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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길을 걷다보니 시간이 금방 가네<산행기> ‘통일뉴스 백두대간종주대’ 28구간
여현수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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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7.03  21:2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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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현수 / 종주대원

일시 : 2018년 6월 24일(일)
구간 : 이화령 ~ 황학산 ~ 백화산 ~ 사다리재 ~ 분지리 안말
거리 : 12.71km
시간 : 7시간 22분(점심 및 휴식시간 포함)
인원 : 10명

 

28구간 산행 출발

28구간 산행. 나에게는 5번째 산행이다. 축구경기를 보느라 밤을 새웠다. 일찍 집을 나와 버터를 듬뿍 바른 토스트를 먹고 점심거리를 샀다. 2주라는 일상을 지나 다시 대원님들을 뵙는다. 매번 반갑다.

근데 이게 무슨 일일까. 갑오징어와 피꼬막의 맛을 알게 해주신 강남순 대원님, ‘조한덕 효과’의 주인공 조한덕 대원과 아들 민성이, 밝은 미소를 가지신 이민우 대원님 모두 다리에 이상이 있어 참석이 힘드시단다. 그들의 빈자리가 아쉽다. 빨리 나으셔야 할텐데...

첫차를 타더라도 늦게 도착하실 수밖에 없는 이종규 대원님까지 도착한 후 인사를 나누고 사당역을 출발했다.

준비운동

   
▲ 들머리 이화령에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이화령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 가장 먼저 준비운동을 했다. 작은 동작이지만 몸과 정신에 기름칠을 한다. 꾹꾹 구겨있던 몸이 차츰 풀린다. 정신도 한결 맑아지는 느낌이다. 오늘도 열심히 그리고 가볍게 걸어보자고 다짐한다.

자 시작이다!

   
▲ 산에 오르기 전에 준비운동.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평탄했지만 그래서 더 좋았던

길이 좋았다. 오르막과 내리막, 잠깐의 암벽이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평탄한 길이 이어졌다. 몸이 덜 힘들었다. 그래서 여유가 생겼다. 일부러 속도를 낼 필요가 없겠다 싶어 걸음을 늦추었다.

주변이 보였다. 풀과 바람의 마찰이 빚어내는 소리, 영화 7인의 사무라이 들었던 것과 똑같은 새소리, 바람이 살갗에 닿는 느낌, 나뭇잎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햇빛 줄기까지...

   
▲ 대간길에 마주친 야생화, '기린초'.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돌양지꽃'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자연과 마주한 감각이 입체적으로 살아났다. 대화가 오갔다. ‘갈등’이라는 단어의 어원을 배웠다. 보라색 싸리꽃과 그에 담긴 이야기도 알게 되었다. ‘로마인이야기’에 이어 ‘녹슬은 해방구’라는 책을 알게 되었다. 노랗게 핀 돌양지꽃과 기린초도 알게 되었다.

평탄한 길의 매력인가보다. 자연을 더 세심하게 관찰할 수 있었고 대화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좋았다.

멧돼지 목욕탕

이화령과 조봉을 지나 햇빛의 세력이 약해지는 땅이 축축해지는 구간에 들어섰다.

그리고 그곳에는 아주 오묘하게도 습지가 있었다. 멧돼지 목욕탕이다. 지저분해보이지만 계속 보게 된다. 다른 세계에 와 있는 느낌이랄까. 축축하고 침울한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숲 속 동물들아. 너희들에겐 이곳이 사막의 오아시스이자 숲속의 놀이터이겠구나.

한참을 바라보고 있는데 옆에서 재밌는 얘기가 들린다. 여기 물을 길러다 끓이면 고깃국이 될 거라는 이지련 단장님의 말씀. 크게 웃었다.

   
▲ 대원들이 '멧돼지 목욕탕'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 등산길 한복판에 신기하게(?) 슾지대에 물이 있는 '멧돼지 목욕탕'.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백화산 정상 그리고 점심

   
▲ 백화산 정상에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백화산 정상이다. 점심을 먹을까 했지만 날벌레가 너무 많았다. 정말 많았다. 가다 보면 더 좋은 곳이 나오겠지 하는 심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앞장 서 가시던 오동진 후미대장님이 멈춰선 나무 그늘. 선선한 바람이 불고 벌레도 없는 점심을 먹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이었다. 여기다!

점심을 먹는다. 유부초밥, 게, 마늘장아찌, 계란 후라이, 김치볶음밥, 고추장 찍은 양파, 직접 농사지으신 쌈, 토마토와 황도 등 먹거리의 향연이 펼쳐진다. 빈약하게 마무리 될 예정이었던 나의 점심이 대원님들의 정성스러운 음식 덕에 위로를 받는다.

   
▲ 즐거운 점심식사.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이번에는 엄마가 도시락을 싸주시지 못했다. 정말 오랜만에 동창모임에 가셨기 때문. 엄마가 해주신 솜씨 좋은 음식이 그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나 하나를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 도시락을 싸주시던 모습을 생각하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이렇게 대충 싸오는 것도 괜찮겠다 싶은데 가만히 계실 우리 엄마가 아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점심을 맛있게 먹고 힘이 난다. 얼마 남지 않은 사다리재를 향해 열심히 걷는다. 박명환 대원님의 GPS도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신호를 보낸다. 그런데 이거 배도 부르고 길도 잔잔하다. 걷다보니 노곤해진다.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발목을 잡는다. 너무 시원하다. 계속 쉬었다 가란다. 대장님도 마음에 드셨나 보다. 쉬었다 가자는 목소리와 함께 걸음을 멈추고 골짜기 틈새에 자리를 잡았다.

바람이 살을 간질인다. 시원한 맥주가 서로의 목구멍으로 넘어가고 고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흥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잠깐의 휴식이었지만 이 맛에 산을 타는구나 싶었다.

악몽의 사다리재

또 사다리재다. 지난 산행 때 떨걱거리는 바위들의 아우성에 못 이겨 두 번이나 넘어졌던 구간이다. 두 번째로 걷는 것이니 더 쉬울 거라는 생각이 들만도 했지만, 아니다. 두 번째라 더 힘들다. 어떤 길인지 알기에 더 긴장이 됐다.

미끄러질까봐, 발을 잘못 디딜까봐 모든 신경을 곤두세운다. 길이 더 미끄러워진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첫 발부터 우스꽝스럽게 미끄러진다. 넘어지진 않았지만 출발신호가 요란하다.

심 총무님, 오동진 후미대장님과 함께 천천히 한발 한발 내딛는다. 서로의 발걸음이 미끄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하얗게 피어있던 이북의 국화 산목련도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지친 발목이 피로의 무게를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긴장의 연속이다.

   
▲ 장송에 둘러싸여 외로이 등산객들을 맞이하는 무덤.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긴장의 끈을 놓고 싶을 때 즈음 가파른 경사가 완만해지고 돌길이 흙길이 된다. 저 멀리 무덤이 보인다. 아! 거의 다 왔다는 신호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힘든 구간은 다 지나왔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였다. 나무가 쓰러져 있는 숲길을 지난다. 빨간 산딸기가 군데군데 피어 있고 산초냄새가 은은하게 퍼지는 수풀을 헤쳐 나간다.

끝이 보인다. 산길이 끝나고 마을이 시작되는 지점이 나왔다. 저 멀리 미리 도착해서 쉬고 계시는 대원들의 모습이 보인다. 언제나 그렇듯이 끝은 있구나. 도착하여 짐 정리를 하고 모두 함께 마지막 인증샷을 남긴다. 그렇게 28구간 산행이 무사히 끝났다.

   
▲ 날머리 분지리 안말에서.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소고기 보신탕

차를 타고 5분 거리에 있는 분지리 마을. 마을에 도착해 소고기 보신탕을 먹었다. 이종규 대원님의 지인 추천을 받아 간 곳인데 맛이 기가 막히다. 속이 쏵 풀리는 걸쭉한 국물에 들깨와 깻잎 청양고추까지 더 넣어 먹었다.

그 맛을 어찌 잊으리. 집 옆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매일 출근할 자신 있는데... 당분간 올 수 없겠지만 살면서 언젠가 한번 들르게 될 맛집을 알게 된 것 같아 기뻤다.

   
▲ 소고기 보신탕. [사진제공-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

나의 백두대간 종주는 계속된다

서울에 도착했다. 30분이나 일찍. 유례없는 일이다. 최초로 구간을 연장해 걸었던 26구간 산행만큼이나 만족스러운 기록이었다. 길도 길이었지만 대원들의 축적된 노련함이 만들어낸 결과가 아니었을까?

차에서 내리니 온 몸에 힘이 빠진다. 집에 가서 자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그럼에도 우리 대원들은 2차를 뛴다. 한 주를 마무리하는 피날레다. 다음 산행을 기약하며 못 다한 이야기가 오간다. 보기가 좋다. 다음번엔 꼭 그 자리에 함께 해야겠다.

한반도의 척추이자 태초의 산맥을 동행할 사람들이 있다는 행운. 나에겐 과분한 복이다. 모임에 참석할 기회를 선물해주신 김성국 삼촌과 하는 것 없이 따라다니는 막내를 한결같이 환영해주시는 대원들께 감사하다.

나의 백두대간 종주는 계속된다. 흘린 땀과 누적된 발걸음이 내일의 나를, 그리고 동시대를 함께했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빚어나갈 것이다. 끝까지 함께 하고 싶다.

대학과 군대가 나를 가만히 놔둘지 모르겠지만 뭐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야지. 될 때까지, 힘이 닿는 데까지 앞으로도 걷고 걷고 또 걸을 것이다. 통일뉴스 백두대간 종주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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