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세관당국이 최근 북한으로 수학여행을 다녀 온 재일동포 학생들의 가방을 검사하면서 '조선어'(한글)와 북한 국기가 새겨져 있다는 이유로 이들이 가져온 선물과 기념품 등을 압수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재일 <조선신보>는 3일 일본 간사이 국제공항 세관당국이 지난달 28일 자정이 임박한 시간 북에서 수학여행을 마치고 공항에 도착한 고베 조선고급학교(고베조고) 고급부 3학년 학생들의 수화물을 1시간 이상 검사하면서 선물과 기념품, 체육복과 같은 생활필수품을 압수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세관당국이 '조선어'나 '공화국기'가 새겨져 있다고 하여 가차없이 압수한 품목들은 일본의 독자적인 '제재'의 대상으로 되고 있는 수입품과는 다르다. 학생들의 입장에서 보면 혈육들의 정성이 깃든 귀중한 선물들이 강탈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학생들이 탄 비행기 중 한대(CA161)는 예정보다 늦은 밤 11시 30분에 공항에 도착, 이미 대중교통 운행이 끝난 시간이었지만 세관당국은 별도의 조치없이 학생들의 수화물을 마구 뒤지고 1시간 이상 집요하게 세관검사를 강행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학생들도 있었다고 비판했다.

신문에 따르면, 고베조고 어머니회 김임숙 회장은 "또 다시 어린 학생들이 차별의 과녁으로 되었다"면서 "조국에서 보낸 수학여행의 나날, 아이들이 경험한 수많은 추억들이 이날 세관당국의 만행으로 산산조각이 나고 아이들의 가슴에 피멍이 들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학부모 정화미씨는 "수학여행을 무사히 마무리한 아들이 그동안 지내고 무엇을 배웠는지 몹시 궁금하여 집에 돌아오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렸다. 하지만 집에 돌아온 아들에게서 듣게 된 것은 한 시간 이상 공항 밖으로 나가지 못한 채 세관검사를 받았다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고 당시 충격에 대해 말했다.

또 "세관당국은 울며 항의하는 학생들 앞에서 그들의 옷이며 내의, 학용품까지 꺼내어 엉망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 학생들이 가족과 학교 교원들, 후배들을 위한 선물로 가져온 '꽃글', 필갑, 시집 등을 '수입금지'를 구실로 앗아갔다"고 분통을터뜨렸다.

정씨는 "아들은 세관당국의 만행이 부당하다고 끝까지 항의했다고 하지만 부모의 입장에서는 걱정이 많았다"고 복잡한 심경을 밝혔다.

이어 "세관당국의 비인도적인 처사는 조선(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호전되고 국제사회에서 화해의 기운이 조성되는 새로운 국면이 열린 시기에 감행되었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눈물을 흘리며 울분을 토하는 아이들에게 우리 부모들은 어떤 말을 건네주면 좋단 말인가"라고 하소연했다.

신문은 이번 일본 세관당국의 만행은 과거 일본의 식민지 지배의 결과 일본에 살게 된 '조선인'의 후대인 조고생들의 기본적인 인권을 짓밟은 일이라고 하면서 일본내에서 뿐만 아니라 유엔인권조약위원회를 비롯한 국제기관에서도 규탄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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