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김영철 북 특사, 김주성(북측 통역), 폼페이오 국무장관, 트럼프 대통령. [사진출처-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우리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만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집무실(Oval Office)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사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의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북한 특사’가 미국 대통령을 만나기는 2000년 10월 조명록 차수 이후 18년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나는 결코 한번 회담으로 그것(비핵화)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면서, 북한이 오랜 세월의 적개심과 증오를 얘기하지만 “나는 결국 긍정적인 결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우리는 협상을 하고 있고 우리는 정말로 프로세스를 시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가 6월 12일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것”이고 “아마도 매우 성공적일 것이라 생각한다. 지켜보자”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해야 할 가치가 있는 프로세스(과정)”이고 “하지 않는다면 큰 실수를 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관계를 구축하는 중이며, 그것이 6월 12일에 시작될 것이다.”

▲ 김영철 부위원장이 '김정은 친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댄 스카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국장 트위터 캡쳐.]

‘90분 면담’ 마지막에 김영철 부위원장이 전달한 ‘김정은 친서’에 대해서는 “매우 훌륭한 편지”라고 평했다. ‘맛이라도 보여줄 수 있나’는 질문에도 “아주 흥미로운 편지”이고 “어떤 점에서는 적절하다”고 했다.

‘주한미군, 제재, CVID(완전하기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에 대해서는 “아주 많은 것을 얘기했다”고 피해갔다. “빅딜은 6월 12일에 있을 것”이나, “6월 12일 어떤 것에 서명하지는 않으며, 과정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6.12 북미정상회담 문건에는 2005년 9.19공동성명을 재구성하는 수준의 포괄적 합의 외에 후속 협상의 시한을 담으면 성공”이라는 외교소식통의 관측과 대체로 일치한다. 미국은 문제가 됐던 ‘리비아 모델’을 철회하고, 북한의 ‘단계적 해법’을 감안한 ‘트럼프 모델’을 성안 중이다.     

‘김정은이 비핵화에 전념할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도 그걸(비핵화) 바라는 것 같지만 신중하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우리는 제재를, 아주 강력한 제재를 하고 있다. 그들이 그걸 할 때까지는 제재를 해제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언젠가 내가 북한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날을 고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제재가 유지되고 있으나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이라는 용어를 더 이상 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가 잘 지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화가 결렬되지 않는 한 추가 제재를 하지 않을 것이며, “(오늘) 인권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 트럼프 대통령 면담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90분간 계속됐다. 김영철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국무장관 외에 양측 통역 2명만 배석했다. [댄 스카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국장 트위터 캡쳐.]

그는 북한이 비핵화를 완료하면 체제 안전을 확실하게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들은 위대한 국가가 될 잠재력이 있다. 그리고 한국이 많이 도울 것이다. 일본도 많이 도울 것이고, 중국도 많이 도울 것이다.” 

‘6.12 정상회담에서 대북 경제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 있는가’는 질문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나설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나는 한국에 이미 말했다, 당신이 준비하시오 라고. 그리고 일본도 있다.”

‘5.31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김정은 위원장의 만남’에 대해서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지난달 7~8일 다롄에서 이뤄진 김정은-시진핑 회담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토로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미 3자 정상들 간 종전선언 가능성을 열어놨다. 

“우리는 전쟁을 끝내는데 대해 얘기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이 전쟁은 가장 오래 지속된 전쟁이다. 거의 70년 됐죠? 그것(종전선언)과 같은 것을 할 수 있다. 어떤 면에서는 문서 한 장에 서명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지켜보자.”

<CNN>에 따르면, 김영철 부위원장은 이날 오후 1시(한국시간 2일 새벽 2시)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 도착했다. 존 켈리 비서실장이 그를 기다렸다. 두 사람은 별다른 의식이나 악수도 없이 로즈가든을 따라 걸어서 백악관 집무실로 향했다. 

면담 직후 밝은 표정으로 함께 뜰로 나온 트럼프 대통령은 김 부위원장과 악수하고 그를 배웅했다. 김 부위원장은 미국 정부가 제공한 검은색 SUV를 타고 백악관을 떠났다. 2박 3일에 걸친 뉴욕과 워싱턴 DC 방문을 사실상 마무리한 셈이다.

2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받음으로써 북미회담으로 향하는 길이 더 넓어지고 탄탄해진 듯하다”며, “싱가포르에서 열릴 세기적 만남을 설레는 마음으로, 그러나 차분히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추가,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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