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덕 교무)

 

세상을 은혜의 꽃으로 수놓는 대각의 계절 4월은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김용해 시인은 <꽃들이 아름다운 까닭>을 제목으로 이렇게 시심을 노래했습니다.

꽃들이 아름답게 피었습니다
그러나 꽃들은 혼자서 피지 않았습니다.

햇빛이 와서 피고
바람이 와서 피고
강물이 별들이 와서
함께 피었습니다.

그래서 꽃들이 말했습니다.
꽃들이 아름다운 것은
모든 자연이 서로 사랑을 나누면서

함께 피기 때문이

▲ 서울시 마포구 공덕동 사거리에서 [사진제공-정상덕 교무]

원불교는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시대 과제에 대한 물음과 해결을 안고 태어났습니다. 1916년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의 대각이 그 출발이 되었습니다.

원불교는 올해로 개교 103년을 맞습니다. 소태산 대종사가 대각을 하고 원불교로 새 회상을 연 4월 28일 ‘대각개교절’을 앞둔 이즈음, 대종사님의 대각 이유에 대한 성찰을 화두로 삼아봅니다.

과거 한 개인의 깨달음을 따르며 종적으로 숭배하던 때와 비교해 소태산의 대각은 ‘모두의 깨달음’을 귀히 여깁니다.

그래서 원불교 대각개교절은 모든 교도의 공동생일이기도 합니다.

소태산 대종사는 후대에 대종사의 동상을 세우지 말라는 말씀을 남겼습니다. 이 말씀의 뜻을 새겨보면 알 수 있듯이, 한 개인의 깨달음을 숭배하고 우상으로 삼는 것을 깊이 경계하고 모두의 깨달음으로 나아가라는 염원을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소태산 대종사의 대각과 염원은 곧 모두의 깨달음으로 가는 출발점일 뿐이라는 전언입니다.

‘모두의 대각’을 추구한 원불교는 흔히 종교가에서 보이는 수직관계 혹은 종적 상하 관계를 뛰어넘어 평평한 횡적 구조로 바뀌어 낸 새로운 사상입니다.

‘모두의 대각’으로 성찰할 수 있는 또 다른 하나는 원불교에서 진리의 상징으로 제시하는 둥그런 일원상(○)의 묵상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이 세상이 하나의 원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 원의 이음은 서로를 살리는 은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입니다.

즉, 우리 모두는 서로가 서로를 돕고 돕는 커다란 은혜의 관계로 이어져 있음을 진리로 아는 것입니다.

만일 어느 한 사람이 자기의 욕심을 채우려고 맞잡은 다른 이의 손을 놓아 버리고 과도하게 소유한다면 인류는 결국 어그러진 관계의 파장으로 공멸할 수 있음을 밝힙니다. 종교의 제도와 세상의 교육이 한 개인만을 중심 삼는 사고에서 벗어나 사람 모두의 행복을 위해 만물과 소통하는 원리를 깨닫게 해주는 것입니다

소태산 대종사는 ‘일체중생을 광대무량한 낙원으로 인도하려 함’이 ‘개교의 동기’임을 천명하셨습니다.

이러한 소태산의 정신은 사람, 동물, 식물, 광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만물이 한 몸이고 한 기운임을 깨달아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 상생상화하며 자연을 정복의 대상이 아닌 우리 자신의 일부라는 점을 잊지 말라는 일깨움을 줍니다.

꽃들이 아름다운 것은 함께 피어나기 때문이라는 시인의 노래처럼, 소태산 대종사는 혼자만의 대각이 아니라 ‘모두의 대각’을 깨닫게 우리를 일원의 진리로 확연히 이끌어주는 4월 대각의 계절입니다.

만물일체가 모두 은혜이며, 우리는 모두 하나로 이어져 있음을 다시 깨닫습니다.

 
2018년 4월 24일 정 상 덕 합장

 

 

원불교 교무로서 30여년 가깝게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함께해 왔으며, 원불교백년성업회 사무총장으로 원불교 100주년을 뜻 깊게 치러냈다.

사회 교화 활동에 주력하여 평화, 통일, 인권, 정의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늘 천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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