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장면 하나

10월 20일 오후 3시부터 "미국의 보복전쟁중단과 평화실현"을 외치는 2,500명의 대오가  서울역을 가득 메운 채 집회가 개최되었다. 이날의 집회는 서울뿐만이 아니라 부산, 울산, 대구, 광주 등 전국 10여개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었다. 이들은 9.11테러가 미국의 반인륜적 침략전쟁과 미국 중심의 패권정책에 근본적 원인이 있는 것이라며 즉각 보복전쟁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정부에 대해서도 아프간 파병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였다. 아울러 반전평화를 바라는 일본의 시민, 민중단체들의 연대인사가 전해지기도 했다. 10월 21일, 국제 반전의 날을 맞이한 이 날의 집회는 그동안 베트남전쟁, 걸프전쟁 등의 각종 전쟁시에 거의 무풍지대로 남아있던 한국에 본격적인 반전 평화운동이 대중운동화한 날로 기록될 것이다.

장면 둘 

지난 19일 성남 서울공항에서는 푸른 하늘아래 수만 명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가족 단위로, 노인정과 유아원에서 단체로 관람을 온 시민들도 많았고 교사 인솔하에 참가한 초등학생들도 무척 많았다. 이들은 `한국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01(약칭 서울 에어쇼 2001)`을 참관하기 위해서 온 사람들이었다. 오후 2시가 되자 본격적인 에어쇼 행사가 시작되었다. 각 나라의 전투기들이 큰 굉음을 내며 푸른 가을 하늘을 종횡으로 누비며 곡예 비행을 하며 가히 사람들이 넋을 잃고 구경할 정도의 절묘한 비행 기술을 선보였다.
 
이 날 넋을 잃은 사람들 사이에 플랭카드를 들고, 몸피켓을 한 채 유인물을 나누어주고 선전전을 전개하는 10여명의 이단자들이  있었다. 이들은 이 공중쇼가 기실은 최신 항공우주 선진기술을 선보인다는 주최측의 선전과 달리 미국과 러시아 등 외국 군수산업체들의 무기판매 장터에 불과하며, 이러한 화려한 에어쇼의 뒤편에서 수 조원에 이르는 우리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러한 행사가 미래를 책임져갈 아이들에게 전쟁에 대한 환상과 무감각을 심어줄 것이라는 내용의 유인물을 시민들에게 배포하였다.

단상(斷想) 하나  

얼핏 통일운동과 관련이 없는 이 두 가지 운동, 즉 군비증강 반대운동과 미국의 아프간 보복전쟁 반대운동을 열거한 이유는 이 두 가지 운동이 나로서는 통일운동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베트남과 이라크와 유고에서 전쟁과 폭격으로 죽어간 엄청난 민중의 비극은 우리나라의 분단과 전쟁으로 죽어간 이름없는 수백만의 민중들과 어떻게 다를 것인가? 그리고 또 지금 팔레스타인과 아프간에서 이스라엘과 미군의 폭격으로 죽어가고 있는 수많은 민간인의 죽음은 6.25 전쟁에서 `노근리`를 비롯한 미군의 학살로 죽어간 우리의 겨레와 또 어떻게 다를 것인가?

빈 라덴이 테러를 했다는 결정적 증거를 내놓지도 못하고 진상규명과 국제법적 관례에 따르지도 않은 채 단지 그가 아프간에 거주한다는 이유 한 가지만으로 아프간 전체를 공격하는 엄청난 `불량국가` 미국을 우리는 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인류에 대한 범죄이며,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술책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은 이 사태를 빌미로 미사일방어망(MD) 체제구축을 위한 명분을 더욱 강화할 것이며 부시정권 이후 유지해온 대북 강경자세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이며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더욱 가로막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외치는 똑같은 논리로 미국의 보복전쟁 반대를 외쳐야 한다.

단상(斷想) 둘

한반도의 냉전체제 고수와 군사적 대결을 고수하려는 가장 강력한 현실적 힘은 각국의 군수산업, 특히 미국의 군수산업이다. 윌리엄 하퉁 미국 무기거래연구센터 소장은 MD 구상의 배후에 군산복합체가 도사리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보잉, 록히드 마틴, 레이시온, TRW 등 4대 MD 계약업체들은 국무부 장비구매 및 연구개발비용의 상당 부분을 통제하고 있고, 1999년 이런 목적을 위해 국방성이 할당한 자금의 4분의 1 이상(약320억달러)이 이들 업체에 넘어갔다고 주장한다.

지금 한국의 전력증강사업은 4조3천억원의 차세대 전투기 도입사업(F-X), 2조1천억 규모의 차세대 공격용 헬기 사업, 2조4천억원대의 차기 대공미사일 사업 등이 핵심으로 조기경보기, 구축함 도입 등까지 합치면 무려 10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자금이 들어가게 된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 소련 등 세계의 무기상들이 모여들고 있으며 성남의 에어쇼는 이러한 무기상들의 첨단무기의 각축장으로서 선보여지고 있는 것이다.

이미 지난 2월 7일 미국의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이정빈 외무장관에게 미국의 F-15K를 차세대 전투기종으로 선정해 달라고 노골적으로 로비를 하였고 이번 APEC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햇볕정책에 대한 지지를 천명하는 대가로 미국의 F-15K를 구매할 것을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미국은 유럽전투기를 구입할 경우 방공협정까지 파기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해왔다.

필자는 어느 기종이 선택되는 것이 자주국방에 옳으냐 하는 일부 언론의 국수주의적 관점보다는 이러한 전력증강사업이 과연 한반도의 평화와 긴장완화에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본다. 차세대 전투기는 작전범위가 한반도를 넘어서서 1,000 km가 넘는 반경을 가지고 있으므로 누가 보더라도 방어력이 아닌 공격용으로 보여지며, 공격용 헬기 역시 산악이 많은 한국형 지형에 맞지 않고 대공미사일 역시 매우 공격적이다.

따라서 이러한 전력증강 사업은 남북정상회담 이후의 화해와 평화 정세에 조응하지 않으며 남북한 군사 신뢰 구축과 군축 계획과는 매우 모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최근 미국의 힘의 외교와 맞물려 북으로 하여금 더욱 의구심을 갖게 만들고 평화와 통일의 길은 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구나 경제 불황과 사회안전망의 미비로 고통받고 있는 수많은 민중들의 삶의 생각할 때 군사력을 강화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회복지에 대폭 투자함으로써 인간안보를 강화해야 할 때가 지금이 아닌가 한다. 더구나 그 방안이라는 것이 결국은 엄청난 국가예산을 들여서 우리 민족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무기상을 살찌우는 것임에랴......
 
지금은 창과 칼을 만들 때가 아니라 이를 녹여 쟁기와 보습을 만들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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