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5학술본부와 평화통일시민행동, 범민련 남측본부는 지난 29일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판문점선언 이후 한미동맹과 평화통일'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본격화되고 있는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와 함께 지난 70년간 지속되어 온 예속적 한미관계를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인 고민과 실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판문점선언 이후 한반도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수교 등 항구적 평화체제 논의가 구체화되는 와중에 주한미군의 주둔을 미국의 '권리'로 규정하고 있는 '한미상호방위조약' 등 낡은 틀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절실하다는 문제의식이다.

고승우 민주언론시민연합 전 이사장은 지난 29일 6.15학술본부와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평화통일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과 향후 과제-판문점선언 이후 '한미동맹과 평화통일'' 주제 토론회에서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미국이 한반도에서 확보한 기득권이기 때문에 쉽게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지만 평화통일을 위해서는 국가보안법과 함께 폐지 또는 개정과 같은 방식으로 정상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전 이사장은 이날 '한반도 평화체제 추진과 주한미군 문제-자주적 평화통일 위해서는 국보법과 한미동맹 정상화해야'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를 통해 "일부에서 북미정상회담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주한미군철수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하지만 미국이 기득권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양보할 리 없다. 그렇다고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평화체제로 가는 것은 우리로서도 '지옥'"이라고 지적했다.

한미동맹의 상징인 '주한미군' 주둔의 법적 근거가 되고 있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대해서는 "한반도에 대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상호방위조약은 한반도에 꽂혀있는 대못(쇠말뚝)이며, 미국의 국익에는 전적으로 부합하지만 남북의 평화통일을 가로막는 주요한 걸림돌이고 인근 중국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목을 겨누는 비수"라고 설명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1953년 체결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안보를 위해 미국에 주권을 내주었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불균형과 비대칭성이 문제된지 오래이고 이미 발생한 왜곡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새로운 한반도의 미래를 구상하기 어렵다는 것.

또 '한반도 방위와 동북아 역내 안정'이라는 주한미군의 주둔 목적 역시 '비정상적인 정전상태의 종식'을 선언한 판문점선언과 양립할 수 없는 만큼 근본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 고승우 민주언론시민연합 전 이사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사회를 맡은 김동한 6.15남측위원회 학술본부 집행위원장은 "판문점선언 이후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체결, 나아가 북미수교까지 평화로운 한반도 미래에 대한 기대는 커가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한미동맹으로 포장되어 있는 대미예속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장미빛 환상에 불과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발표자와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상호합의에 의하여 결정된 바에 따라 미 합중국의 육군, 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내와 그 부근에 배비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한미상호방위조약 제4조)

정전협정 직후인 1953년 10월 1일 체결되어 이듬 해 11월 17일 양국 의회를 통과한 비준서를 교환함으로써 한미동맹의 법적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는 한미상호방위조약. 그중에서도 이 제4조는 가장 심각한 불평등 조항으로 지목되고 있다.

'주한미군'의 주둔 근거이기도 한 이 조항에 따라 미국은 한국에 군사력을 배치할 경우 무제한적인 '권리'를 '수락'하는 형식으로 보장받고 '상호합의' 규정에 따라 부속협정으로 만들어진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근거하여 수십년간 우월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고 전 이사장은 "불평등한 SOFA 뿐만 아니라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LPP), 공동환경평가절차(JEAP) 등 미국에 일방적인 이들 협정들은 그 근거가 되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불평등에 기인하는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한반도를 그려 나가야 하는 입장에서는 반드시 이 조약의 개폐가 검토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미국이 국제 무법자와 같은 행동을 거듭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향후 한국이 한반도 운전자 역할을 하려면 군사부문 등에서 상당한 정도의 자주적 입지를 확보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동북아 평화와 안정은 관련 당사국이 진정한 자주적 역량을 발휘해 소통, 협력, 합의할 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고 전 이사장은 지난 해 8월 '한미상호방위조약'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로 헌법소원심판청구를 제기했으나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당한 뒤 현재 국회에 청원을 제기하고 헌재에 재심청구 중이다.

▲ 민변 미국민주연구위원회 하주희 변호사.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미국문제연구위원회 하주희 변호사는 이날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불균형성에 대한 규범적 고찰'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주한미군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매우 치열한 논쟁이 예상되고 미국에서도 여러가지 시나리오가 준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우리도 적극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1954년의 군사적 상황에서 만들어진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근거로 유지해 온 한미동맹이 앞으로도 지금과 같이 계속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관련 규범을 정비하기 위한 전 사회적인 고민은 필요하다고말했다.

새로운 미래는 평화체제 전환 논의가 진행되는 수준만큼 모습을 드러내겠지만 지금과는 다른 세상에 대한 우리의 열망이 얼마나 강렬하게 나타나느냐에 따라 그 내용은 많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 변호사는 최근 '유엔과 직접적 관련이 없지만' 한반도 정전협정 유지와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유엔군사령부(UNC) 부사령관으로 최초로 미국 아닌 캐나다 장성이 내정된 사실을 거론하면서, 이는 미국이 평화협정 체결 이후 당연히 해체되어야 할 유엔사를 평화 감시기구로 기능을 변화시켜 존속시키려는 일련의 흐름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한미군의 또 다른 얼굴인 한미연합사령부에 대해서는 더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전시작전통제권을 갖고 있는 한미연합사는 평회협정 체결시 존속명분이 없는유엔사와 달리 계속 주둔이 가능하도록 하려는 미국의 평화협정 대비책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한미연합사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1978년 설치되었다.

하 변호사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이 평화체제와 양립할 수 없는 근거는 먼저 이 조약의 체결 경위와 적용범위에서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각 당사국은 타 당사국의 행정관리 하에 있는 영토 또한 금후 각 당사국이 타 당사국의 행정관리 하에 합법적으로 들어갔다고 인정하는 영토에 있어서 타 당사국에 대한 태평양지역에 있어서의 무력공격을 자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인정하고 공통한 위험에 대처하기 위하여 각자의 헌법상의 수속에 따라 행동할 것을 선언한다."(한미상호방위조약 제3조)

북을 적으로 규정하는 전제가 있는 '적용범위'는 연합·연방제 통일방안을 합의한  6.15공동선언과 "한반도에서 비정상적인 현재의 정전상태를 종식시키고 확고한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역사적 과제"라고 명시한 판문점선언과는 양립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북진을 주장한 이승만이 종전을 희망했던 미국에 타협 카드로 제의하여 정전협정 직후인 1953년 10월 체결되었는데, 여타의 상호방위조약과 달리 '자동개입' 조항 대신 '각자의 헌법상의 수속에 따라 행동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당초 이승만의 폭주를 우려해 만든 장치였지만, 조약 형식상 하나의 흠결이라는 것.

한미상호방위조약에서 주한미군의 주된 목적을 '한반도 방위'에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도 문제삼았다.

지난 2006년 주한미군이 전략적 유연성 이행을 앞세워 순환배치를 하고 있는 것은 '한반도 방위' 목적을 넘어서는 것이기 때문에 조약 위배라는 헌법소원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피청구인인 외교통상부는 주한미군의 주둔 취지가 '한반도 방어'에 있다는 사실은 다툼의 여지가 없다고 답변했다.

하 변호사는 신속기동군으로 성격이 바뀐 주한미군의 존재는 위헌의 소지가 있지만 '한반도 방어'의 필요 자체가 없어지는 평화체제에서는 주한미군의 존재도 필요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또 북핵위협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사실은 중국 봉쇄를 겨냥한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도 '한반도 방어' 목적이 아니라면 조약 위배에 해당한다고 언급했다.

주한미군 주둔의 근거가 되는 한미상호방위조약 제4조는 모든 외국군대의 철수를 규정한 정전협정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근본적 문제도 있지만 이와 함께 주한미군 주둔 결정이 한국이 아니라 미국의 '권리'로 '수락'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심지어 주둔목적도 정해져 있지 않은 문제도 있다.

하 변호사는 조약의 효력기간을 정한 제 6조에서 "본 조약은 무기한으로 유효하다. 어느 당사국이든지 타 당사국에 통고한 일년 후에 본 조약을 중지시킬 수 있다"고 되어 있는 것을 근거로 평화체제가 현실화되면 어떤 형태로든 조약의 개폐는 가능하고 필요하다고 밝혔다.

어떤 형태로든 한반도 평화체제의 진전과 함께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전제가 없어지게 되면 이 조약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범민련 남측본부와 평화통일시민행동 실무 간부들은 한미동맹없이도 민족의 단합으로 평화와 안정, 번영을 누릴 수 있다는 걸 대중적으로 확인하는 활동이 필요하다면서 앞으로 예속적 한미관계 청산을 목표로 한미상호방위조약 폐기 운동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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