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덕 교무)


2018년 6월 서울의 낮 기온이 28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지면적 5,929㎡(1,796평)에 총바닥면적 26,348.85㎡(7,984평)로 지하 4층, 지상 10층(48.85m)의 소박하면서도 세련된 모습을 상상하곤 합니다.

공사 현장 여기저기를 둘러보다 지하 4층 건축구조물 기초바닥에 궁둥이를 붙이고 앉아봅니다.

아직 마무리 공사 중인 바닥에 귀를 대고 지하수 흐르는 소리를 들어봅니다.

풍화암 위에 박혀있는 기초 파일과 한 몸이 되어 단단해진 바닥에 제 마음이 든든해집니다.

▲ 세상의 많은 이름과 이야기를 묵묵히 받아주며 건축물을 지켜낼 '바닥'을 늘 기억하겟습니다. [사진제공-정상덕 교무]

철근콘크리트 두께가 800~1,000mm의 흙 위의 버림 콘크리트(밑창) 바닥은 순수 건축물 21만 3천 톤(사람과 자동차 등을 제외)의 하중을 견뎌야 하기에 일반층 슬라브 두께와 8배의 차이가 있습니다.

어린 시절 동무들과 구슬치기하며 뛰어놀 때 평평하게 고르던 땅바닥이 그립습니다.

할머니께서 고추와 벼를 말리던 집 앞마당이 그립습니다.

하루가 끝날 무렵 지친 제 몸을 무조건 받아 주는 방바닥이 새삼 고맙습니다.

80kg 이상 되는 제 몸을 지탱해주는 발바닥에 보습로션을 듬뿍 바르며 감사를 전합니다.

발바닥은 똑같은 내 몸이건만 그동안 얼굴과 너무 차별했음을 사과합니다.

수건도 다르게 쓰고, 보이지 않는다고 세심히 챙기지 못함을 사과합니다.

원불교소태산기념관이 하루하루 모습을 드러내며 완성되어갈수록 디자인에 밀리고, 화려한 조명 때문에 잊히고, 편의성과 자본 중심으로 기능이 바뀔 때도 저는 '바닥'을 기억할 것입니다.

요란한 기계 소리와 수많은 물건에 가려 바닥의 중요성이 잘 보이지 않아도 저는 지하 4층 바닥을 잊지 않고 떠올리겠습니다.

지치고 힘든 하루의 제 육신과 마음을 가만히 받아 주는 방바닥처럼 이 지하 4층 바닥도 이 공간에서 일어날 세상의 많은 시름과 이야기를 묵묵히 받아 주며 건축물을 지켜낼 것입니다.

“바닥이 나를 받아 주네!”라며 노래할 것입니다.

 

2018년 06월09일 정 상 덕 합장

 

 

원불교 교무로서 30여년 가깝게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함께해 왔으며, 원불교백년성업회 사무총장으로 원불교 100주년을 뜻 깊게 치러냈다.

사회 교화 활동에 주력하여 평화, 통일, 인권, 정의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늘 천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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