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만 동상 철거 공동행동’은 6월 7일 오전 10시, 배재대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배재대학교는 이승만 동상을 자진하여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김종남 대전YMCA 사무총장이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배재학당 설립 133주년을 하루 앞둔 7일, ‘이승만 동상 철거 공동행동’은 “배재대학교는 이승만 동상을 자진하여 철거하라”며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7일 오전 10시, 배재대학교 정문 앞에 모인 이들은 “이승만 동상 앞을 오가는 학생과 교직원 중에 누가 머리 숙여 존경심을 표현하는 사람이 있는가?”라고 물으며, “대학 측에 간절히 요구하니 자진하여 이승만 동상을 철거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기자회견 취지 발언에 나선 배재대학교 이규봉 교수(컴퓨터수학과)는 “이승만 동상 철거를 외치는 것은 배재대학교를 위하는 것과 같고, 대전지역사회를 위하는 것과 같다”며, 배재대학교 내에 위치한 이승만 동상을 철거하는 데 힘을 모아줄 것을 지역사회에 호소했다.

▲ 배재대학교 이규봉 교수가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지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충청평화나비네트워크 배재대모임 이다경 학생(미디어콘텐츠학과 1학년)도 “이승만을 배재대학교 내에 동상으로 남겨 추앙하는 것은 잘못된 역사를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이라며, “배재대학교에 다니는 우리는 역사를 제대로 기억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김종현 회장은 “배재학당을 나왔다고 해서 유족으로서는 원흉인 이승만의 동상을 세웠다는 것이 아주 분개한다”며, “(이승만 동상 건립은) 참으로 역사에 오점을 남겨도 보통 남기는 것이 아니다”며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승만 동상 철거 공동행동’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배재대학교는 근대 대학교육의 효시”라며, “학교 설립 이후 주시경, 김소월, 나도향 등 훌륭한 역사적 인물들을 많이 배출하였을 뿐만 아니라 일제 강점기에는 독립운동을 주도하여 온 민족교육의 산실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그러나 이승만은 아니다”며, “이승만은 반민특위를 강제해산하여 친일잔재 청산을 무산시켰고, 민주주의를 파괴한 독재자였으며, 한국전쟁 전후로는 1백만 명이 넘는 민간인 학살을 지시한 최종 책임자”라며 이승만의 행적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우리 지역 산내 골령골에는 이승만의 지시에 의해 불법적으로 살해된 수천여명의 원혼들이 아직도 구천을 떠들고 있으며, 그 유족들은 유해마저 찾지 못하고 70여 년의 응어리 진 한을 가슴 속에 품고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며, “배재대학교 구성원들, 배재대학교 동문, 그리고 대전시민과 함께 단결하여 이승만 동상이 배재대학교에서 영원히 철거되는 그날까지 함께 행동한다”고 밝혔다.

▲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배재대학교 내 21세기관 앞으로 이동해 피켓 시위를 이어갔다.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김종현 회장(왼쪽에서 2번째)도 기자회견과 피켓 시위에 참여해 이승만 동상 철거를 강력히 요구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지난 4월 19일, 대전시민사회단체들은 4.19혁명 58주년을 맞아 이승만 동상 철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한 바 있다.

이후 (사)대전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배재대학교민주동문회 등 대전지역 51개 단체는 ‘이승만 동상 철거 공동행동’을 결성해 배재대학교 내 이승만 동상 앞에서 1인 시위 및 서명전, 유인물 배부, 거리공연 등을 진행해 오면서 이승만 동상 철거를 꾸준히 요구해 왔다.

하지만 배재대학교 당국은 이들의 요구에 아무런 응답도 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이승만 동상 철거에 대한 목소리가 확산되고 높아지는 가운데, 향후 배재대학교 당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