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민 새로하나 집행위원 / 정치학 박사


국회가 ‘판문점선언’을 동의할 의무가 있는지에 대해 헌법적 측면에서 자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먼저 과거 남북 간의 합의에 대해 국회 차원에서 어떤 대응을 하였는지를 살펴보자.

북의 최고인민회의는 1992년에 91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를 동의하였다. 반면에 남의 국회는 2000년 ‘한반도 평화실현과 6.15공동선언의 발전적 계승을 위한 결의안’을 여야 합의로 채택했을 뿐이다. 남북 간의 합의에 대해 처음으로 남의 국회가 동의하게 된 계기는, 금강산관광지구와 개성공업지구의 사업 추진에서 남북이 국민들의 신체와 재산에 관해 효력을 지니는 구체적인 협정을 맺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남북사이의 투자보장에 관한 합의서(2003.8.20.),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 개설 및 운영에 관한 합의서‘ (2005.7.12.),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의 출입 체류에 관한 합의서‘ (2005.8.1.), ’남북사이의 열차 운행에 관한기본합의서‘(2005.8.1)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법률의 효력을 얻었다.

2006년부터 시행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이전에 국회가 이미 남북합의에 대해 동의를 하였다는 점은 헌법적으로 매우 의미가 깊다. 그간 남북의 각종 합의에 대해 국회가 동의한 적이 없었거니와 대법원(대법원 1999. 7.23. 선고 98두 14525판결)과 헌법재판소(헌법재판소 선고 2000. 7. 20. 선고 98 헌바63)는 남북기본합의서, 6.15선언, 10.4선언에 대해 법적 구속력이 없는 신사협정으로 해석하고 있었다.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은 7.4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선언 등의 정신을 전문에 그대로 반영하였다. 이 법률은 남북 간의 각종 합의서에 대하여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거나 입법사항에 관한 것’일 경우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특히 대통령이 일정한 사유로 인해 남북합의서의 효력을 정지할 경우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또한 이 법률은 이 법 시행 전에 국회의 동의를 받아 체결·비준한 남북합의서는 이 법에 의한 남북합의서로 보고 있다. 특히 일정한 사항에 대해 다른 법률에 우선 적용하도록 하여 이 법률이 특별법임을 명시하고 있다.

‘남북관계발전에 관한법률’ 시행 이후의 2007년 10.4선언에 대해 국회 동의가 필요한지와 헌법적 효력이 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당시 법제처의 해석에 의하면 10.4선언은 남북합의서로서 대통령이 체결 비준하여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남북합의서로서 헌법적 효력이 있지만 동 법 제21조제3항의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거나 입법사항에 관한 것’이 아니라서 10.4선언을 추진한 노무현 정부는 국회에 비준동의를 요청하지 않았다.

반면, 같은 해에 체결된 ‘남북총리회담합의서’의 경우 10.4선언의 부속문건인 이행서류에 관한 것이었지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거나 입법사항에 관한 것에 해당하여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2007년 11월 27일 국회에 동의안으로 제출하였으나 당시 보수야당의 반발로 국회 회기 내에 처리되지 못하였다.

이와 같은 역사적 사실로부터 필자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첫째, 남북기본합의서, 6.15선언, 10.4선언, 판문점선언은 대통령에 의해 체결 비준된 것으로서 당연히 헌법적 효력이 있는 것이며, 특히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이 그 취지를 입법적으로 확인한 셈이다. 특히 ‘남북관계발전에 관한법률’ 시행 이후의 10.4선언은 6.15선언의 구속력과 이행의무를 확인하였으며, 판문점선언은 10.4선언의 구속력과 이행의무를 선언하였다. 따라서 이들 합의에 대해 헌법적 효력이 없는 신사협정이라고 보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입장은 수정되어야 한다. 김계흥, 박정원, 이장희, 이규창, 이석범 등 다수의 학자들과 정부의 관련 전문가들도 이러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둘째, 국회와 정부는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 시절 동안 사실상 사문화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을 되살려 판문점선언과 이후 구체적인 이행을 위한 남북합의에 대해 이 법률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사실 금강산 관광사업과 개성공단 사업은 남북 간의 합의와 국회의 동의에 따라 시작한 것이고, 이 사업을 중단할 때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했다. 그럼에도 보수정권은 물론 개혁적인 야당조차도 이 문제를 제대로 짚지 못하였다.

셋째, 판문점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세부각서는 당연히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구체적인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남북관계발전에 관한법률’에 따라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고, 판문점선언은 그 내용의 해석에 따라 국민에게 재정적 부담을 지우거나 입법사항일 경우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남북 간의 합의에 대해 국회가 동의한 전례가 없다는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발언은 정확하지 않다. 정부와 여야는 판문점선언이 ‘남북관계발전에 관한법률’의 국회 동의 대상인지를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만약 판문점선언이 헌법적 효력을 지니지만 국회 동의 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에 이른다면 여야는 민족의 화합과 통일을 바라는 국민정서에 부응하여 6.15선언을 초당적으로 지지한 2000년의 여야 합의 결의안과 유사한 지지결의안을 국회 본회의 의결로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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