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4일 한국을 비롯한 5개국 기자단이 지켜보는 가운데 ‘북부핵시험장(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실시했다. 

23일 오후 7시경 기자단을 태우고 원산역을 출발한 특별열차는 24일 오전 6시15분경 함경북도 재덕역에 도착했다. 해발 1,300m에 위치한 핵실험장까지 21km 구간은 차량으로 이동했다. 오전 8시 19분 핵실험장 북쪽에 있는 2번 갱도 앞에 도착했다. 상장 계급장을 단 강경호 핵무기연구소 부소장을 비롯한 북측 관계자 20여명이 기자단을 맞이했다.

▲강경호 부소장이 24일 폐기 절차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번 갱도 옆 공터에서 실시한 사전브리핑에서, 강경호 부소장은 “핵시험장 폐기는 시험장에 있는 모든 시험 갱도들을 폭발의 방법으로 붕락시키고 갱도 입구들을 완전 폐쇄하며 모든 관측소들과 지상 구조물들을 철거하는 방법으로 진행된다. 동시에 연구자들과 경비소문들을 전부 철수시키고 핵실험장 주변을 완전 폐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핵실험 준비 중지, △실험설비와 케이블류, 정보통신 및 동력계통 등 실험수단들 해체 철수, △공기배관과 압축기들, 레루(레일)과 운반설비 등 공사수단들 해체 철수까지 3단계 작업을 이미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네번째 단계는 시험갱도와 지상 건물들을 전부 없애버리는 것”이라며, “3개의 시험갱도와 두개의 측정소 등을 폭파하는 작업은 기자 여러분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행된다”고 말했다. “마지막 단계인 남아있는 인원들을 철수시키고 핵 시험장 주위를 완전 폐쇄하는 사업은 앞으로 빠른 시일 내에 결속되게 된다”고 알렸다.

▲ 2차부터 6차까지 5차례 핵실험이 실시된 2번 갱도. [사진-공동취재단]

1차 핵실험(2006. 10)이 실시된 1번 갱도(동쪽)는 이미 폐쇄됐으며, 2차(2009. 5)부터 6차(2017. 9)까지 5차례 핵실험이 실시된 2번 갱도(북쪽)의 경우 “현재까지의 측정자료에 의하면 방사선물질 유출은 전혀 없으며 주위 생태환경도 아주 깨끗하다”고 강조했다.

강경호 부소장은 “숫자 3으로 표기한 남쪽 갱도는 두개의 가지 갱도로 돼 있는데 핵시험들을 적시에 단행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가 된 갱도”이고 “숫자 4로 표기한 서쪽 갱도는 위력이 매우 큰 핵실험을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특별히 준비해 놨던 갱도”라고 밝혔다. “준비 갱도들인 남쪽과 서쪽 갱도들은 이미 진행한 핵시험들에 의해 자그마한 피해도 입지 않았으며 현재까지 생생히 보존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2번(북쪽)과 4번(서쪽) 갱도를 참관한 기자단이 10시경 2번 갱도 폭파를 지켜보기 위해 만탑산 중턱에 있는 간이관측소에 올라갔다.

▲ 갱도 폭파. [사진-공동취재단]

“촬영 준비됐다”고 기자단이 답하자, 오전 11시 만탑산을 흔드는 묵직한 굉음과 함께 입구에 있는 흙, 부서진 바위가 쏟아져 나왔다. 입구 쪽에서 첫 폭음 이후 안쪽으로 들어가며 두 차례 폭음이 울렸다. 갱도 입구 윗부분이 4~5m 정도 무너져 내렸다.

15초뒤 관측소가 폭파됐다. 굉음과 함께 짙은 연기가 계곡을 뒤덮다가 바람을 따라 내려갔다. 엄청난 연기가 걷히자 부서져 나온 나무파편들이 관측소 터에 가득했다.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는 “오전에 예견했던 북쪽(2번) 갱도 입구와 측정실 폭파가 아주 성과적으로 끝났다”면서 “전문가에 따르면 폭발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갱도 입구는 완전히 막혔다”고 말했다. 

▲ [사진-공동취재단]
▲ 5개국 10개팀 기자 30명이 폐기 광경을 지켜봤다. [사진-공동취재단]

일부 기자들이 현장에 가까이 가보니 흙, 바위조각이 무너져 내리면서 갱도 입구가 완전히 봉쇄됐다. 2번 갱도 관측소 터에도 목재조각이 어지럽게 널려있었다. 문틀만 남고 문짝, 창틀 모두 날아간 것. 관측소 뒤편 기자단을 위해 특별히 만들었다는 화장실은 건재했다. 핵무기연구소 관계자는 “벽에 다이너마이트 박고 무너지도록 했다. 총 8개의 폭약을 심었다”고 설명했다.

기자단은 점심을 먹고 오후 1시께 남쪽에 있는 3번 갱도를 둘러봤다. 핵실험이 실시된 적 없는 준비 갱도다. 얇은 철문에다 내부는 콘크리트였다. 벽 두께가 20cm(한뼘) 정도이고, 바닥은 흙과 자갈이었다. 폭탄과 연결된 케이블이 눈에 띄었다. 입구에서 10m 위에 나무로 지은 관측소가 보였다. 앞에 개울도 보였다. <조선중앙TV> 기자는 마셔보라고 권했다. “파는 신덕샘물의 PH가 7.4인데 이 물은 PH 7.15로 마시기 더 좋다. 방사능 오염 없다.”

오후 1시 47분 기자단은 동쪽 산 중턱에 있는 관측소에 도착했다. 30분 뒤 4번 갱도가 폭파됐다. 15초 후 단야장이 폭파됐고 위쪽 흙들이 쏟아져 내렸다. 토사와 암석 파편들이 앞길 아래까지 쏟아져 나와 길을 막았다.  

▲ 지상건물 폭파. [사진-공동취재단]
▲ [사진-공동취재단]

오후 2시 45분 생활건물 5개동이 폭파됐다. 1초 간격으로 1개동씩 부서졌다. 연속적으로 큰 굉음과 함께 거대한 구름이 일어났다. 

오후 4시 2분 3번 갱도와 관측소가 폭파됐다. “꽝” 소리와 함께 흙과 바위 파편이 쏟아져 내렸다. 입구 쪽의 소리는 컸고, 화강암 지대 깊은 곳에서 나는 폭발소리는 상대적으로 작았다. 30분 넘게 돌들이 흘러내렸다. 15분 후 두 번째 관측소로 이동해 생활건물 2개와 군 막사 2개 폭파를 지켜봤다. 

북측 관계자들은 무전으로 “모두 성과적으로 끝났다”, “축하한다”는 말을 주고 받았다. 

오후 4시 53분 3번 갱도 앞에 기자단이 모였다.

강경호 부소장이 ‘핵무기연구소 성명’을 발표했다. “방사선 물질 누출 현상이 전혀 없었고 주위 생태 환경에 그 어떤 구성적 영향도 주지 않았다는 게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핵시험 중지는 세계적인 핵군축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는 대목도 눈에 띈다. ‘비핵화’ 대신 ‘핵군축’을 다시 들고나온 모양새 다. 

오후 5시 폐기 의식이 끝났다. 15분 뒤 기자단은 차량에 탑승해 재덕역으로 이동했으며, 오후 5시 27분 특별열차에 올랐다. 오후 6시 58분 원산역을 향해 출발했다. 

25일 오전 6시 조금 넘어 원산역에 도착한 기자단은 갈마초대소 프레스센터에서 기사와 사진, 영상을 보냈다. 기자단은 오전 10시 아침을 먹은 뒤 갈마 지구를 견학한다. 26일 오전 베이징을 경유해 귀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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