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 정치학 박사(북한정치 전공) · 『수령국가』 저자 · 21기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참으로 답답한 상황이다. 촛불민심이 있고, 4차 산업시대로 나아가야 하고, 70%의 지지를 받는 정부가 있고, 새로운 한반도의 세기가 개벽되어지고 있는 이 시점에도 관료들은, 자치행정은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지 말이다.
    
무능한 것인가? 아니면 나태(복지부동)한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개혁에 대한 저항인 것인가?
    
바뀌어야 한다. 그것도 철저하게 바뀌어야 한다. 민주주의, 특히 촛불민주주의시대의 공무원은 말 그대로 공복(公僕)이어야 한다. 과거 권위주의시대의 권력자시대가 끝났음을 명심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도 명심해야 한다. 6.12북미정상회담의 이행속도와 비례해서 4.27판문점선언을 이행하려 한다면, 이는 아주 단견임을 말이다.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이후 북미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이행되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남북문제를 풀어가지 않겠단 말인가?
   
해서 역발상이 필요한 것이다. 아니 지극히 정상적인 발상이 필요한 것이다.
    
이후 북미정상회담을 정상적으로 추동하기 위해서라도 남북문제를 주동적으로 해결해나가려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민족문제, 남북문제는 우리 민족내부의 문제이니 미국도 큰소리 칠 게재가 아니니 더더욱 그러해야 한다.
   
그러하니, 즉 남북문제를 잘 풀어가면서 북미정상회담을 견인해간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이 정부의 참모들은 도대체 무얼 하고 있단 말인가? 그러한 상상력도 못하고, 대통령님의 지시사항만 받아쓰기 하고 계시는지 참으로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괜한 억측이 아니다. 언론에, TV 그 어디에도 대통령만 보이고, 참모들은, 여당은 없다. 오직 대통령만 보인다. 분명 정상이 아닌 것이다. 
   
그래놓고 봤을 때 자치단체 차원에서도 선제적으로 해야 할 일이 참 많다. 물론 중앙정부와 보조를 맞추고 속도를 맞춰야하겠지만, 눈치만 보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상대적 권한에 의한 추진력을 충분히 발휘할 공간이 너무나도 많이 열려 있다는 것이다. 이는 철학적으로도 행정적으로도 충분히 상상 가능하다.
   
두 가지 조합 때문에 가능하다. 그 첫 번째는 6.15공동선언 ②에 있다.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
   
두 번째는 문재인 정부의 철학과 일치하고, 현대 민주주의의 대의인 분권행정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어서 가능하다.
   
설명하자면 이 두 조합으로부터 중앙정부 차원의 연방·연합제 추진과 함께, 분권적 차원에서의, 즉 도시차원(자치단체 차원, 더 아래로 내려가면 기초자치 차원에서도 가능하다)에서의 연방-연합방식의 교류·협력 사업이 추진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러니 제발 자치단체들도 그러한 상상력을 해내시라. 된다, 안 된다 그렇게 타령만 하고 있지 말고, 먼저 선제적으로 그러한 상상력을 발휘해내 도시행정의 공간적 범위를 확장하시라. 무조건 선험적인 정치적 판단에만 근거하지 마시고, 자치단체장의 권한을 갖고 좀 더 멀리(멀리라 하면 역사적이고도 민족적 관점에서 도시행정을 한번 살펴보는 것이다) 보고, 깊게도 보면서 그러한 행정을 정말 고민하시라!
   
그러면 북에서도 충분히 호응해 올 수 있을 것이다.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어서 그렇다.
   
여기서 잠깐, 상식퀴즈를 하나 풀어보자. 북에서는 그 어떤 협정이나, 선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등급분류를 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높은 등급이 ‘강령’ 의미의 부여이고, 그 다음이 ‘이정표’의 의미 부여이고, 그리고 가장 낮은 단계가 ‘행동지침’의 의무 부여이다.
   
했을 때 북에서는 6.15공동선언은 ‘통일강령’의 의미가 부여 되어있고, 이번에 합의한 4.27판문점선언은 ‘이정표’라는 위상을, 그리고 10.4공동선언은 ‘행동지침’이라는 의미 부여가 되어 있는데, 그런 만큼, 북에서는 가장 높은 수위의 강령적 합의대로 남쪽의 자치단체에서 도시차원의 연방·연합적 차원의 교류협력요청이 들어오면 흔쾌히 수용하게 되어있다는 말이다.
   
그러면 자치단체에서는 세 가지 큰 역사적이고도 행정적인 성과를 가져갈 수 있다.
   
그 첫째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좀 느슨하게 진행되려하는 연방·연합제를 ‘적극적으로’ 추동해내는 그런 역할을 하게 되어있다.
   
그 두 번째는 분권시대의 정책적 상상력을 한반도의 이남에만 국한시키는 것이 아니고, 북쪽까지 그 지평을 넓혀가는 새로운 차원에서의 도시행정이 펼쳐지는 것이다.
   
그 세 번째는 6.15공동선언 ④항 “남과 북은 경제 협력을 통하여 민족 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 사회·문화·체육·보건·환경 등 제반 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여 서로의 신뢰를 다져 나가기로 하였다”를 이행할 갈 수 있는 명분과 설득력을 더 확장시킨다.
   
이 의미는-특히 위 3번째의 의미는 자치단체차원의 연방·연합제 통일방안 추진이라는 것이 중앙정부와는 달리 실질적인 교류·협력 사업을 통한 분열된 민족의 간격을 좁혀나감과 동시에, 주로 경제·인적 교류·협력 사업이 이행된다 했을 때 대 시민적 설득력과 통일추동력을 도시행정 차원에서도 펼쳐나갈 수 있다는 이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서 자치단체 차원에서도 충분히 연방·연합제 통일을 추진해 나갈 수가 있는 것이다.
   
몇 가지 힌트는 다음과 같다. 
   
그 첫째는 대한민국의 모든 자치단체는 자신의 자치단체와 비슷한 북한의 도시와 자매결연 사업을 추진하고, 이때 진행될 경제, 문화, 학술 등 모든 분야를 도시행정(‘시·군·구’ 차원도 포함) 차원으로 묶어 일괄 관리해 들어간다면 그 성과가 정책적으로는 도시행정의 성과로 수렴될 것이며 대의적으로는 6.15공동선언 이행에 복무하는 그런 일거양득의 효과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 두 번째는 과거 참여시절의 소극적 북한접근과는 과감히 결별하시라는 것이다(그리고 이 말뜻을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을 부정하라는 말로 오역하지 마시고, 비판적으로 계승하라는 말이다). 왜냐하면 지금은 그때와는 달리,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급변하는 상황이고, 또한 경제와 안보의 교환방식만으로는 교류·협력 사업이 진행되지 않는다는 시대적 특성이 작동되는 시기이므로 더더욱 그러해야 한다는 말이다. 
   
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남북 교류·협력 사업을 전개하여야 한다. 그 방향은 앞서 서술하였듯이 도시차원의 연방·연합적 발상의 전개이다. 이를 위해 먼저는 각 자치단체마다 직속의 싱크탱크집단이 있듯이(부산의 경우는 부산발전연구원, 서울의 경우 서울발전연구원, 전남의 경우 전남발전연구원과 같이) 남북교류협력사업 활성화를 위한 싱크탱크집단을 자체적으로 구성하여야 한다(부산의 경우는 가칭 부산남북교류협력연구원, 전남의 경우 전남남북교류협력연구원과 같이). 만에 하나 그것이 힘들다면 자치단체 싱크집단 내에 하나의 독립적인 TF형식의 남북교류협력팀과 같은 직제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는 행정체계로 일괄 수렴하는 방식이다. 행정직제 안에 가)남북교류협력사업국과 같은 세로 라인의 직제신설은 물론, 가로라인에 남북교류협력특보단[혹은, 각 자치단체별 성격에 따라 (가)유라시아협력특보단]과 같은 자문라인도 구축해야 하고, 더 나아가서는 자치단체 의회 내에도 반드시 기구설치를 해내어야 한다.
   
그 세 번째는 시민사회와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도시재생사업이 민을 (주인으로) 앞세우고, 활동가는 촉진자·촉매자 역할이 있고, 행정은 뒤에서 묵묵히 도와줄 때 그 도시재생사업이 성공할 수 있듯이 남북교류협력사업도 시민을 주체로 세우고, 시민사회를 촉진자·촉매자 역할을 할 수 있게 하여 그 사업의 추진력과 적극성을 담보해내게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래야만 또 불필요한 남남갈등도, 또 행정이 불필요하게 정쟁에 휘말려 들어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가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통일운동의 특성상 민과 행정의 역할이 구분된다는 특성도 반영할 수 있다.  
   
그런 도시행정, 자치행정을 꼭 기대해본다.

 

 

저서로는 『수령국가』(2015)외에도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주요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이사/현 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현 6·15부산본부 자문위원/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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