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0민주항쟁 31주년 대전기념식이 6월 10일 오전 11시, ‘대전6.10민주항쟁 30주년 기념 표지석’ 앞에서 진행됐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차고 메마른 먼지바람을 뚫고 왔다
천지에 초록이 진동하듯
격렬하게 왔다

그낭 온 거 아니다
무심코 온 거 아니다

진창에 무릎 꿇리고 무참히 짓밟는 어둠의 무리들
절망의 벽, 아득한 벼량 끝에서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눈물로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는 분노로
일어섰다, 도도한 물길로
걷고 또 걸으며
억눌린 설움을 토해냈다

6.10민주항쟁 31주년 대전기념식에서 함순례 시인은 이같이 목놓아 외쳤다. 6월 10일 오전 11시 ‘대전6.10항쟁 30주년 기념 표지석’ 앞(대전 중구 은행동)에서 열린 기념식에는 87년 6월 항쟁에 참여했던 민주인사 등 50여 명이 참석해 ‘민주를 보듬고 통일로 나가자’고 결의를 모았다.

(사)대전세종충남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김병국 이사장은 대회사를 보내 “표지석이 있는 이 자리는 87년 6월 항쟁기간 동안에 ‘독재타도 호헌철폐’를 목놓아 외치며 군부독재에 맞서 싸웠던 항쟁의 현장”이라며, “6.10민주항쟁의 승리는 이후 민주노동자 대투쟁을 거쳐 민주정권을 수립하고 남북화해의 통일마당을 열 수 있는 계기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분단으로 인한 질곡의 역사에 평화협정으로 종지부를 찍고 남북화해와 교류가 활발히 진행되기를 기원한다”며, “6월 항쟁의 기운으로 반드시 민주주의와 통일을 이루어내고 번영하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이룰 것”이라고 기원했다.

▲ (사)대전세종충남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김병국 이사장의 대회사를 김홍영 이사가 대독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 김경희 대전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가 기념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김경희 대전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5.18민중항쟁과 6.10민주항쟁의 역사는 촛불혁명의 정신으로 계승되었고 성숙한 민주주의 꽃을 피우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민주주의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화합과 포용의 정신을 실현해 나가는 과정에서 성장한다”며,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차별과 폭력을 없애는 일, 평등의 가치를 뿌리 내리기 위한 활동들이 들불처럼 번져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념식에서 <유월이 왔다>는 제목으로 낭송된 대전작가회의 회장 함순례 시인의 시는 다음과 같이 이어졌다.

그냥 온 거 아니다
피맺힌 함성으로 왔다

다시 유월,
저 푸르른 평화의 바람을 보아라
지금 이대로 남북이 가슴을 열고 어제오늘처럼 만나자
동강난 세월과 아픔을 넘어서
어깨동무 하나 되어
온 누리에 우뚝 서자
소통과 번영의 힘으로 세계평화의 주인이 되자
삼천리 금수강산 우주만방에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자

함순례 시인뿐 아니라 다른 참가자들도 6월 항쟁 정신으로 촛불혁명을 통해 민주정권으로 정권교체를 실현해 민주주의 발전의 큰 진전을 이루어냈으나 남북관계 발전과 통일로 이어지기를 기원했다.

전통타악 그룹 굿의 한기복 대표는 대북 공연으로, 진채밴드의 정진채 대표는 노래공연으로 기념식의 의미를 북돋웠다. 정진채 씨가 ‘광야에서’를 부르자 참가자들은 87년 당시가 회상되는 듯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따라 불렀다.

▲ <유월이 왔다>는 제목의 시를 낭송하고 있는 대전작가회의 회장 함순례 시인.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 진채밴드의 ‘광야에서’가 울려 퍼지자 참가자들이 일어나 함께 따라 불렀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6.10항쟁 기념식이 ‘6.10항쟁 30주년 기념 표지석’ 앞에서 진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표지석은 6.10항쟁 30주년을 기념해 지난 해 6월 28일 세워졌다. 표지석에는 “1987년 6월 함성 ‘독재타도 민주쟁취’ 1987년 6월항쟁 여기서 시작하다”고 새겨져 있다.

기념식은 (사)대전세종충남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가 주최했고, 대전광역시와 민주화운동기념사헙회가 후원했다.

(사)대전세종충남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는 6.10민주항쟁 31주년을 기념해 지난 2일에는 대전마을어린이도서관협의회와 함께 어린이 민주주의 토론회와 대전 근현대 역사기행을 진행한 바 있다.

민주주의 토론회는 짝꿍마을어린이도서관이, 근현대 역사기행은 해뜰마을어린이도서관이 공동으로 주관했다.

9일 오후에는 으능정이거리에서 거리공연 및 이동 전시회도 진행했다. 거리공연은 밴드 프리버드가 주관했다.

▲ 기념식에 앞서 전통타악 그룹 굿의 한기복 대표는 대북 공연을 펼쳤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 진채밴드의 정진채 씨가 노래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이날 기념식에서 정진채 씨는 ‘서시’와 ‘광야에서’를 불렀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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