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8일 오전 서울 성동경찰서 앞에서 재미 최재영 목사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출석요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판문점선언 이행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하는 국가보안법 적용 수사 중단을 촉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지난 1일 밤 김해국제공항. 오랜만의 고국방문에 설레는 마음으로 입국 심사대를 통과한 최재영 목사를 맞이한 건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사법경찰관 2명이었다. 

이들은 최 목사에게 국가보안법 및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로 조사할 일이 있다며 5일 서울 장안동 보안분실(구 대공분실)로 출석하라는 출석요구서를 들이댔다.

최 목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 "이미 합법적으로 다녀 온 오래전 일들을 왜 이제서야 꺼내들고 난리를 치는가? 그리고 나는 한국국적도 아닌 미국 시민권자인데...."라고 황망한 심경을 토로했다.

어쨌든, 어딘지도 모를 장안동 보안분실로는 갈 수 없어서 변호사와 상의한 끝에 출석장소를 성동경찰서로 바꾸고 8일 오전 출석하기로 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면서 NK Vision 2020대표를 맡아 활동하고 있는 최 목사가 오랜만의 고국 방문에 맞추어 부산, 포항, 대전, 서울 등에 잡아놓았던 빽빽한 일정때문이었다.

8일 오전 성동경찰서 정문에는 최 목사를 응원하는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통일위원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등에서 20여명의 관계자들이 나와 '최재영 목사 국가보안법 위반 출석요구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왼쪽부터 장경욱 변호사, 권오헌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 노수희 범민련 남측본부 부의장, 유시경 성공회 신부, 최재영 목사.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장경욱 변호사는 "김해공항에서 최초 전달한 출석요구서에는 최 목사의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 사실의 요지와 구체적 적용법조 등 기본적 사항에 대해 제대로 명시하지 않았다. 또 장안동 보안분실로 출석을 요구한 것은 보안경찰 개혁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항의하여 8일 오전 성동경찰서로 출석해 조사를 받게 되었다"면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고 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6월 4일 변호사 사무실로 보내 온 출석요구서에 기재된 '사건의 요지'는 "2012.10.3. 北 평양 '10.4선언 5돌 기념토론회' 참석, 2013.7.27. 北전승절 기념행사 참석, 2014.4.15. 北태양절 행사 참석, 2014.9.27. 재북인사묘 자료수집 부탁으로 자료 수집·전달, 2014.9.23. 북한 유엔참사 박철과 방북일정 관련 통신한 혐의" 등이다. 또 '적용 법조'는 "국가보안법 제6조 제1항, 제2항, 제7조 제1항, 제8조, 남북교류협력법위반 제9조 제8항(남북한 방문), 제9조의 2(남북한 주민접촉)"으로 되어 있다.

권오헌 민가협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은 "토론회나 행사에 참석한 것을 문제삼는 것은 시대역행적인 것이다. 어처구니 없다"면서 "자주통일로 가는 판문점선언 시대에 남과 북이 서로 좋은 점은 받아들이고 고무·찬양하는 일은 오히려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노수희 범민련 남측본부 부의장은 "남북의 정상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나들 때 이미 국가보안법은 효력을 상실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공안 관계자들에게 생존 차원에서 국가보안법이 필요하다면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 주겠노라며 당장 국가보안법 적용 시도를 중지할 것을 촉구했다.

유시경 성공회 신부는 "상을 주어도 부족한 분에게 왜 이런 짓을 하느냐. 모든 통일정신에 대한 탄압이고 죄악이다. 출두해야 할 사람은 안보당국이고 공안관계자들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자리에서 최 목사는 "지난 2012년 10월 3일 10.4선언 5주년을 맞아 평양토론회에 참석한 것은 당시 이명박 정부가 남측 대표의 방북을 허가하지 않아 미국 대표로 참석하였던 것인데 그걸 문제삼는다면 10.4선언도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말이냐"고 울분을 토했다.

앞서 SNS에는 "나에게 뒤집어 씌운 5가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내용은 알고보면 노무현, 문재인정부가 그동안 추구하던 대북정책을 충실히 실천한 것"이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평양봉수교회에서 거행된 정전협정 60주년 기념설교를 통해 당사국인 미·중을 향해 종전협정 합의와 평화협정 촉구를 하였고 성경말씀을 통해 민족화해를 강조했을 뿐"이며, "태양절이나 국가행사에 참석한것은 해외교포로서 나의 선택이고 자유의사"라고 밝혔다.

또 재북인사묘 자료 수집·전달과 관련해서는 "분단 70주년행사의 하나로 '남북의 국립묘지를 찾아 역사화해를 모색하다'라는 프로젝트의 사업중의 하나였고 재북인사묘에 안장된 고인들은 모두 대한민국 국적이었고 자료들은 남측에만 있었기 때문에 내가 한 고인들의 사진과 생년월일을 제공한 행위는 적법하고 합당하였다"고 역설했다.

평양의 재북인사묘역에는 남측 제헌국회의원을 비롯해 김동원·김약수 국회부의장, 초대 서울대총장인 이춘호 박사, 초대 고려대총장인 현상윤 박사 등 저명인사 65인이 안장돼 있는데 이중 2명의 사진이 없고 8명의 생년월일이 확인되지 않아 비석이 제 구실을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는 것. 

최 목사는 묘역관리 담당자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한국의 시골을 다니며 당사자들의 출생지와 활동지, 거주지를 수소문하고 예전 군지와 면지 등 참고자료를 찾아다니는 수고 끝에 마침내 자료를 찾아 유엔주재 박철 영사에게 이메일 파일로 전송함으로써 사진과 생년월일이 없었던 묘지들이 새롭게 단장한 결과를 보게 되었다고 자신의 방북기에 쓰기도 했다.

더불어 미주에 거주하는 동포들이 방북일정을 협의하기 위해 유엔주재 북대사관 영사들과 조율하는것은 관례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최 목사는 "며칠 후면 조미정상회담이 열리고 자주통일의 큰 전환이 일어날텐데 곧 사문화될 국가보안법의 잣대로 과거의 일을 탄압한다면 해외 동포들도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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