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우 / 소통과혁신연구소 연구위원


최근 순조롭게 진행되던 남북미 간 화해무드는 ‘남북 고위급회담의 무기 연기’, ‘북미회담의 무산 가능성’ 등 부정적 전망으로 휩싸였다. 비관적 분위기는 다시 ‘미국의 북미회담 축하주화 발행 예정’, ‘북의 핵시험장 폭파 예정 진행’ 등 북미회담 낙관으로 극적인 반전을 보였다. 미국과 한국은 북이 비핵화하면 체제를 보장할 것이며 잘 살게 해줄 것이라며 세계를 향해 홍보 선전하는 가운데 북은 핵을 돈으로 파는 일은 결코 없다는 전혀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다.

무엇이 진실인지 혼돈스럽다. 미국과 남측의 언론보도대로라면 마치 북남미 간 협상이 미국과 한국의 시혜로 진전되는 듯 보인다. 각종 소설 같은 전망들은 사태의 본말이 무엇이며, 정세를 추동하는 힘은 무엇인지를 혼란케 하는 방대한 뉴스쓰레기장이다.

이에 본 글은 현 정세를 밀고 가는 주요 힘과 조건이 무엇인지 확인하면서 북미회담 작동메커니즘을 살펴보고자 한다. 명확한 정세인식은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며 좀 더 희망찬 미래를 준비하게 한다.

□ 동북아 정세 및 북미관계를 규정하는 주요한 힘과 조건

첫째, 북은 지난 2017년 말 핵보유와 대륙간탄도탄 시험 성공으로 명실공히 전략무기 보유국이 되었다(그간의 전략무기 보유국은 대체로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을 지칭한다). 북은 이로써 어떤 무력침략에도 힘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천명한 것이다. 이는 북이 지구촌에서 그 어떤 나라와도 무력으로 맞설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며 최고 수준의 군사강국으로 지구상의 모든 나라와 대등한 지위에서 모든 협상을 이끌 수 있는 지위에 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현 정세를 규정하는 첫 번째 힘이다.

동북아 및 세계정세를 규정하는 각이한 힘들 중 다른 조건들은 크게 변한 바가 없는 반면 북의 무장력은 극적 변화를 일으켜 동북아 및 국제정세를 변화시키는 주동적인 힘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러한 북의 변화는 북이 동북아의 정세변화에서 피동에서 주동으로, 변수에서 상수로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현 정세를 이해하기 위해 가장 먼저 이해해야하는 본질적 요소이다. 이상과 같은 실체적인 내용에 대해 서방과 한국언론들은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북핵만 포기하면 체제보장과 잘 살게 해줄 것처럼 연일보도하고 있다.

둘째, 북의 전략무기 보유국 등장에 어떤 방식으로든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되는 미국의 처지이다. 정전상태의 북미관계 해소는 신고립주의(신애국주의) 트럼프 정부가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현안으로 등장하였다. 북이 전략무기 보유를 실증하기 전만 해도 ‘전략적 인내’라는 미명하에 대북 무시정책은 미국에 유리한 것이었다. 이는 국제금융그룹과 군산복합체가 결합된 네오콘이 실질적 주인이었던 오바마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정책이었다. 그들은 북을 악마화 불량국가화 함으로써 한반도의 긴장을 유지하며 군사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새롭게 변모한 북의 전략무기 보유는 미국에게 진퇴양난의 어려움을 안겨주었다.

이제 북을 군사적으로 제압하는 정책은 이미 물 건너갔고, 오히려 직접적인 본토 공격에 노출되게 되었다.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이며 경제적으로 묶여 있는 러, 중, 영, 프와는 달리 북은 핵무기확산금지조약 비가입국가이며 전쟁 중인 국가로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면 미국 본토에 군사적 공격을 가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가진 지구상의 유일한 국가가 되었다. 북의 핵탑재 대륙간탄도탄의 확보는 미국의 최고의 안보위협이 된 것이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UN을 동원하여 우회적 방식으로 북을 제재 압박하는 것도 무력한 것임이 점차 분명해졌다. 북은 전략무기 확보를 기반으로 미국의 봉쇄를 뚫고 국제정치무대에 독자적인 행보를 가속할 수 있게 되었다. 또 국내의 경제집중 노선을 관철할 충분한 힘을 확보한 상태가 되었다.

이는 미국이 북을 제압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상실했다는 의미이며 오히려 북의 정치적 군사적 외교적 공세에 밀릴 수밖에 없는 한계상황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이제 미국은 체면을 구기지 않는 선에서 북과 타협해야 하는 지점에 이른 것이다. 북 또한 남북미 간의 갈등 긴장을 해소하고 군사비의 부담을 덜고 자기식의 사회주의강국 건설에 매진하여야 할 시점인 것이다.

셋째, 남측에서 진행된 촛불혁명의 요구가 세 번째 힘이다. 촛불혁명은 직접민주주의 요구를 기반으로 한 평화지향적 힘이다. 촛불혁명은 제도권 내에 문재인 정부를 만들어냈다. 이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는 본질적으로 직접민주주의와 평화를 떠안고 가야 할 정권이다. 촛불의 민주평화적 지향은 문 정부로 하여금 북의 분단철폐 및 평화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했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의 지향인 ‘더 많은 민주 민생 평화’를 밀고가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남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평화로 가야하는 운명적인 책무에 올라타 있는 셈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촛불염원을 불완전한 대의제민주주의와 제도권의 내에서 실현해야 하는 현실적 한계에 있는 정부이다. 즉 본질상 촛불에 기반한 것이면서도 군사작전권이 없이 친미관료 및 군부의 그물망과 공존하며 가야하는 불완전한 권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요소는 외교 국방 통일 분야에 통제되지 않는 힘이 작동하는 조건이 되며 문재인 정부로 하여금 좌고우면하게 만드는 태생적 조건이 된다. 문 정부 안에는 긍정적 힘과 부정적 힘이 상호충돌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와 역량수준에 따라 그 힘이 작동한다는 것이다. 이 점이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력과 정치력이 결정적인 요소가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세 가지 힘과 조건의 결합 충돌에 의해 벌어지는 한반도 정세

남북 및 북미 간의 회담을 성공적으로 끌어가는 힘과 조건, 또 이를 저지하는 힘은 무엇인가?

북 지도부의 의지와 결단력, 북미협상을 통해 동북아에서 벌어지는 미국의 위상 추락을 정돈해야하는 트럼프 정부의 처지와 이를 해결코자하는 트럼프 정부의 당면 의지, 트럼프의 미국 내 군부강경노선을 제압하는 정치력, 한국촛불의 잠재적 힘,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의지와 실력, 중 러 및 국제여론의 동북아평화 염원과 국제적 지지가 남북미 협상의 우호적 힘이다.

그렇다면 이를 저지하려는 힘은 무엇인가?

군산복합체와 금융그룹이 결합한 네오콘 그리고 이를 지지하는 제반 세력들의 반트럼프 전선의 힘, 트럼프의 이들의 준동을 제압하지 못하는 세력적 한계,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화해노선을 흠집 내려는 한국 내 일부 네오콘 연계세력, 때때로 나타나는 문재인 대통령의 불명료하고 불안정한 정치적 입장 등이 성공적인 남북미 협상을 저지하는 힘이다.

각각의 힘과 조건은 상호결합, 상호충돌하면서 한반도 정세를 규정한다. 지난 해 말까지 <화염과 분노> 대 <책상 위의 핵단추>로 지속되었던 북미간의 메가톤급 말폭탄은 올해 1월 1일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통해 평화무드로 대전환을 일으켰다.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으로부터 촉발된 평창올림픽의 성공기원과 평창올림픽 그리고 4/27 판문점선언, 트럼프의 북미회담선언 수락까지 남북미 간 회담을 성사시키는 힘이 긍정적으로 작동한 기간이었다.

이 힘은 폼페이오의 북 방문과 비밀조율, 트럼프의 수용메시지로 승승장구했다. 이 힘이 작용하는 한편에서 부정적 힘이 작동한다. 미국의 강경군부는 기존의 연례 한미 군사훈련이란 명목으로 맥스썬더훈련을 진행하면서 최신예 전략폭격기 F22 8대를 한반도에 전개하고 한국군부가 이를 어물쩍 수용함으로써 종래의 대북 군사적 압박을 유지, 그 간의 남북미 간 협상기조의 무력화를 시도한다. 한시적이나마 미국정부와 한국정부 내에 이중권력이 존재했다.

이에 대응하여 북은 미국에 대해서는 <맥스썬더훈련>을 비난하며 미국 기득권세력의 훼방을 분쇄하기 위해 <북미회담 무산 가능성>과 <볼튼 훼방>을 직접 거론하며 강한 압박에 나서고 이에 대해 트럼프는 볼튼 면전 혼내기로 기존의 북미회담 지속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새로운 국면에 들어간다.

또 북은 남에 대해서는 <남측군부의 F22 전개 수용> <태영호 북비난 국회발언 허용> <북한여성 13명 환송 요구>를 거론하며 남북 고위급회담을 무산시킨다. 이는 남측 내부의 훼방세력에 강력히 대응하라는 북의 메시지로 작용한다. 이는 남북미 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야하는 즉 호랑이 등에 탄 문재인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더불어 북은 현재의 협상이 <돈을 구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함으로써 압박과 제재로 인한 협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다. 한국의 수많은 언론은 여전히 과거의 프레임으로 남북미관계를 들여다봄으로써 그들의 전망은 언제나 실제를 반영하지 못하는 반편에 불과한 것으로 된다.

□ 의제가 무엇일까…

북이 요구하면서 미국이 응해야하는 공동의 의제는 정전협정으로부터 평화협정이다. 북은 여기에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폐기와 유엔에서의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할 것이다. 미국이 요구할 수 있는 것은 북의 대미 전략무기 불사용이다. 북만의 단독 비핵화 주장은 그저 한국 및 미국 일부인사들의 일방적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과 폼페이오의 입에서 나오는 북에 대한 강경메시지는 미국 내 강경파들의 우려 내지 압박을 무마해야하는 트럼프정부의 처지를 반영한 것이다.

북과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명칭으로 상호해석을 모호하게 하는 상태로 협상을 끝내기로 정돈할 것이다. 즉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하며 점차적인 비핵화에 동의하며 명분을 얻고, 북은 한반도 비핵화를 세계 비핵화로 연결시키며 국제정치적 영향력을 높일 것이다.

주한미군 문제는 당장 의제에 올리지 않으면서 미국의 체면을 세워주고 북은 차후 다른 방식의 영향력을 사용하면서 거론할 것이다. 이는 한국의 전시작전권과 연동되어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으나 평화협정은 곧바로 주한미군의 존재이유가 불투명하게 되는 연쇄적 효과를 일으킨다. 의제에 관한 한 미국 및 한국의 언론보도 어디에도 사실이 없다. 뚜껑이 열려야 그 실체를 알게 될 뿐이다.

필자도 경향성만 추정할 뿐이다. 분명한 것은 북미회담이 대등한 회담이라는 것이고, 시간은 오히려 북에 있는 회담이라는 점이고, 북은 잃을 것이 없는 회담이라는 것이다. 이는 과거 선례가 없는 독특한 회담이다. 모든 정보와 상상력을 동원하는 것만이 실체에 근접해 가는 길일 것이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