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형 / LA 통일전략연구협의회 수석연구위원

 

▲ 지난 5월 2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재 캘리포니아국제대학 아시아화해센터에서 열린 최근 한반도 정세 관련 특강. 안태형 LA 통일전략연구협의회 수석연구위원(왼쪽)과 이인엽 스프링아버대학교 정치학과 조교수(가운데). [사진제공-안태형]

올해 초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지난 4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과 6월 12일로 예정되어 있는 북미정상회담 등을 통해 남북화해와 교류, 종전선언,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등 중요한 의제들이 논의되고 또 많은 부분 합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5월 20일 아시아화해센터(ReconciliAsian) 특강을 위해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한 미시간주 스프링아버대학 이인엽 교수를 만나 최근 한반도 정세와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전망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그 이후의 변화된 정세에 대한 설명을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추가했다.

이인엽 교수는 현재의 한반도 정세가 남, 북, 미 지도자들의 상호작용이 선순환을 이루면서 진행되고 있으며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북미정상회담은 결국 성공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 나아가 그는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입장과 요구에 대한 이해와 양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캘리포니아국제대학(California International University)의 아시아화해센터 사무실에서 진행되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 이인엽 교수가 캘리포니아국제대학 아시아화해센터 최근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특강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안태형]

□ 안태형 LA 통일전략연구협의회 수석연구위원: 올 초부터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작년의 험악했던 정세가 비교해 보면 가히 상전벽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와 같은 변화의 원인을 어떻게 보나?

■ 이인엽 스프링아버대학교 정치학과 조교수: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 이렇게 세 축이 상호작용하면서 현재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먼저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의 경우 권력 승계 후 6년 동안 내부적으로 장성택 숙청 등을 통해 정권을 안정화시켰고, 외부적으로는 계속된 핵/미사일 시험과 완성으로 협상을 위한 몸값을 높여왔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스캔들로 인해 중간선거를 앞두고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북미정상회담을 성공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 북미정상회담을 성공시켜서 전임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서 많은 미국 대통령들이 해내지 못했던 업적을 이루고 싶어 한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기존의 외교관행이나 관료체제에 제한받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독특한 캐릭터로 인해 이런 변화가 가능한 측면도 있다. 과거에도 닉슨이 중국과 관계 개선을 했듯이  파격적인 외교 변화는 국내정치적 비판에 취약한 민주당보다 공화당 대통령이 더 유리한 면도 있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의 역할도 컸다. 취임 후 흡수통일이나 북한 붕괴, 전쟁이 아닌 대화와 협력을 추구하겠다는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북한에게 보내면서 결국 북한의 신뢰를 얻었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관계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두 방면의 채널을 동시에 가동하면서 중재역할을 해낸 것이 중요한 성공요인이다. 촛불혁명으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내의 강력한 지지와 평창올림픽 성공 등도 큰 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 안태형: 지금의 정세는 북한이 공세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처럼 북한의 태도가 변화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 이인엽: 김정은 위원장은 젊기도 하고 또 어린 시절 스위스에서 공부하면서 서방세계나 자본주의에 대한 경험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내세우고 있는 핵/경제건설 병진정책의 기원은 김일성 주석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다만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기에는 선군정치로 인해 군이 당보다 주도권을 가지게 되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아버지의 선군정치로 인해 과도하게 영향력이 커진 군을 견제하고 다시 당과 군 사이의 균형을 되찾는 정책으로 회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발전을 강조하고 있으며 북한인민에게 실질적인 경제생활향상을 보여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미국과 유엔이 부과한 경제제재 해제가 필요하고 경제제재 해제를 위해서는 핵문제 해결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 미국과 핵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북한은 핵문제 해결을 통해 경제제재가 해제되면 중국모델이나 베트남모델을 도입해서 경제발전을 이루고자 할 것이다.

□ 안태형: 4월 27일 제3차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선언의 의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 이인엽: 많은 감동을 받았다. 가장 큰 의미는 10여년 만에 남북관계가 복원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 지도자로서는 최초로 남한의 영토에 발을 딛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또한 남북지도자가 직접 만나 신뢰를 쌓기 시작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하고 이를 위해 주도적으로 노력하겠다고 선언한 점도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에 큰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나마 인정한 것이다.

□ 안태형: 최근 트럼프가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했다가 다시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하는 등 짧은 시간 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그 배경이나 이유는 어떻게 생각하나?

■ 이인엽: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바랐던 많은 사람들이 회담을 취소하는 트럼프의 서신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최선희 국장의 발언이 공격적이었다고 하는데, 엄밀하게 보면 리비아 같은 결말을 맞게 될 거라는 부통령 펜스의 발언을 맞받아 준 것이고, 북한이 행동으로는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했음에도 정상회담 자체를 취소해 버렸고, 이후 김계관은 상당히 아쉽고 정상회담이 열리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얼마 후 트럼프는 회담이 정상적으로 열릴 수도 있다고 언급해서 취소선언조차도 협상을 위한 지렛대였음을 보여주었다. 결과적으로 협상의 주도권을 다시 미국이 가져온 상황이 되었다.

□ 안태형: 그렇다면 5월 26일 제4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즉석에서 제안되어 성사되고 많은 형식파괴가 이뤄지는 등 여러 면에서 파격적이었는데?

■ 이인엽:  3차 정상회담에서 쌓은 신뢰가 이러한 격식 없는 만남을 가져왔다고 본다. 볼튼의 리비아 모델 발언이나 맥스썬더 공군훈련 등으로 북미, 남북 간에 긴장이 생겼고, 트럼프의 북미대화 취소로 위기를 맞았는데, 남북정상의 만남으로 판문점 선언의 정신을 다시 확인하고, 불안한 북미대화도 다시 정상궤도로 돌아왔다. 중재자로서 문재인 정부의 역할이 다시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문재인 정부에게 책임을 돌리려는 국내 보수세력의 주장도 힘이 빠지게 되었으며, 북미정상회담 취소가능성에 불안해하던 국민들도 다시 안도했다. 크게 본다면, 한반도 국제정세의 종속변수였던 남북이 평화를 향해 나아가는 독립변수로 진화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 안태형: 6월 12일로 예정된 북미회담의 성공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혹시 회담성공에 어려움이나 장애물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

■ 이인엽: 긍정적인 요인은 판문점선언에서 보듯, 남북이 안보위협의 근본 원인인 한국전쟁종식과 평화체제를 언급했다는 점,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는 점과 한반도신경제지도로 상징되는 북한경제 발전의 필요성과 협력가능성 등이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 비핵화가 이루어지고 경제제재가 해제되면 미국을 비롯한 한반도 주변국 모두가 안보면에서나 경제면에서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으며 일출효과(the spillover effect)를 통해 경제가 다시 안보를 보장하는 효과까지 노릴 수 있다. 남북경협은 물론이고, 철도연결과 경제협력, 러시아 가스관 연결 등을 통해 중국, 러시아까지 한반도의 평화가 자신들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인식하면, 평화체제 수립의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또한 미국의 대북 투자가 이뤄지면 미국도 북한을 이라크나 리비아와 같은 적국으로 보지 않고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미국의 중요한 시장이나 투자처로 볼 수 있다.

부정적인 요인은 먼저 트럼프의 이란핵합의 일방적 폐기로 인해 북한이 트럼프와의 약속이나 합의가 지켜질 것인가에 대해 의심할 수 있다. 또 트럼프나 볼튼이 북한에 대해 리비아모델을 계속 요구한다면 북한이 결코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북한에 대해 생화학무기, 중단거리 미사일, PVID, 인권문제 등을 의제로 요구하면서 협상의 요구사항을 높인다면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는 김정은을 부유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안전보장을 제공하겠다고 하는데, 북한은 독립국가로서 자신의 안보와 생존에 최우선순위를 두고 있고, 대화상대로서 자신을 존중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런 북한의 입장을 무시하고 미국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관철시키고자 한다면 협상이 어렵다.

□ 안태형: 그런데 트럼프 주변에서 지금 북한문제를 다루는 참모들은 강경성향의 인물들이 많은 것 같다. 대표적으로 볼튼이 있고 이번에 새로 주한미대사로 임명된 해리 해리스도 강성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들이 향후 회담진행과정이나 합의이행과정에서 부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 이인엽: 해리 해리스 신임 주한미대사의 경우 리비아 군사공격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인물이기도 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리비아모델을 요구하지 않고 트럼프모델을 제안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 구체적 내용은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미국은 북한의 요구사항을 정확히 인식해야 하는데 자기들의 입장에서 북한에게 좋다고 생각하는 바를 자꾸 주려고 하는 것 같다. 북한은 미국이 북한경제를 남한경제처럼 만들어 주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우선 안보불안을 해소시켜주기를 원하고 주권국가로서 인정받기를 원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볼튼보다는 김정은과 두 차례 만남도 가졌고, 북한의 입장에 대해 좀 더 이해가 깊은 폼페오가 대북협상에서 주도권을 가지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안태형: 최근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주변국들, 중국이나 러시아, 일본 등의 입장은 어떻다고 생각하나?

■ 이인엽: 북중정상회담이나 미일정상회담 등 모든 주변국들이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북중정상회담 같은 경우 중국은 전통적 동맹관계를 재확인하고 여전히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고 북한은 북미협상에서 중국을 하나의 레버리지로 이용하고 싶어 한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중국의 경우 한반도 정세변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었는데 다시 주요 행위자로 등장하고 싶어 한다.

일본의 경우 협상의 방해자가 될 수 있다. 아베의 경우 국내적으로 정치적 스캔들을 극복하고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서, 또 외교적으로는 일본의 군국주의화와 정상국가화를 위해 한반도 긴장을 이용하기 때문에 지금 진행되고 있는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러시아의 경우 시베리아횡단철도 건설과 시베리아가스관 건설에 큰 경제적 이해관계가 걸려있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이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판세를 잘 읽으면서 외교적인 능력을 잘 발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아시아화해센터에서 열린 최근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특강. [사진제공-안태형]

□ 안태형: 6월 12일 북미회담의 중요의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또한 어떤 부분들이 합의되리라 생각하나?

■ 이인엽: 예측이 어렵다. 트럼프 정부가 외교관행을 잘 따르지 않는 등 독특한 측면이 있다. 볼튼이나 폼페오 등의 권력관계가 어떻게 작용할지도 예측이 어렵다. 그러나 결국 트럼프모델이 무엇인가가 중요하다. 리비아모델(선비핵화, 후보상)은 북한이 거부하고 있고 이란모델(장기적, 단계적, 행동대 행동  방식)은 미국이 거부하고 있다. 국내정치적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 트럼프로서는 올해 중간선거 전 또는 다음 대선 전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필요로 하고 있는데 비핵화의 단계가 어디까지 가능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탑다운 방식으로 큰 합의를 이루어낸 후 구체적인 사항은 나중에 합의를 이루어낼 가능성이 있다. 비핵화 로드맵을 어떻게 짤 것인가가 중요하다. 북한 입장에서는 평화협정 등 안전보장 문제가 확보되어야 한다. 또한 CVID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를 이룰 수 있을 것인가도 중요하다. 그러나 이미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지 성공한 회담으로 만들고자 할 것이다.

□ 안태형: 북미회담에서 북한인권문제 등이 함께 다뤄져야 한다고 보나? 그리고 북한인권문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 이인엽: 북한인권문제는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그러나 북미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다뤄야만 하는지는 의문이다. 한 번의 회담으로 모든 문제를 다 해결할 수는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이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해 강경한 자세로 나갔을 때 과연 북한의 인권이 얼마만큼 개선되었는가도 생각해 봐야 한다. 지금 북한의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은 진정 북한의 인권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위해 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인가도 생각해 봐야 한다. 북한의 인권문제는 한반도 비핵화로 핵문제를 해결하고 평화협정 등을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북한의 개혁개방과 정상국가화가 진행될 때 제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안태형: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당사자는 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남북미 삼자 또는 남북미중 사자 등 여러 견해가 있는데?

■ 이인엽: 종전선언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중국이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당사자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는데 중국이 당사자로 참여하고 싶어 하고 북한입장에서 중국 참여가 더 안전보장에 유리하다고 생각한다면 우리가 중국 참여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

□ 안태형: 북한에 대한 핵사찰이나 검증은 어떻게 이뤄지리라 생각하나?

■ 이인엽: 비핵화가 CVID를 의미하는지 PVID를 의미하는지에 대한 정의가 중요하다. 또한 사찰을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도 중요하다. 협상이 깨지는 방식은 간단한데, 상대가 수용 불가능한 무리한 요구를 하면 된다. 예를 들어 과거 2008년 6자회담시 북의 냉각탑 폭파 등 상당한 진전이 있었는데, 미국이 북에 무제한적 특별사찰을 요구해 협상이 붕괴된 바가 있다. 이러한 요구는 북한도 주권국가로서 용납하기 힘들다.

북한도 국내정치적 문제가 있기 때문에 북한 스스로의 선택으로 비핵화를 하는 것과 패전국처럼 미국에 의해 무장해제 당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북한 핵무기나 핵물질을 미국에 가져오는 문제나 북한 핵기술자를 국외로 이주시키는 문제 등은 북한으로서도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다.

엄밀히 말해, 미국이 북한 전 국토를 이 잡듯이 뒤지지 않는 한, 완전한 비핵화란 불가능하다. 또한 북한 입장에도 100% 완벽한 안전 보장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양측이 수용 가능한 합리적인 선에서 비핵화와 안전보장을 정의하고, 이를 선언하고 실행해 나가는 방식이 필요하다.

□ 안태형: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나 경제지원은 어떻게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할까?

■ 이인엽: 행동 대 행동 원칙에 입각해 단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북한이 억류미국시민을 석방하고 풍계리 핵시험장도 폐기하는 등 먼저 양보한 것들이 많다. 미국도 북한의 이러한 양보과정을 국민들에게 알려나가면서 신뢰구축 차원에서 양보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북한입장에서도 인민들을 설득해 나가면서 또 다른 조치를 취할 수가 있다. 이런 점에서 북미정상회담에서 큰 그림을 그리고, 가능한 빨리 실행가능한 조치들을 교환해 나가야 한다.

□ 안태형: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역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최근 문정인 특보는 궁극적으로 한미동맹보다 동북아안보공동체나 안보협의체로 가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

■ 이인엽: 지금 단계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직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지기 전이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은 협상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 문정인 교수가 학자 입장에서 이런 주장을 할 수는 있지만 정부입장에서 이런 문제를 제기하면 정치적 논란만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지금까지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큰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도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미국과의 신뢰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북한도 주한미군 주둔을 용인하겠다는 발언을 해 왔다. 이 문제는 평화체제와 비핵화를 추구하면서 변화된 현실에 맞춰 장기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안태형: 최근 정세와 관련해서 한반도 통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 이인엽: 통일은 민족적 염원이자 당위이지만 판문점선언만 보더라도 통일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판문점선언이 통일을 언급한 이전의 선언보다 후퇴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한반도 통일은 궁극적 목표로 봐야지 지금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흡수통일을 경계하는 북한을 자극하고 통일비용 논의 등 남한에서도 많은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풀 수 없다. 신뢰회복이 먼저 필요하고 평화체제 구축과 북핵문제 해결, 북미관계 정상화, 남북경제교류협력, 이산가족과 문화교류 등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때 남북의 공감대 형성과 합의를 거쳐 자연스럽게 제기되는 것이 좋다.

이인엽 교수 프로필

서울대 독어교육과 학사, 서울대 국제대학원 석사
조지워싱턴대학 국제관계 석사, 조지아 대학 국제관계 박사
현 스프링아버대학교 정치학과 조교수
박사학위 논문: “빌 클린턴, 조지 부시정부 시기, 미국의 대북외교정책 분석”
저서: Politics in North and South Korea (2016, Routledge)

안태형 박사 프로필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학사, 석사
플로리다국제대학교 (Florida International University) 국제관계학 석사, 박사
전 플로리다국제대학교 (FIU) 강사, 전 유씨얼바인 (UC Irvine) 객원연구원
현 LA 통일전략연구협의회 수석연구위원
박사학위논문 “위기의 정치: 대통령, 의회, 미국의 대북정책”을 포함 북미관계, 북중관계, 미국외교정책, 북한 외교정책 등에 대한 논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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