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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잘 속는’ DNA가 우리 속에 있다<기고> 김상일 전 한신대학교 교수
김상일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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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01  09:3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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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의 최대 약점, 그것은 남에게 잘 속는 것이다. 아마도 유전인자 속 깊숙이 박혀 있을 정도로 이 인자는 고질적이다.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 점이 ‘걱정’이라서 글을 쓴다.

고조선 마지막 왕 준왕이 위만에 속아 그 넓은 만주 땅을 다 잃고 남으로 밀려 내려 온 역사로부터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는다는 말에 속는 첫 장면이 아닌가 한다.

연나라에서 망명할 때에 위만은 머리에 상투를 하고 옷도 조선 옷을 입고 와 준왕은 감쪽같이 속고 말아 그를 변방지기로 명했으나 끝내 위만은 반란을 일으켜 준왕을 배신하고 말았다. 기원전 108년경의 역사이다. 로마제국보다 강역이 컸던 고조선이 이렇게 망해 한 줌도 안 되는 한반도 안에 밀려나게 되었다. 중국은 우리의 이런 약점을 최대한 이용 ‘이이제이以夷制夷’ 수법으로 저렇게 강대국이 되었다.

‘역사는 수메르에서 시작되었다’의 주인공 수메르인들은 언어와 생활 풍습 등에 있어서 이 지구상의 어느 종족보다도 우리와 가장 가깝다. 그들이 메소포타미아 유역에서 2000여 년 이상 이어오던 역사가 기원전 2100년경 마지막 3우르 왕조가 결국 속임수에 넘어가 망하고 만다.

즉. 기원전 21세기에 약 110년간 계속된 우르 3왕조의 마지막 왕 이비씬(고조선의 준왕과 같은)은 그와 가장 가까웠던 도시국가 마리(Mari) 출신의 신하인 이쉬비에라(Ishbi-Erra)에게 속임을 당해 결국 실권을 잃었고, 이쉬비에라가 기원전 2017년경 도시 이신에 새 왕조를 세움으로써 우르 3왕조는 끝났다.

남쪽 메소포타미아 지역에 여러 해 동안 기근이 들어 이비씬은 그의 충신 이쉬베이라에게 거액을 주고 보리를 사오라고 북쪽으로 보냈다. 그는 보리를 구입한 후 변절하여 북쪽 도시 이씬에 저장하고, 이비씬에게 ‘수메르 중앙 지역에 아모리족들이 침입하여 우르로 보낼 수가 없다’고 편지만 보냈다.

얼마 후에 이쉬비에라는 이씬에 왕조를 세웠으며 그러는 동안 우르의 물가는 폭등하고 결국 우르 3왕조는 무너졌다. 신기하게도 고조선과 수메르 왕조는 속임수에 넘어가 망하고 말았다.

지금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국타운(‘한타’ 혹은 ‘KT’라고도 함)에는 비상이 걸렸다. 노숙자 쉘터를 로스앤젤레스시 당국이 하필이면 한국촌 안에 건설하겠다는 것과, 한국촌을 두 동강 내 방글라데시촌에 나누어 주겠다는 것이다. 왜 하필이면 한국을 미국 주류가 이러는가? 혹시 우리가 잘 속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피해망상까지 생긴다.

우리 역사 속에서 속아서 망한 예들은 이렇게 손으로 꼽을 수도 없을 정도이다. 청일전쟁 때에 과연 일본이 우리 조정을 도와 줄 것이라고 해 속았다. 결국 일본을 끌어드린 명성황후는 일본에 의해 목이 베었다. 가쓰라-태프트 조약은 체결된 지 거의 반세기가 지나서야 알았다. 1910년 고종 황제는 미국과 서방 열국이 우릴 돕는 줄 알고 파리 만국평화회담에 밀사단을 파견했다. 그러나 모두가 속은 것이다. 만주사변과 중일전쟁은 모두 일제가 우릴 기가 막히게 속여 먹은 사건들이다.

지금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잘 속는 DNA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상대가 누구인가? 해방 직후 우리 민중들은 “미국 믿지 말고, 소련에 속지 말자. 일본이 일어난다”고 했다. 속는 주체는 항상 집권자들이었고, 민중들의 슬기로움 때문에 우리 역사는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다. 협상의 상대인 미국은 누구인가?

1840년대 중반, 미국은 멕시코에게 캘리포니아를 매입하겠다고 제의했다. 하지만 제임스 폴크 대통령의 제안은 멕시코를 설득시키지 못했다. 멕시코 정부는 교섭을 거부했고 미국 외교관을 만나는 것조차 거부했다.

제임스 폴크 미 대통령은 무력 사용만이 멕시코를 협상에 나서게 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1846년 봄, 폴크 대통령은 미군 병력을 리오그란데 강에 집결시켰다. 리오그란데 강은 미국과 멕시코 경계선의 일부를 이루고 있었다. 미국 군 사령관은 재커리 테일러 장군이었다. 테일러 장군은 수하의 장교 중 한 명을 강 건너로 보내 멕시코 관리들과 만나게 했다. 멕시코는 미군의 리오그란데 강 진입에 항의했다.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리오그란데 강 쪽은 분명 멕시코 땅입니다. 이곳에 미군을 집결시킨 건, 전쟁 선포 행윕니다. 엄연한 국경 침범이란 말입니다.”

미국과 멕시코는 약 한달 동안 대치해 있었다. 그러던 중, 테일러 장군은 대규모의 멕시코 병력이 강의 북쪽을 건너 미국 경계선을 침범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소규모의 미군이 진위를 규명하기 위해 그 지역으로 갔다. 이들은 멕시코의 공격을 받고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하고, 일부는 인질로 잡혀갔다. 테일러 장군은 워싱턴에 있는 폴크 대통령에게 서신을 보내 이런 상황을 알렸다. 서신에는 전쟁이 시작됐다고 적혀 있었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멕시코와의 전쟁 선포에 동의하지 않았다. 이들은 리오그란데 지역 상황이 악화된 것은 전적으로 미국에 책임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쟁을 반대하는 쪽은 소수에 불과했고, 폴크 대통령은 곧 전쟁 법안에 서명했다.

멕시코와의 전쟁은, 노예 소유주들과 폴크 행정부의 남부 출신들이 일으킨 것이다. 이들은 계획적으로 이 전쟁을 유발했다. 노예제도를 확산하기 위해서, 남부인들이 멕시코 땅을 차지하려는 속셈이 분명하다. 이렇게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미국의 저명한 과정 신학자 데이브 그리핀의 <뉴 펄 하버>New Pearl Harbor를 꼭 읽어야 한다. 미국이 어떻게 전 세계에서 남을 속이고 전쟁을 유도하고 유발했는가를 적나라하게 보고하고 있다. 진주만 사건, 9.11 그리고 월남의 통킹만 사건들이 모두 멕시코 전쟁과 유사하다. 전쟁을 유도하고 상대방에게 원인을 뒤집어씌우는 수법 말이다. 이를 그리핀은 ‘위장 깃발’false flag이라고 했다. 가해자가 마치 피해자 인 것처럼 위장하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일본이 이런 수법을 그대로 써 먹은 것이 바로 1930년 대 초 만주사변과 민생단 사건이다. 1937년 중일 전쟁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일제의 속임수에 이광수와 최남선 같은 당대의 최고 지식인들도 다 속아 넘어 갈 정도였다.

낭림산맥의 호랑이 양정우 장군도 결국 밀정의 속임수에 넘어가 살해를 당하고 말았다. 양세봉 장군도 마찬가지로 밀정의 속임수에 빠져 죽고 말았다.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를 읽어야 할 주요한 이유는 어떻게 여우와 늑대들한테 속지 않는가의 그 비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일성 반일 유격대가 무려 15년 동안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속임수에 속아 넘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격부대 안에는 일본 밀정들이 보낸 첩자들이 쉴 새 없이 숨어들었지만 이들을 다 잡아냈다. 부대 안에 반입된 소금에 독약을 넣었지만 이를 잡아 낼 줄도 알았고, 최용빈 같은 첩자를 잡아내는 일화는 귀감 삼아 읽어보아야 한다.

속이는 자에게는 더 높은 차원에서 역습을 해야 한다. 이순신 장군은 적을 속이기 위해 일부러 진짜 정보를 흘린다. 그러면 일제는 그것을 거짓정보라고 판단한다. 김일성 부대의 ‘일행천리’ 작전은 적이 믿는 것을 그대로 인정하고 수행하는 전법이다. 간삼봉 전투에서 쓴 라와전법은 산의 정상에서 포위를 당한 상태에서 포위망을 뚫는 전법이다.

그럼 이런 전법과 지혜가 어디서 나온 것인가. 김일성 주석은 회고록에서 15년 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민중(인민)들의 지혜를 믿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진 자들과 기득권자들이 잘 속는 이유는 개인의 사심과 욕심이 매사에 앞서기 때문이다. 이순신 장군이 백전백승할 수 있었던 이유도 그에게는 나라 사랑 이외의 어떤 당파적 사심도 없었기 때문이다.

야당은 지금 남북 그리고 북미 회담을 모두 지방선거용이라고 한다. 만약 그렇다면 피아를 막론하고 자신과 나라의 장래를 불행하게 만들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지지를 보내는 이유는 아직 그에게서 개인적 사심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본다. 북의 김정은 위원장 역시 한반도의 전쟁 없는 영구적 평화를 위한 일행천리의 큰 발걸음을 내딛어 주기 바란다.

2018년 6월 12일 북과 미는 세기적인 머리싸움을 벌리는 명장면이 연출 될 것이다. CVID를 뒤집으면 DIVC가 될 것이다. 북이 CVID를 지킨다면, 미국도 DIVC를 지켜야 할 것이다. 1994년 제네바 회담의 악몽이 벌써 뇌리 속을 스쳐 지나간다. 누가 약속을 과연 지키지 않았나.

좋다. 미국도 ‘DIVC=Decisively, Incredibly, Veritably, Certainly=결정적으로, 믿기 어려울 정도로. 진정으로, 확실하게’ 약속을 지켜주기 바란다. 우리는 미국과 북 어느 쪽에도 치우침 없이 평정심을 가지고 바라 볼 것이다. 강한 자는 약자를 잡아먹으려 속이고, 약자 역시 살아남으려고 속인다. 그런데 모든 언론과 야당은 북한만이 속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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