. 이미 그 흐름으로 가고 있고 그것은 거스를 수 없다”며 “역사의 방향은 반민족주의자들이 더 이상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역사의 흐름은 제약하기 시작했다. 그게 바로 남북정상회담”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월례포럼은 정해랑 21세기민족주의포럼 대표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7차 포럼은 오는 19일 오후 7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 430호에서 임찬경 국학연구소 연구원이 ‘국학과 국사 - 고대사 논쟁’을 주제로 열릴 예정이다.

(수정, 1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