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태환 (전 통일연구원 원장/미국 이스턴 켄터키 대 명예교수)
 

제3차 남북정상회담은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구상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 대결을 포기하고 평화공존정책의 전략적 결단으로 성사되었다. 여기서 두 정상은 역사적인 4.27 판문점선언에 서명하고 공동 발표하였다. 판문점선언(3조 13개항)의 핵심은 한반도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선포하고 남북관계 발전과 금년 내 종전 선언을 논의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국제정치적 측면에서 판문점선언의 성공적인 이행은 한반도에서 냉전체제를 종식하고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체제의 구조적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구조적 변화를 가져오는 큰 변수를 요약하면 (1)첫 북미정상회담 개최(6.12), (2)북일 외교정상화 진전, (3)북중관계의 복원, (4)북러관계의 개선, (5)남북관계의 정상화, (6)남북미 3국정상회담 등 이런 변수들이 순차적으로 동북아 안보 지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본 칼럼에서는 6월 12일 오전 10시 싱가포르에서 개최하는 김정은-트럼프 북미정상회담의 역사적 개최와 완전한 비핵화, 북한체제 보장과 관련하여 북한과 미국의 입장을 재정리하고 남북미 3국 정상에게 보내는 필자의 장책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기본 목적이다.

트럼프-김영철 역사적 만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1일 김영철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으로부터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고 백악관에서 80분 동안 접견 뒤 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세기의 담판’이 벌어지게 될 첫 북미정상회담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한다고 공식적으로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5월 25일 6.12 북미정상회담을 갑자기 취소한 핵심 이유는 북한의 ‘비핵화 대 체제보장’에 대한 북미 간 의견차이 때문이다. 미국이 바라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CVID)에 대해 북미 간 합의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북미정상회담 재확인은 북미 간 국무장관 ‘폼페이오-김영철’ 뉴욕 북미 고위급회담과 ‘성김-최선희’ 판문점 북미 실무접촉 등을 통해 핵심사안에 대해 큰 틀의 의견접근을 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에 전념하고 있다고 믿는다”며 “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새로운 대북제재를 가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미 간 핵심 이슈인 한반도 비핵화 방식에 관련하여 미국의 일괄타결 방식(all-in-one)과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조치 접근방식에 대한 모종의 절충안에 합의가 이룬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북한이 미국이 원하는 CVID 비핵화 방식을 북한이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협상의 달인인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회담은 매우 성공적일 것이라고 말한 것도 미국이 원하는 방식과 방향으로 합의가 이뤄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도 일괄타결 방식에 대해 유연성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 번의 만남으로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없다”면서 2차, 3차 후속 회담의 필요성을 거듭 시사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6.12 정상회담을 비핵화 과정의 시작으로 삼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비핵화)은 과정이다. 한 번의 회담으로 될 것이라고 얘기한 적이 없다. 일종의 과정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입장은 일괄타결 방식에서 약간 유연성을 보인 것으로 6월 12일 첫 북미정상회담은 비핵화 과정 시작이며 “빅딜은 있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날 무언가 서명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과정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보면, 첫 6.12 북미정상회담 결과를 비핵화와 체제보장이란 큰 틀의 원칙과 방향성만을 담은 언론 발표문 형식으로 공동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며 구체적인 이행 로드맵은 후속 회담 등을 통해 합의하겠다는 의미일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하면 그동안 미국의 주장은 포괄적이고 신속한 비핵화에서 신뢰구축을 통한 ‘과정으로서의 비핵화’를 받아들이겠다는 것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일괄타결식 비핵화 접근 방식에서 유연한 기조 전환을 의미하는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이 감지된다. 퍽 다행이다.

북한의 CVID 결단으로 체제보장과 경제적 번영 기대

북한이 비핵화 CVID 방식을 수용하면 북한이 얻는 이익은 체제보장과 대북 경제지원일 것이다. 6월 1일 트럼프 대통령 발언 중 “우리는 그들의 안전을 확실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분은 김정은 북한 체제를 인정하겠다는 의미로 북미 간 외교 정상화를 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트럼프는 대북 경제지원도 언급하였다. 폼 페이오 국무장관은 대북 민간투자를 통해 북한의 인프라 건설, 농업발전, 전력망 확충 등을 지원하겠다는 청사진까지 구상하고 있다.

북한을 ‘부자 나라’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한 트럼프 대통령은 비즈니스맨이다. 그래서인지 “장사꾼” 기질인 트럼프는 대북 경제지원과 비용을 한중일 3국에게 부담시키려는 윤곽이 공개되었다. 트럼프가 “미국이 비용을 부담하진 않을 것입니다. 제 생각엔 한국이 나설 것 같아요. 솔직히 중국과 일본도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밝혔다. 다시 말하면 대북 경제적 지원에서 트럼프는 미국이 아닌, 한국과 중국, 일본이 하게 되리라는 것이다.

그가 내세운 명분은 기가 막히고 이해하기 힘들다. 물리적 거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미국은 아주 멀리 떨어져 있잖아요. (북한은) 그들의 이웃입니다. 우리는 6,000마일(약 1만㎞)이나 떨어져 있어요”라고 변명을 했다. 한미, 미일 사이에 이와 관련한 사전 조율이 있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한국엔 미리 준비하고 있으라고 벌써 얘기를 해놨습니다. 일본도 마찬가지고요”라고 밝혔다. 트럼프의 장사꾼 속이 뻔히 들여다보인다.

종전선언은 남북미중 4자가 해야

트럼프 대통령은 김영철 부위원장과 접견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한국전쟁을 끝내는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한국전쟁을 끝내는 것을 논의했다는 게 믿겨집니까? 70년 동안이나 논의해왔던 겁니다”라고 말하면서, 북미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70년 동안 북한은 북미 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주장하여 왔다. 그래서 북한 주장은 당연히 북미 간 종전선언을 주장할 것이다. 미국은 이 주장을 수용할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남북미 3자간 종전선언을 바라고 있어 이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미 양측은 북한이 주장하는 북미 간 종전선언을 절대로 수용해서는 안 된다.

중국은 정전협정의 당사국으로 종전선언에서 중국이 배제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제2차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선언 이후 종전선언을 남북미 3자가 종전선언을 ‘기대’한다고 밝힌 데 대한 중국은 남북미중 4자간 종전선언을 강력히 밝혔다. 이에 대한 문 정부는 중국을 포함한 4자간 종전 선언의 재검토와 재고를 촉구한다. 정부 고위당국자가 필자에게 밝힌 남북미 3자 종전선언 논리를 검토해 보니 논리적으로 정당화하기 어렵다.

요약하자면 장기적 안목에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의 협력이 필요한데 중국을 패싱하는 3자 종전제안은 설득력이 없으며 장기적으로 정전협정을 한반도 평화조약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을 고려하여 3자 종전선언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중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하니 당연히 중국을 포함한 미중남북 4자 종전선언을 정치적으로 선언하고 동시에 북미 외교관계 정상화 회담과 미중남북 4자 평화회담을 개최하여 한반도 평화조약(가칭) 협상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이제 본격적인 한반도와 동북아 냉전체제의 종식을 위해 다자 회담 틀을 최대한으로 이용하길 제안한다.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미중간 협력이 필요충분조건임을 명심하고 다시 한 번 문재인 정부는 3자 종전선언을 고집하지 말길 기대한다.

4.27 판문점선언과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결과로 발표예정인 공동 발표문의 핵심 주제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과 관련된 사안일 것이다. 그러면 향후 남북미 3자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관련 이행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남북미 3자 회담의 자리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4.27 판문점선언의 2조 1항은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중지하기로 하였다”고 되어 있어 대북 군사적 위협을 해소하기 위해 매년 실시하는 한미군사훈련과 관련하여 남북미 3자 정상회담에서 논의가 필요로 한다.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지금 알려진 3자간 종전선언을 위해 만나는 것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 중국을 빼 놓고 3자간 종전선언은 별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종전선언을 하려면 반드시 중국을 포함하여 4자 선언을 하면(종전선언을 고집한다면) 자연히 4자간 평화체제 구축 논의로 이어지기 때문에 4자 종전선언이 바람직하다.

인내심을 갖고 신뢰구축 해야

북미정상회담이 성공리에 끝나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남북미 3자간의 화해 협력 그리고 평화 무드가 무르익게 될 것이고 적절한 시기에 3자 정상이 함께 모여 공동의 관심사에 대해 논의하게 될 기회가 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청와대에서 왜 이렇게 3자 종전선언을 서두르는지 이해할 수 없다. 너무 성급한 것 같이 보인다. 성급하면 화를 부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거듭 강조하지만 3자 종전선언에 중국이 배제되면 안 될 것이다.

남북관계는 북미관계보다 더 빠르게 진전되고 있어 다행이다. 남북 정상은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향후 남북관계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으며 5월 26일 판문점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북한의 요청으로 개최되었다. 남북 간 합의에 따라 6월 1일에 개최된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가까운 시일 안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에 설치할 것을 확인하였다. 공동연락사무소가 개설되면 남북 간 소통과 교류의 수위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철도 연결을 비롯해 남북 간 경제협력도 속도를 낼 전망이고 이산가족상봉을 위한 남북적십자회담 등 현안문제도 빠른 속도로 풀릴 전망이다. 이러한 중차대한 시기에 국내적으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여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번영과 통일을 위한 노력에 힘을 실어 주길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첫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체제보장에 대한 이행 로드 맵(roadmap)에 합의를 이루지 못한다고 해도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의 함의는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바 데로 2차, 3차 정상회담을 예고하고 있고 자주 만나다 보면 상호 신뢰가 쌓이게 마련이고 신뢰가 구축되면 CVID와 체제보장의 각자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너무 조급하게 서둘지 말고 인내심을 갖고 북미 간 상호신뢰를 구축한다면 한반도의 평화, 번영 그리고 통일의 그날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한국외국어대 학사, 미국 Clark 대학원 석사, 미국 Claremont Graduate University 국제관계학 박사. 미국 Eastern Kentucky대학교 국제정치학 교수; 전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교수; 전 통일연구원 원장. 현재 미국 이스턴켄터키대 명예교수, 한반도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한반도중립화통일협의회 이사장, 통일전략연구협의회(LA) 회장 등, 글로벌평화재단이 수여하는 혁신학술연구분야 평화상 수상(2012). 31권의 저서, 공저 및 편저; 칼럼, 시론, 학술논문 등 250편 이상 출판; 주요저서: 『국제정치 속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구상』 공저: 『한반도 평화체제의 모색』 등; 영문책 Editor/Co-editor: One Korea: Visions of Korean Unification (Routledge, 2017); North Korea and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Ashgate, 2014); Peace-Regime Building on the Korean Peninsula and Northeast Asian Security Cooperation (Ashgate, 2010)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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