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덕 교무)

 
오늘은 원불교소태산 기념관 정문의 도로 바닥에 깔릴 잡석(雜石)들이 들어왔습니다. 콘크리트로 뒤덮을 길 아래 깔려 든든한 지지대 역할을 할 돌들입니다. 
 
세계인들의 만남과 한울안의 쉼터가 될 원불교소태산기념관은 2019년 3월 완공을 목표로 힘차게 지어지고 있습니다. 그 정문 앞 도로의 바닥을 견고하게 할 이름 없는 잡석(雜石)을 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보다가 문득 돌들에게 묻습니다.

▲ 콘크리트로 뒤덮일 길 아래 깔려 든든한 지지대가 되어 줄 잡석에서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새삼 깨닫는다. [사진제공-정상덕 교무]

“돌들아? 너희는 어디서 왔니?” 돌을 실어온 이들과도 “이 돌은 어디서 왔나요?” 하며 반가운 인사를 나눕니다.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공사 현장에서 사용하는 도로용 잡석은 주로 경기도 남양주, 포천 등에서 실어온다고 합니다. 우리 기념관 공사에 쓰일 돌들은 남양주에서 온 것입니다. 
 
어릴 때 뛰어 놀던 육신의 고향인 함열과 황등은 아름답고 신비로운 돌들이 널려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일찍부터 돌을 장난감 삼아 놀며 가까운 돌산으로 소풍을 가곤 했습니다. 
돌산에 가면 이곳저곳에서 부처님을 조각하는 석공들을 흔히 볼 수 있었는데 부처님 머리 위에 올라앉아 일하는 대단한 특권(?)을 누리는 석공들의 손놀림은 절로 감탄을 뱉게 했습니다. 
 
황등에는 화강암 매장량이 풍부한데, 이곳에서 나는 화강암은 조직이 치밀해 단단하고 풍화 저항성이 뛰어나 일제 강점기에는 조선총독부, 한국은행 등 대표적인 근현대 건축물의 재료로 많이 쓰였습니다. 1973년 이후에는 석재 산업화의 바람을 타고 국회의사당, 국립현충원, 청와대 같은 국가기관과 대구 동화사 같은 큰 절의 불사에 이르기까지 최고의 재료로 그 명성이 자자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돌과 친해진 인연 탓인지 살아가면서 만나는 큰 바위, 거친 자갈, 명사십리 해변의 조약돌들을 보면 정겨운 친구를 만난 듯하고, 내 삶의 증인들인 양 반가움이 새록새록 듭니다.
 
오늘 자연에서 가져온 이 잡석들은 앞으로 우리 건물 앞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밑에서 햇빛의 따스함도 잊고, 숨도 쉬지 못하는 채 어둡고 낮은 도로 밑에서 짓눌리며 주어진 역할을 다하게 될 것입니다. 
 
어쩌면 도시의 빌딩 속에서 이 밤도 편하게 생활하는 우리들은 까맣게 잊고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안전을 지키는, 건물 기반을 다지고 골조를 세우며, 벽체를 이루는 돌 한 조각, 철 한 토막, 시멘트 한 줌, 물 한 줄기의 어마어마한 고마움을 말입니다. 
 
돌들은 세상의 근심 걱정을 다 받아주고 안아주는 윤선도의 오우가(五友歌) 속 친구가 되기도 하고, 개벽의 성자 소태산 대종사의 글 “변산구곡로(邊山九曲路)에 석립청수성(石立聽水聲)이라. 무무역무무(無無亦無無)요 비비역비비(非非亦非非)라”에서는 도를 깨닫는 화두(話頭)로 살아나기도 합니다.
 
오늘 만난 잡석으로 불리는 돌들을 바라보며 마음을 다해 평화를 기도합니다.“서울시 동작동 현충로 한강변에서 시민들의 대공원이 될 원불교소태산기념관에서 쓰는 모든 돌들은 다시 생명을 얻게 되리라. 기념관 땅 속의 돌, 콘크리트 속의 돌, 공원 안의 돌들 모두 자본과 물질의 개벽을 넘어 정신의 개벽을 안겨줄 생명의 돌, 평화의 돌로 영원하리라.”
 
2018년 5월 26일 정 상 덕 합장

 

 

원불교 교무로서 30여년 가깝게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함께해 왔으며, 원불교백년성업회 사무총장으로 원불교 100주년을 뜻 깊게 치러냈다.

사회 교화 활동에 주력하여 평화, 통일, 인권, 정의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늘 천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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