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별들의 세계로 가기 위해서는 죽음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고흐)


 야생 보호 구역
 - 강기원

 나마스테,
 내 안의 황야에게
 황야의 굶주린 맹수에게
 피 흘리는 옆구리에게
 옆구리에서 자라나는 가시에게
 가시뿐인 덤불에게
 덤불을 키우는 바람에게
 
 침묵의 동굴에서 낮게 으르렁거리는
 어떤 사육사로도 길들여지지 않는
 태양을 삼켜 버린 달처럼 빛나는
 홀로인 야수
 야수인 예수에게
 합장,

 
 플라톤은 ‘동굴의 비유’를 통해 그의 ‘이데아(Idea) 사상’을 설명한다.

 동굴 안에는 죄수들이 꽁꽁 묶여 있어서 한쪽 벽만 바로 본다. 그들은 횃불에 일렁이는 ‘사물들의 그림자’를 보며 그게 ‘사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죄수가 동굴 밖으로 나와 ‘진짜 사물들’을 보았다. ‘진짜 사물들’ 이게 사물들의 이데아다.

 플라톤은 우리는 동굴 안에 있는 죄수와 같다고 말한다. 우리 눈에 보이는 저 삼라만상은 진짜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런데 죄수가 동굴 밖으로 나와 본 ‘진짜 사물들’. 이것들은 정말 진짜일까? 플라톤은 그 진짜 사물들도 태양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으므로 ‘태양만이 진짜’라고 말 한다.

 플라톤의 태양. 이게 이데아들 중의 최고 이데아, ‘선(善)의 이데아’다. 하나님 같은 유일신(唯一神)이다. 다른 모든 존재들은 이 신의 창조물들이다.

 이 사상이 서양 철학사의 시원(始原)이다. 플라톤 이래 사람들은 태양을 우러르며 하나님을 우러르며 살아야 했다. 자신들의 삶은 먼지처럼 하찮아졌다. 최근에 와서야 이 신은 죽었다. 니체가 ‘신은 죽었다!’고 선언하자 한 순간에 이 신은 죽고 만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태양도 하나의 별에 불과하다. 우주 전체에서 보면 태양도 자그마한 별이다.

 태양 아래서 태어났다고 하는 모든 것들도 모두 자그마한 별이다. 풀 한포기가 태어나면 풀 한포기가 한 우주를 이룬다. 그가 사라지면 한 우주가 사라진다. 그러니까 세상에는 하나의 우주가 있는 게 아니라 무수한 우주가 서로 겹쳐져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우주는 ‘자신의 우주’일 따름이다. 지구가 둥글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지구가 네모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각자의 우주를 갖고 있다. 모든 사람은 다 다른 우주를 갖고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별인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우주를 창조하고 한 우주를 사라지게 한다. 모든 사람이 태양이고 유일신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경이로운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태양, 유일신의 하찮은 창조물이라고 생각한다. 한 우주로 살아가는 자신을 두려워한다. ‘부모 그늘에 사는 유아(幼兒)’가 편한 것이다.

 인간은 당당하게 태어나 누구에게도 무릎 꿇지 않고 사는 다른 생명체들보다 너무나 열등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

 민주주의(民主主義)는 무든 사람(民)이 주(主)가 될 때 가능하다. 다른 주(主)의 종이 되지 말고 오로지 자신이 주(主)가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어떤 사육사로도 길들여지지 않는/태양을 삼켜 버린 달처럼 빛나는/홀로인 야수’가 되어야 한다.

 오로지 우리 안의 야수 ‘나마스테’. ‘내 안의 황야에게/황야의 굶주린 맹수에게’ 경배할 수 있어야 한다. 
 
 니체는 예수만이 유일한 기독교인이라고 했다. 우리는 진정한 유일신(唯一神)이 된 ‘홀로인 야수/야수인 예수에게/합장,’해야 한다.

 ‘태양의 종’인 우리는 모두 죽어야 한다. 각자의 별들의 세계에 가기 위해서. 새로이 부활해야 한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