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 정치학 박사(북한정치 전공) · 『수령국가』 저자 · 21기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2018년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졌다. 분명 역사는 세기의 회담이라 기록할 것이다. 길게는 150여년, 짧게는 70여년 만에 이뤄진 북미간의 두 정상만남이 그 이유이겠지만, 그것보다는 그 기나긴 악연을 끝내고 “세계의 평화·번영·안보를 위해 서로 협력”하기로 한 약속 때문이라 하겠다.

두 정상은 정말 이 만남을 위해 골고다언덕을 넘었고, 사해바다를 건넜다.

선대수령 그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김정은은 갔고, 트럼프 또한 전임 대통령 그 어느 누구도 이행해보지 못한 한반도 평화와 세계 평화의 길에 이르렀다.

그러니 어찌 두 지도자 모두에게 경의와 축복을 전하지 않을 수 있겠으며 세기의 회담이라는 역사적 성격을 부여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해서 오늘의 이 합의-‘한반도 비핵화와 관계 정상화’는 이 지구상에서 존재하는 그 어떤 언어보다 더 많은 의미를 담고 있으며 짧지만, 그 무게만큼은 이 지구무게 못지않다. 총 12자에 불과하지만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문장보다 짧지 않으며, 가장 건조한 표현법처럼 보이지만, 그 어떤 명문장보다 아름답고 유려하다.

그렇다하더라도 손익계산서는 필요한 법. 한번 작성해보자. 단, 승자와 패자의 관점이 아닌, 세기의 회담에 걸 맞는 예를 다해서 하는 평가로 말이다. 북한의 비범함과 미국의 담대함, 혹은 북한의 담대함과 미국의 비범함을 다 수용하면서 말이다.

우선은 이 회담이 열리게 된 원인에 대한 분석문제이다.

역시 근본 축은 북한의 국가핵무력 완성선언(2017.11.29)에 있다. 북한이 핵무력을 갖지 않은 상태에서는 미국과의 담판전략이 판판히 깨졌다. 김일성이 그랬고, 김정일이 그랬다. 해서 뭐니 뭐니 해도 북미회담 개최요인에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가 1등공신이고, 그것도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ICBM이 특등공신이다.

이는 생각만 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트럼프가 김정은이 좋아서, 예뻐서, 또 미국이 북한을 선의의 국가라 여겨서 이뤄진 회담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이 회담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한, 즉 미국의 국가이익과 NPT체제, 동북아패권과 유일강대국의 체면과 지위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측면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트럼프 개인이 갖는 캐릭터와 워싱턴 비주류 출신 운운하는 비본질적인 분석을 하지 않게 되어서 그렇다.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한 합의문 전문. [CNN 캡처]

다음으로는 이 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에 대한 분석문제이다.

언론에 발표된 합의문 주 내용 국문과 영문은 아래와 같은데, 이를 분석해보면 세간의 기대였던 CVID와 CVIG를 담아내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그 지향을 분명히 한 특징을 갖고 있다. “새로운 미국-북한 관계 수립”,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이 그 예시이다.

<국문>
1. 미국과 북한은 평화와 번영을 위한 양국 국민의 열망에 따라 새로운 미국-북한 관계를 수립할 것을 약속한다.
2. 두 나라는 한반도에 항구적이고 안정적인 평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에 동참한다.
3. 북한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
4. 미국과 북한은 이미 확인된 사람들의 즉각적인 송환을 포함하여 전쟁포로 송환 및 실종자 유해발굴을 약속한다.

(중략)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새로운 미-조 관계 형성과 한반도뿐 아니라 전 세계의 평화·번영·안보를 위해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영문>
1. THE UNITED STATES AND THE DPRK COMMIT TO ESTABLISH NEW US-DPRK RELATIONS IN ACCORDANCE WITH THE DESIRE OF THE PEOPLES OF THE TWO COUNTRIES FOR PEACE AND PROSPERITY
2. THE UNITED STATES AND THE DPRK WILL JOIN THEIR EFFORTS TO BUILD A LASTING AND STABLE PEACE REGIME ON THE KOREAN PENINSULA
3. REAFFIRMING THE APRIL 27, 2018 PANMUNJOM DECLARATION, THE DPRK COMMITS TO WORK TOWARD COMPLETE DENUKE OF THE KP
4. THE US AND THE DPRK COMMIT TO RECOVERING POW/MIA REMAINS, INCLUDING THE IMMEDIATE REPATRIATION OF THOSE ALREADY IDENTIFIED.

(중략)

PRESIDENT DONALD J. TRUMP OF THE USA AND CHAIRMAN KJU OF THE SAC OF DPRK HAVE COMMITTED TO COOPERATE FOR THE DEVELOPMENT OF NEW US-DPRK RELATIONS AND FOR THE PROMOTION OF PEACE, PROSPERITY AND SECURITY OF THE KP AND OF THE WORLD.

 
하여 분석 셈법이 좀 복잡해지기는 했지만,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

(1) 이 4개항을 이해하는 문장이해력인데, 이렇다. 1항의 약속은 2항으로 구체화되고, 그 2항은 3항에 의해 담보되며, 그 3항은 4항의 실천담보력으로 구체화되어 다시 1항과 2항, 3항으로 연결된다. 이른바 선순환 구조를 내왔다는 의미이다. 
 
이래놓고 좀 더 본질적인 분석을 해보면 이번의 포괄적 합의는, (2) 향후 차수변경(2차, 3차 ...)의 회담지속성을 보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3) CVID와 CVIG의 명시적 문장을 만들지 않음으로 인해 불필요한 국내적 요인들을 피해가는 지혜를 발휘해내었다.

(4) 이번 회담이 갖는 역사적 성격에 최대한 집중된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음을 알 수 있다. 세기의 회담에 걸맞게 이러저러한 불필요한 문장을 만들어 그 성격을 흐리기보다는 세계인류를 향해 말하고 싶었던, 짧게는 70년, 길게는 150여년의 묵은 북미 적대관계 청산이라는 메시지에 집중했음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이 회담 이후에 나서는 과제분석의 문제이다.

두 국가가 근본문제에 합의했으면서도 주한미군 철군문제와 한미동맹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북미간의 근본문제-한반도 비핵화와 관계정상화-는 주한미군 철군문제와 한미동맹 문제를 양립시킬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본방향은 한미동맹 해체와 동북아 집단안보체제 구축으로 나타나야 할 것이다.

또한 북한의 ‘정상국가론’과 미국의 ‘보통국가론’ 그 교집합에는 ‘핵 없는 인류’라는 공동목표를 향해 양국이 공동으로 움직여나가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이른바 두 국가는 전략국가답게 핵군축을 선도하면서 세계비핵화에 공헌해야 하는 것이다. 그 문장은 이렇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새로운 미-조 관계 형성과 한반도뿐 아니라 전 세계의 평화·번영·안보를 위해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저서로는 『수령국가』(2015)외에도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주요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이사/현 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현 6·15부산본부 자문위원/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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