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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사건이 연일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드루킹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서서히 드러날 것이다.

내가 특별히 주목하는 것은 드루킹과 386 세대 그리고 문재인 정부로 이어졌던 독특한 집단적 신념과 문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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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의 여론 조작은 매우 치밀하고 광범위하며 조직적으로 진행되었다.

386세대 중에서 다양한 사회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발언하며 이들 사안에 구체적으로 개입할 의지와 행동력을 가진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메시아적 신념과 행동적인 기질은 386 전체가 공유했던 독특한 문화이다.

드루킹의 특징은 이런 사람들 중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확보한 점, 사무실을 두고 매크로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할 정도의 구체성, 적극성을 가진 점이다.

드루킹과 같은 사람은 주변에 많이 있다. 온라인 논객, 학원 강사, 전문 주식 투자자, 정치지망생 등 386 중 제도권에 느슨하게 안착하여 부유하고 있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그러하다.

개중에는 극적으로 성공한 사람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김어준이다. 김어준의 방송을 듣다 보면 제 정신인가 싶을 때가 많다. 이름을 거명하긴 그렇지만 경제·역사·정치 평론 등에서 유명세를 얻고 있는 사람들 다수가 그렇다.

그들은 객관적인 사실보다는 선동적인 수사에 민감하다. 목적을 달성하는데 필요하다면 팩트의 엄밀성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 컨텐츠 자체보다는 컨텐츠를 통한 사람들의 규합에 관심이 많다.

더 넓게 보면 우리는 이해진·정재승·이국종과 같이 특정 분야에서 구체적이고 특출한 성과를 얻은 사람보다는 유시민·노회찬·진중권 등 현실보다는 주로 담론 영역에서 성취를 보인 사람들을 보다 높게 평가하는 특별한 시대를 살고 있다.

결론적으로 드루킹은 과대망상증 환자가 아니라 386세대가 간직한 거대한 유산의 일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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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사건 중 충격적인 것은 다음과 같다.

김경수 의원은 몇 차례 말을 바꿨다. 나는 그가 했던 첫 번째 기자회견을 순진하게 믿었다. 며칠 되지 않아 그의 진술은 허무하게 무너졌다.

나는 문재인 정부의 파워 엘리트 집단의 거듭되는 내로남불이 당황스럽다. 그들은 생각보다 많은 돈을 가졌고 자신들이 했던 말과 다른 행동을 했다.

사랑도 명예도~ 남김없이 살다 가자던 우리들의 약속은 허망한 것이 되었다. 돈이나 자식 교육문제는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진실에 대한 태도는 다르지 않은가?

나는 김경수가 나와 동질의 신념을 갖고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거기에 승복할 자세 말이다. 지금 우리는 이 당연한 진보의 토대가 흔들리는 시대를 맞고 있다.

드루킹의 여론 조작 사례와 거기에 관련된 내용도 황당했다. mb 아바타라는 조어를 드루킹이 만들고 문재인 캠프가 어떤 형태로든 관여했다.

실제로 내가 이를 경험했다. 20대 중반 갓 대학을 졸업한 여성이 내 앞에서 안철수를 mb 아바타라며 정색을 하며 비난했다. 명랑하고 활달했던 그녀가 돌변하는 모습은 참으로 기괴한 장면이었다.

 나름 정치적 풍파를 겪어 온 내 경험 중에서 가장 기이한 경험 중 하나로 기록될 것 같다. 맥락이 없는 적개심의 뿌리가 무엇일까? 결국 댓글 공작이 그 뿌리인 셈이다. 여론 조작은 청년 세대를 그렇게 물들였다.

 노무현이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노무현을 사랑하고 존경했던 이유 중 하나는 그가 진실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현 집권세력은 노무현과 다른 사람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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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향은 2000년대 후반을 계기로 진보라는 이름하에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광우병이다. 나는 2005년 한미FTA범국민대책위원회의 정책팀장이었다. 내가 정책을 생산하는 입장은 아니었고 정책 간사 정도의 역할이었다. 나는 광우병 문제를 제기하는 진보 논객들의 주장을 믿었다.

지금은 당황스럽다. 2017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액은 1조원에 육박한다. 그렇다면 광우병은 무엇이었을까?

우리가 틀릴 수 있다. 20대 시절 내가 믿었던 신념 중 유효한 것이 얼마나 있을까 싶다. 그럼에도 우리가 재기할 수 있는 것은 실패를 인정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기풍 때문이다.

아래 기사를 확인해 보기 바란다. 왜 광우병 문제에는 과거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없는 걸까?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는가? 아니면 이제는 쓸모없는 담론이기 때문인가?

댓글은 더 가관이다. 지금은 어디까지 의견이고 어디까지 조작인지 확인하기 어렵게 되었지만 댓글의 영역에서 사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http://v.media.daum.net/v/20180407073507941

며칠 전 세월호 기념식이 있었다. TV를 보는데 세월호 관련자가 세월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말한다. 내가 잘 모르면 말해 주기 바란다. 세월호에서 아직 밝혀야할 특별한 무엇이 있는가? 박근혜를 넘어 또 다른 누군가가 배후에 있는가?

학종이 금수저 전형이라는 학부모들의 주장을 듣다 보면 황당하다. 아무런 동요도 없이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기 위한 거짓말을 서슴없이 한다. 그리고는 뒤돌아서서 문재인을 열렬히 지지한다.

김기식과 삼성의 음모와 관련한 기사를 소개한다. 한겨레신문 내용이다. 이 기사를 보고 전후 사정이 납득이 된다. 기사의 요지는 대통령조차 금융개혁의 실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발표한 적이 없단다. 그럼에도 금융개혁의 실체에 대한 논의는 실종되고 삼성의 음모라는 담론만 기승을 부렸다.

http://m.hani.co.kr/arti/economy/finance/841002.html#cb

한국 GM과 관련해서는 다음의 기사를 소개한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25&aid=0002814296&sid1=001

나는 GM, 금호타이어, STX 등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내가 본 많은 기사 중 들을만한 가치가 있는 몇 되지 않는 기사였다.

반면 유시민·노회찬·심상정 등 일류급 정치인들이 팟 캐스트 등에서 말하는 주장을 납득하기 어렵다. 그들은 적당히 가공된 부분적인 데이터에 대중에 영합하는 과도한 멘트를 유려한 말솜씨를 얹어 단호하게 주장한다.

최근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는 거의 모든 문제에서 그렇다. 지난 10년 동안의 한국 정치 문화가 그런 풍토를 조장해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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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의 삶의 여정을 보면 남 일 같지 않다. 386의 사상 궤적에서 결정적으로 비어있는 것이 있다. 신념에 앞서 사실을 검증하고 데이터에 기초하여 신념을 보류하는 신중한 태도이다.

유시민·진중권·노회찬 등이 그렇고 김어준은 매우 심각한 사례이다. 그런데 이들이 스타가 된 데는 민주화 세대의 독특한 문화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이런 부정적인 유산을 증폭시키며 권력에 접근한 정치 집단이다.

진보를 재정의하는 게 좋겠다.

세상을 진보와 보수가 아니라 팩트에 충실하며 거기에 복종할 마음과 태도가 있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로 구분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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