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중항쟁 38주년을 맞아 대전충청지역에서도 기념식이 열렸다.

‘5·18민중항쟁 기념 대전충남 행사위원회’(이하 5.18행사위) 5월 18일 오전 11시, 대전광역시청 세미나실(3층)에서 ‘보아라 오월의 진실. 불어라 평화의 바람’이라는 제목으로 ‘5·18민중항쟁 제38주년 대전충청 기념식’을 개최했다.

▲ 대전충청5·18민주유공자회 회원들과 함께 김정호 회장이 단상에 올라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이날 기념식에서 김정호 대전충청5·18민주유공자회 회장은 기념사를 통해 “불의에 저항한 5·18 민주항쟁의 정신은, 촛불혁명을 거쳐 이 나라 민주주의를 소생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며, “국민저항권을 실현한 대한민국은 위대한 나라”라고 선언했다.

김정호 회장은 또한 “세상을 바꾸는 것은 국민”이라며, “친일, 독재, 친미, 종북몰이로 덧씌운 공포 프레임을 걷어내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무리들이 이 땅에 평화를 훼방 놓는단 말이냐”고 반문하며, “남과 북, 하나 된 조국을 간절히 염원하고, 5월에서 통일로, 희망의 이름으로 우리 조국을 올곧게 세우자”고 호소했다.

김택수 대전광역시 정무부시장은 “이제 우리는 남과 북이라는 분단의 벽을 넘어 통일 한국이라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해 가고 있다”며, “5월의 정신을 바탕으로 모두가 힘을 모아 우리 앞에 놓인 과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간다면, 반드시 새로운 미래,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어갈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 김택수 대전광역시 정무부시장도 기념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강윤진 대전지방보훈청장은 “지금 우리는 민주영령들이 그토록 원했던 더 자유롭고, 더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 때”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5 ·18민주화운동과 촛불혁명의 정신을 받들어 계층과 이념, 지역과 세대를 넘어 통합의 대한민국을 위해 모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조승래 국회의원(대전 유성갑, 더불어민주당)도 헬기 기총소사, 생매장 의혹, 항쟁기간과 기간 후 성폭력 문제 등을 거론하며 “38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진상규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련해서 국회에서 다양한 특별법 개정이 발의가 되고 있고, 논의가 되고 있다”며, “5.18영령들의 뜻과 대한민국 국민들의 뜻을 받들어서 완벽하고 완전한 진상규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기념식에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도 함께 함께 울려 퍼졌다.

장수찬 대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의장도 “우리는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비롯한 신군부 세력을 역사의 법정에 끊임없이 고발해야 한다”며, “권위주의, 반 헌정주의, 폭력, 반인간주의, 군사주의, 물질숭배주의 기득권 세력을 완전히 한국사회에서 퇴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 테너 가수 김광호 씨가 기념식 전에 무대에 올라 ‘광주여, 무등산이여’를 부르고 있다.[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이날 기념식에서 김희정 시인(한국작가회의 감사)은 5.18민중항쟁, 38주년에 부쳐 ‘용서’라는 제목의 헌시를 낭송했다. 기념식 전에는 대전청년회 노래모임 ‘놀’과 테너 가수 김광호 씨의 기념 공연도 펼쳐졌다.

5.18행사위는 대전충청5·18민주유공자회,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대전본부, (사)대전세종충남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세상을바꾸는대전민중의힘, 대전시민단체연대회의가 참여하고 있고, 이날 기념식에는 100여명의 인사들이 참석했다. 기념식 참가자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제창하며 기념식을 마쳤다.

▲ 기념식 참가자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제창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 기념식 참가자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제창하고 있다. 무대에 올라 대전청년회 노래모임 ‘놀’이 함께 부르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 헌시를 낭송하고 있는 김희정 시인(한국작가회의 감사).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헌시> 용서 -5.18민중항쟁, 38주년에 부쳐
 - 김희정

용서 합시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지요
그래요, 용서 해야죠
그런데 누구를 용서해야 합니까
용서할 대상이 없는 데요
나는 38년 죄인처럼
아물지 않는 상처 안고 사는데
상처 준 사람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밤마다 악몽을 꾸고
검은 그림자가 온 몸을 휘감고 돌아도
숨소리 한 번
제대로 내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내 몸에 총알을 박고
내 정신에 칼을 꽂고
내 삶을 만신창이 만든 그들은 누굽니까
그들의 얼굴을 보아야
용서든 화해든 할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용서란 말,
인간이 인간에게 할 수 있는 아름다운 말입니다
상대방은 나를 인간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내 육신이 찢겨지고 내 정신이 해체될 때
나는 지하실에서 악귀를 보았습니다
인간의 탈을 쓴 악귀를 보았습니다

그들을 조정하고 있는 악마가
민주주의를 집어 삼킬 때, 내 몸은 바람 든 무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
짐승의 울음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그날 알았습니다
나는 그들에게 인간이 아니었다는 것을
용서는, 인간이 인간에게 하는 겁니다
나는 그날 인간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지금도 나를 인간으로 보지 않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쌓이고 쌓여야
나도 그들도 인간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용서하면 나도 그들도
인간으로 돌아올 줄 알았습니다
멀쩡하게 보이는 내 몸과 마음은
5월, 이 계절만 되면 산고를 겪은 엄마처럼
206개의 뼈마디에서 신음소리가 나옵니다
용서하고 싶습니다
그들이 인간으로 돌아올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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