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 정치학 박사(북한정치 전공) · 『수령국가』 저자 · 21기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본인은 지속적으로 ‘제2의 북한바로알기운동’을 주장하고 있다. 이 전제 하에 본인은 ‘제대로 된 북한사회에 대한 이해: 수령국가체제’라는 큰 주제를 갖고 왜곡된 북한이해를 바로잡고자 (이슈가 있을 때마다) <통일뉴스>에 정기 기고 글을 게재하고자 한다. 

동시에 4.27 판문점선언과 6.12 싱가폴 북미선언 이행과정에서 있을 수도 있는 이러저러한 우여곡절을 정론으로 대응하고자 하는 의미도 담아내고자 한다. 또한 이미 사문화되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그 생명력과 위력을 가지고 있는 분단적폐의 제도적 주범 국가보안법을 철폐하는데도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참고로 ‘정상국가와 전략국가 사이: 북한은 왜 전략국가이면 안되는가?’는 상, 중, 하로 연재될 것이다. 그리고 이후부터는 북한체제의 특성상 그 본질적 왜곡에 해당되는 ‘수령제 사회와 우상화 문제’, ‘백두혈통에 대한 이해와 오해 문제’ 등 이런 주제가 우선적으로 다뤄질 것이다. / 필자 주


북한의 국가 핵무력 완성 선언(2017-11-29) 이후 ‘북핵 비핵화’만큼이나 관심 받는 것 중의 하나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갖는 국제적 지위가 어떻게 되느냐하는 문제이다. 
  
이른바 ‘전략국가 대 정상국가’의 대립과 충돌이 그것인데 전자는 북한 스스로가 그렇게 규정하고 있다면, 후자는 미국과 서방세계를 비롯한 대한민국 등에서 주로 주창되어지고 있는 개념이다.(주1)
  
웬 ‘북 비핵화’ 공방시기에 그런 논쟁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으나, 그렇게 간단치 않은 문제이다. 즉 보기에 따라서는 약간 의외성을 띄기도 할 수는 있으나, 전혀 그렇지 않다는 말이다. 매우 중요한 인식상의 문제이고, 정확한 북한이해가 가능 하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첨예한 사상·이념의 대결문제가 함축되어 있어서 더더욱 그렇다.
  
첫째는 북한이 왜 이번 6.12 싱가폴 북미정상회담이 ‘북핵 비핵화’를 전제로 한 회담이고, 그러면 자국이 불리할 수밖에 없을 텐데 그것을 알고서도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가 북한이 주창하고 있는 것처럼 ‘핵보유국’의 지위를 갖고 자신들의 전략적 판단에 의해서 나왔겠느냐, 아니면 미국과 서방세계, 한국과 일본 등에서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국제사회의 철저한 압박과 제재의 결과로 나왔겠느냐하는 심각한 프레임 전쟁구도가 있어서 그렇다. 
  
둘째는 미국을 위시한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띈 국가들이 북한체제 특성의 근간을 이루는 당(수령) 우위의 정치체제, 계획경제 등으로 대변되는 수령제 국가체제를 (정상적으로) 인정하느냐 마느냐 하는 프레임 문제가 맞닿아 있어서 그렇다. 
  
그래놓고 문제의 본질을 정의하면 전자는(전략국가) 수령제 국가체제를 자본주의체제와 대립되는 하나의 사회주의체제로 파악하고, 그 체제 하에서 획득되어진 핵보유가 동북아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한·미·일 동맹관계에 균열을 내고, 동북아에서 미국의 패권적 지위를 상실케 하고자 하는 첨예한 정치·군사적 대결에서 북한이 승리했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반면, 후자(정상국가)는 자본주의에 대립되는 사회주의체제를 인정할 수도 없고, 더군다나 수령제 국가체제를 띈 북한의 체제에 대해서는 더더욱 정상적인 국가체제로 볼 수 없다는 강한 부정과, 그러한 북한이 국제사회의 압박과 제재를 견디다 못해 결국 항복하고, 그 결과 대한민국과 미국 등이 내민 손, 정상회담에 북한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프레임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전략국가냐, 정상국가냐? 라는 인식에는 또 다른 엄청난 프레임전쟁이 포함되어 있을 수밖에 없고, 연동해서 미국식 자유민주의체제에 포섭된 매관학자들은 미국의 그러한 의도를 잘 파악하고 북한의 체제특성을 못살고 가난한 국가, 세습과 독재로 점철된 국가(김일성 왕조국가), 미국식 세계질서를 위협하는 불량국가이자 ‘악의 축’과 같은 악마국가로 이미지화 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 결론에는 그렇게 극단화된 악마 이미지가 비로소 미국이 내민 광명(?)의 손, 6.12 싱가폴 북미정상회담에 의해 북한이 정상국가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정당성의 논리가 들어가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 논리를 간파 못할 북한도 아니었다. 당연히 가만있지 않았고, 아주 흥미로운 주장 하나를 내놓는다. (독자들과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목하지 않았지만, 북한정치학을 전공한 필자의 눈에는 밀리지 않는 북한의 대응이 보인다.) 미국의 ‘보통국가’화이다. 북한의 대외기관지 성격을 갖고 있는 <조선신보>가 5월 11일 ‘수뇌들의 용단’이란 제목의 글에서 “미국도 이젠 남의 나라에 대한 내정간섭, 침략과 전쟁, 세계패권과 지배주의전략을 포기하고 발전도상 나라들로부터도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는 ‘보통나라’로 되는 것이 좋다. 그것이 미국의 진정한 최고 국익이 될 것”이라면서 “조미관계가 근본적으로 풀리면 조선반도를 중심으로 한 동북아시아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며 평화롭고 공동으로 번영하는 새 아시아 건설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나선 것이다. 
  
정상국가가 ‘보통국가’라는 것을 함의한다고 한다면 도리어 미국의 비정상성을 꼬집고, 6.12회담으로 인해 미국이 보통국가화의 길로 들어 설 수 있음을 우회적으로 지적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기회를 북한이 주었고, 그렇게 미국이 변화한다면-제국주의의 속성을 버리고 ‘보통국가’가 된다면 미국은 국익을 보장받고 번영하는 새 아시아에 함께할 수 있다는 의미를 그  <조선신보>에서는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모든 국가들이 북한에게 ‘정상국가’가 되라고 요구하는 그때에 북한은 거꾸로 미국에게 ‘보통국가’가 되라고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북핵 대결에 이어 또 다른 첨예한 북미대결이라 할 수 있겠다. 이념프레임 전쟁으로서의 북미대결 말이다.  
  
잠깐 한번 생각해보자. 미국이라는 나라가 2차 세계대전 때 유일하게 국가손실이 없었던 나라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전쟁과 약탈로 오늘날 세계 최강의 제국주의국가의 반열에 오른 나라라고 한다면 그 제국주의적 속성이 어제 오늘에 형성된 것이 아닐 터. 그래서 제국주의 속성을 버리면 한 시도 살 수 없는 나라가 미국일 텐데, 그런 나라에다 대놓고 북한은 과감히 제국주의적 속성을 버리라고 하면서 미국의 국익을 보장하겠다고 도리어 역공한다? 참으로 간도 크고 배짱도 두둑하다. 
  
거기다가 부차적으로는 그러한 속성이 제거될 때 북한의 입장에서도 6.12 싱가폴 북미정상회담 이후 전개될 미국과의 경제정상화 과정에서 미국자본이 북한에 투자하는 것은 필연이라 했을 때 그때 북한이 가장 경계하는 것 중의 하나가 경제개방과 개혁의 문제라고 한다면, 그때 경제를 종속당하지 않겠다고 하는 전략적 방침까지 미리 선수를 치는 매우 발 빠른 대응이라 하겠다. 왜냐고? 제국주의적 속성이 없어진 가운데서 관계가 정상화가 된다면 그것은 바로 선린과 호혜의 관계만 남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매번 북한의 대응에 놀라지만, 이 또한 북한의 전략적 판단까지 들어가 있는 참으로 신묘한 전략이라 할만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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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

1) 북한이 이 전략국가에 대해 첫 언급한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열린 노동당 제5차 세포위원장대회에서였다. “미국에 실제적인 핵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전략국가로 급부상한 우리 공화국의 실체를 이 세상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2018년 신년사에도 ‘전략국가’를 언급하고 있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김일성-김정일 시대를 거쳐 김정은 시대에 완성한 ‘전략국가’는 사회주의 강국건설의 위업의 새로운 장을 여는 토대가 됐다고 강조해내었다. 

 

 

저서로는 『수령국가』(2015)외에도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주요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이사/현 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현 6·15부산본부 자문위원/현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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