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트럼프, 가깝고도 먼 노벨평화상

4월 27일 남북 정상은 판문점 선언 3조 4항을 통해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고 분명히 못 박았다.  이로써 북은 북미 간 대화, 협상의 최종 목표가 완전한 비핵화라는 것을 세계에 공개 천명했다. 미국 요청에 완벽한 대답이었고, 남의 기대에 100% 호응이었다. 4월 20일의 병진노선 수정과 핵, 미사일 실험 중단 결정을 비핵화의 출발이 아니라 핵 보유 선언이라고 비틀던 수구보수 언론은 말문이 막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신이 났다. “28일(현지시간) 오후 7시 미국 미시간주 마콤카운티의 유세장. 갑자기 청중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향해 “노벨, 노벨, 노벨”을 외치기 시작했다. ‘노벨평화상’을 뜻하는 말이었다(중앙일보. 4.30)” 이러한 흐름을 타고 5월 2일 미국 공화당 하원 의원 18명이 트럼프를 노벨상 후보에 공식 추천했다. 이유는 ‘한반도 비핵화와 한국전쟁 종전을 위해 노력한 공로’다.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판문점 선언의 완전한 비핵화를 구체적으로 실현해 나간다면 트럼프는 정말로 노벨평화상을 받을 수도 있고 11월 중간선거 승리 가능성도 커진다. 북의 완전한 비핵화 의사가 확인된 마당이라 트럼프는 북미 정상회담을 “가급적 빨리(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 4.28)”하는 것이 좋다. 실제로 그는 5월 4일과 5일 “시간, 장소를 갖고 있다. 곧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발표는 아직도 지연되고 있다. 이상기류는 또 있다. 트럼프가 5월 2일 북 억류 미국인 3명의 석방 임박을 시사하며 “채널을 고정하라”고 자신감을 보였으나 “5월 5일 송환이 사전 통보됐으나 취소됐다(VOA. 5.7)”는 것이다. 그리고 5월 6일 북 외무성이 미국을 공개 비난했다. 북미 정상회담이 일정에 오른 지난 3월 초 이후 처음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2. 미국, 완전한 비핵화 거부

1) 북의 완전한 비핵화 추진

4월 28일 오전 북의 조선중앙통신은 판문점 선언을 보도했다.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는 3조 4항도 포함됐다. “지난 27일 남북 정상이 발표한 선언문 속 비핵화 관련 부분과 동일한 내용이다(조선일보. 4.28).”

4월 29일 청와대는 “5월 중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약속”을 발표했다. “기존 시설보다 큰 갱도가 2개 더 있다”면서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을 조만간 초청하겠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을 공개한 것이다.

4월 30일 북의 조선중앙TV는 남북 정상회담 영상을 40여분 내보내며 “특히 두 정상이 서명한 판문점 선언문을 조명한 영상에서 북측은 ‘완전한 비핵화’가 명시된 문장에 빨간 밑줄을 그었다(중앙일보. 5.2).”

5월 3일 미국 CBS는 북이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전선을 철거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하면서 이는 핵실험장 폐쇄를 향한 첫 조치라고 했다.

2) 미국, 완전한 비핵화 거부

5월 2일(현지 시간) 품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취임 선서를 하며 북 관련 중대 언급을 한다. 문제의 발언은 “우리는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북한 대량파괴무기 프로그램의 폐기에 전념하고 있다”란 것이다. 지금까지 시용하던 ‘완전하고(complete)’를 빼고 그 자리에 ‘영구적인(permanent)’을 넣은 것이다. 이른바 CVID가 PVID로 대체되는 순간이다.

“PVID는 기존의 CVID보다 북핵 폐기의 강도를 한 단계 더 높인 것”이란 설명이 현재 언론의 다수설이다. 한번 폐기한 다음에는, 다시는 개발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 ‘영구적’이란 단어에 담긴 뜻이기 때문에 단순한 폐기보다 더 강력하단다. 정말일까? “폐기 후 개발 불가”는 CVID 중에서 ‘되돌릴 수 없는(irreversible)’ 즉, ‘I’에 이미 명시됐다. “북핵 6자회담 미국측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3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CVID’에 이미 영구적인 비핵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VOA. 5.4).” 영구적인 비핵화와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는 같은 말이다. 동어가 반복되는 대신, ‘완전한 비핵화’는 사라졌다. 미국은 이처럼, 지금껏 입이 닳도록 주장해온 ‘완전한 비핵화’를 슬쩍, 그러나 명백하게 수정했다.

3) 미국, ‘핵 없는 한반도’ 수용 불가

미국은 왜 이럴까? 간단하다. ‘완전한 비핵화’는 ‘핵 없는 한반도’와 동전의 양면이기 때문이다. 북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 조선신보는 5월 1일 “(북미 정상회담에서) 평화실현을 위한 목표는 미국의 핵전쟁 위협의 완전한 제거다(통일뉴스. 5.1)”라고 했다. 북이 ‘완전한 비핵화’와 맞바꾸려는 것은 ‘미국의 핵전쟁 위협의 완전한 제거’인 것이다.

‘미국의 핵위협 완전 제거’ 상태가 어떤 것인지, 관련한 북의 견해는 2016년 7월 6일 의 ‘공화국 정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추론할 수 있다. 당시 북은 3년 동안이나 일체 언급하지 않았던 ‘한반도 비핵화’를 다시 거론하며 다섯 가지 요구가 실현되면 가능하다고 했다. 그것은 1) 핵 사용권을 쥐고 있는 미군의 철수 선포, 2) 남쪽에 배치된 미군 핵무기 공개, 3) 남쪽의 미군 핵무기와 핵무기 기지 철폐, 세계적 검증, 4) 핵무기 재배치 금지, 5) 핵무기로 위협 금지 등이다.

이처럼, 북은 이미 2년 전에 비핵화의 조건에서 ‘전면적이고 즉각적인 미군 철수’ 요구를 공개적으로 제외하고, 대신 ‘미군 철수 선포’로 완화했다. 이런 연장선에서 지난 4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은 비핵화에 대해 주한미군 철수라든지,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하지도 않는다”는 발언을 감안하면, 현 시점 북미 간 물밑 협상에서 북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짐작 가능하다.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북이 핵 시설, 물질 등을 신고해야 하듯 미국은 한국의 미군기지에 배치된 핵무기 관련 사항을 신고해야 한다. 나아가, 북이 핵무기 등을 폐기하고  검증받아야 하듯 미국도 한국에 배치한 이른바 전략무기를 없애고 검증받아야 한다. 더 나아가, 북이 되돌릴 수 없는 방식으로 비핵화를 해야 하듯 미국도 되돌릴 수 없는 방식으로 전략무기 한국 배치 금지, 그것을 사용한 위협 근절 등을 해야 한다.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 즉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한국과 일본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기득권의 상당한 해체로 연결되는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4월 27일 금요일 하루 동안 “미국의 5대 군수업체의 주가가 폭락하며 100억 달러 이상의 시가 총액이 날아갔다(오마이뉴스. 4.29).” 그런데, 그 회담에서 나온 판문점 선언이 전면적으로 이행된다면 미국의 군산복합체는 어떻게 될까? 지난 4월 12일 미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당시 품페이오 국무장관 지명자가 “북한과 관련한 미국의 유일한 목표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비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냐’는 질문에 “역내 동맹인 한국과 일본, 다른 국가에 전략적 억지 제공을 계속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대답한 것은 현재의 군사적 기득권 유지에 대한 그들의 집착을 보여준다. 군사적 기득권의 심각한 손상을 수반하는 ‘완전한 비핵화’를 피하라, 이것이 판문점 선언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다.

3. 미국의 대북 압박, 살아날 조짐

5월 2일(현지 시간) 품페이오의 PVID 전환을 전후로 미국의 대북 압박이 되살아나는 조짐이다.

5월 1일 VOA는 호주 정부가 대북 정찰활동을 위해 일본에 군용기를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P-8A 포세이돈 해상 초계기가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들의 이행을 돕기 위해 지난달 30일 일본에 배치됐다고 밝혔습니다(VOA. 5.1).”

5월 2일 조선일보가 미국의  F-22 전투기 8대가 ‘한꺼번에’ 한국에 전개된 사실을 보도했다. “북한 핵, 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던 작년 12월 F-22 6대가 출격한 지 5개월 만(조선일보. 5.2)”이란다.

5월 3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북한의) 강모 대좌가 영국 등 유럽으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직접 공작원 10명을 파견해 강 대좌를 암살할 것을 지시했다(조선일보. 5.7)”고 보도했다.

5월 7일 VOA는 미국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를 인용, 북의 인공위성 발사 금지를 언급했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5일 VOA에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떤 위성 발사도 유엔 안보리 결의에 명백히 위배된다고 지적했습니다(VOA. 5.7).”

군사력으로 자극하고, 부정적인 여론을 일으키며, 상대가 수용 불가능한 주장을 제기한다. 미국이 대화, 협상의 대상을 밀어낼 때 사용하는 방식들이다. 이런 기류가 강해지면 북미 정상회담의 앞날은 불투명해진다. 트럼프는 과연 미국의 군산복합체, 군부의 이해관계를 조절하면서 ‘완전한 비핵화, 핵 없는 한반도’를 향해 출발할 수 있을까? 제 살점을 떼어주면서 노벨평화상에 다가갈 수 있을까?

 

전 한국진보연대 집행위원장

전 6.15남측위원회 공동집행위원장

전 반전평화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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