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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령골 학살 유족이 영국인 기자에게 고마워한 이유골령골 다큐 영국 SOAS대학 상영회...유족 2명 동행 증언도
런던=임재근 객원기자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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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01  18: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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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큐멘터리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The Longest Tomb)’ 영어 자막 버전. [캡쳐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한국전쟁 시기 대전 산내 골령골 학살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 골령골 이야기’(상영시간 59분, 감독 정진호)가 5월 29일 저녁 7시(현지시간), 영국 SOAS(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의 Alumni Lecture Theatre에서 상영됐다.

SOAS는 런던대학교 내의 17개 대학 중 하나로 영국에서 유일하게 아시아학, 아프리카학, 중동학이 특성화된 대학이다. 상영회는 SOAS의 한국어 교육 센터(SOAS Centre of Korean Studies)가 주최했고, 다큐멘터리는 영어 자막으로 상영됐다.

다큐멘터리를 초청한 SOAS의 오웬 밀러(Owen Miller) 박사는 “런던대학교 SOAS에서 학생들에게 한국학 수업을 하면서 한국 민간인들이 겪었던 고통에 대해 많이 다루고 있는데, 그 동안 정부 등으로부터 감춰졌던 진실들이 하나, 둘씩 세상에 나오는 현상에 주목하면서 이 다큐멘터리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이번 시사회 및 세미나를 초청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너무나도 비극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담고 있어서 보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며, “지금은 고령이 되어버린 희생자 유족들이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고생스러운 삶을 살아온 이야기들이 너무나도 가슴 아프게 와 닿았다”고 다큐멘터리에 대한 소감을 남겼다.

다큐멘터리 상영 후에는 대전 산내 사건 희생자 유족인 이계성(79)·전숙자(68) 선생이 동행해 생생한 증언을 들려줬다.

   
▲ 전숙자 선생의 시 낭송 후에 영국인 학자 데이비드 밀러(David Miller) 박사가 전숙자 선생의 시에 대해 청중에게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전숙자 선생은 골령골을 주제로 한 자신의 시집 ‘진실을 노래하라’에 수록된 시 ‘철탑 위에 우는 산비둘기’와 ‘붉은 허리띠’ 두 편을 낭독했다. ‘철탑 위에 우는 산비둘기’는 사건 당시부터 현재까지 골령골 학살 현장을 시인의 감정을 담아 담은 시로, 철탑 위에 슬피 우는 산비둘기를 아버지의 넋으로 묘사했다. ‘붉은 허리 띠’는 분단의 상처를 상징하며, 민간인 학살로 아버지를 잃은 시인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통일을 이뤄야 한다는 열망을 담고 있다.

전숙자 시인은 상영회가 진행되는 건물에 들어서기 전 “이번 영국 상영회에 희생당하신 아버지와 동행하고 싶었다”며 가방 속에 품어두었던 아버지 사진을 꺼내 들었다. 그러면서 “아버지가 살아 계셨더라면, 한 번쯤은 아버지와 함께 외국 여행도 다녔을 것”이라며, 국가 폭력에 의해 희생당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했다.

이계성 선생은 산내 골령골에서 군경에 의해 학살당한 아버지 이현열(1912-1950)에 대한 사연을 소개했다. 이계성 선생의 아버지 이현열은 해방 직후 남원건국준비위원회 건국군 차장이었다가 사건에 휘말려 대전형무소에 수감되었다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군경에 의해 산내 골령골에서 학살당했다.

이계성 선생은 “저는 감히 산내 골령골에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을 대신하여 영국인 기자 앨런 위닝턴께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다”고도 전했다. 앨런 위닝턴(Alan Winnington)은 영국 일간지 <Daily Worker>의 중국 특파원으로 있다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한국으로 급파되었고, 골령골 학살현장을 방문하고, 목격자와 주민들을 인터뷰해 1950년 8월과 9월에 ‘I saw the truth in Korea’ 등의 기사를 <Daily Worker>에 보도한 바 있다.

   
▲ 상영회가 끝난 후에 희생자 유족인 이계성 선생(왼쪽)이 증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통역을 도와준 영국 유학생 최민지 학생.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정진호 감독(팟캐스트 ‘아는 것이 힘이다’ PD)은 “영국이 대전 산내골령골에서 벌어진 만행이 세상에 처음 공개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언론인 앨런 위닝턴의 나라였다는 점과, 한국전쟁을 비롯한 한반도 안의 분단 등은 단지 우리 민족만의 문제가 아닌 국제사회 안에서의 복잡한 역학관계 안에 있다는 점에서, 이번 영국 런던대학교 시사회는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이어 “예정된 시간인 밤 9시가 훌쩍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참석자 대부분이 자리에서 뜨지 않고 각자의 이야기들을 하며,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전쟁의 참상과 민간인 학살의 부당함,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 등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하는 모습도 인상 깊었다”며, “한국전쟁 당시 주요 참전국들 중 하나였던 영국에 가서, 전쟁의 참상과 국가의 존재 목적, 그리고 인류가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 등에 대해 함께 고민해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고 덧붙였다.

   
▲ 전숙자 선생은 상영회에 앞서 아버지 사진을 꺼내 들며, “이번 영국 상영회에 희생당하신 아버지와 동행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진 - 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지난 5월 18일, VIP 시사회를 통해 첫 선을 보인 이 다큐멘터리는 일반 극장에서는 상영하지 않는 대신, 6월 4일부터 팟캐스트 ‘아는 것이 힘이다’의 유튜브 채널, 페이스북, 카카오TV 등을 통해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다큐멘터리는 김종현(80), 이계성(79), 전숙자(68), 양성홍(71), 김운택(88) 선생 등 희생자 유족들의 증언을 비롯해, 민간인 학살의 목격자들, 언론과 학계의 증언과 의견들도 담고 있다. 그리고 다시는 민간인 학살과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어떤 역할이 해야 할지를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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