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와 한반도 평화와 화해협력을 염원하는 '촛불, 평화를 노래하다'가 21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됐다. 참가자들이 '조국통일 전문가수' 우리나라의 공연에 맞추어 기차놀이를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엿새 앞으로 다가온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와 한반도 평화와 화해·협력 실현을 염원하는 국민 한마당, '촛불, 평화의 봄을 부르다'가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됐다.

지난 10일 77개 시민, 사회, 종교단체와 458명 개인의 참여로 발족한 '화해와 평화의 봄' 조직위원회 주최로 행사가 열린 이날 광화문광장은 그간 기승을 부리던 미세먼지도 잦아들면서 모처럼 따뜻한 봄날의 햇살을 만끽하는 참가자들이 뿜어내는 부푼 기대와 희망의 기운으로 가득했다.

'화해와 평화의 봄' 조직위원회 공동조직위원장인 이창복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은 "한반도 평화와 남북 화해와 협력을 향한 큰 진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전 세계가 이곳 한반도, 우리의 발걸음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남북, 북미정상회담으로 오랜 갈등의 고리를 풀고 화해와 평화로 나아가는 우리 한반도의 모습은 새로운 미래를 전 세계앞에 보여주게 될 것이다. 이 얼마나 가슴벅찬 일인가"라고 화해와 평화의 봄을 맞는 감격을 표시했다.

▲ 이창복 화해와평화의봄 조직위원회 공동조직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어 "어렵게 성사된 이번 정상회담에서 온 겨레앞에 훌륭한 성과를 보여주기를 바란다"는 인사와 함께 "민족 자주의 원칙에 따라 겨레의 운명을 주도적으로 개척해가는 그런 회담이 되고, 한반도 평화를 선도하는 회담, 남북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회담이 되길 간절히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제재를 뛰어넘어 남북사이의 화해 협력,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가 선도적으로, 또 과감하게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들에게는 "지난 수십년간 평화와 통일의 노정에서 많은 분들이 피와 땀을 바쳤고 분단과 전쟁에 기생하던 불의한 정치권력을 쓰러뜨린 촛불항쟁 또한 오늘의 봄을 일군 토대가 되었다"면서 "촛불항쟁으로 나선 시민들의 자발적인 행동이 평화와 통일의 길에서 더욱 꽃필 수 있다면 한반도 평화와 민족의 대단합은 그 어느 누구도 훼손할 수 없는 반석위에 올라설 것"이라고 꾸준한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정부 당국에는 다방면의 교류와 왕래, 공동행사 및 협력사업 등 각계 각층이 이 땅의 평화와 통일을 일구는 당당한 주인공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뒷받침을 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날 행사에는 참가 시민들의 기대와 희망을 반영하듯 다채로운 사전행사와 시민발언, 다양한 공연이 펼쳐졌다.

▲ 가수 최진희 씨는 평양공연 레퍼토리인 '사랑의 미로'와 '뒤늦은 후회'를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최근 평양 공연까지 네 번을 다녀온 덕분에 '평화의 가수'라는 별칭을 얻게 된 가수 최진희씨는 '사랑의 미로'와 '뒤늦은 후회' 등 평양공연 레퍼토리를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최씨는 "통일을 원하는 간절한 마음이 전 세계에 전해지고 북에도 전달되기를 바란다. 희망이 실현되는 그날이 올때까지 계속 전진하자"고 말했다.

방송인 김미화 씨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인 도종환 시인이 지난 2001년 8월 19일 평양에서 열린 8.15 민족통일 대축전 당시 남측 문인을 대표해 준비해 간 '먼곳의 벗에게 쓰는 편지'를 낭송해 감동을 선사했다.(아래 전문)

북측 유명 생수인 '강서청산수'를 들여와 판매하던 김영미 바로텍 대표는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권 10년동안 1,300여명에 달하는 남북경협 기업인들이 모진 고통속에 10년 세월을 기다렸다. 이제 남북정상회담으로 물꼬가 트이면 경협재개로 그치지 않고 다방면에 걸쳐 교류협력이 활성화되지 않겠느냐"고 기대를 나타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공동대표인 한국염 목사는 올해 90살이 되는 길원옥 할머니가 13살때 강제로 떠난 평양의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쓴 편지를 대신 낭독하고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서, 할머니가 평양에서 '고향의 봄'을 부르는 모습을 보고싶다"고 울먹였다.

▲ 왼쪽부터 김영미 바로텍 대표, 방송인 김미화 씨, 한국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노래극단 희망새는 가수 서현씨가 평양공연에서 부른 '푸른 버드나무'와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서울공연에서 부른 '백두와 한라는 내조국'을 연이어 부르면서 행사의 시작을 뜨겁게 달구었다. 프로젝트팀 '고래'는 아리랑 선율을 힙합과 힘찬 비보이 공연으로 표현해 참가자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부산종교평화연대 대표인 방영식 목사는 화해와 평화의 기운이 폭포수처럼 전국에 넘쳐나도록 부르겠다면서 박력넘치는 성량으로 '박연폭포'를 불러 박수갈채를 받았다.

공연예술인노동조합이 선보인 연극 '어깨동무 내동무'는 10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관객들을 울리고 웃기는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다. 서울 신월동에서 반려견 예삐를 찾아 황해북도 개풍군으로 가게 된 12살 소녀 '장다나'가 그곳에서 동갑내기 소년 리은혁을 만나 함께 서울로 돌아오는데...어느덧 잠에서 깨어보니 소년과 소녀는 통일된 평양에서 부부가 되어 가정을 이루고 있더라는 내용.

'조국통일 전문가수'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노래패 우리나라는 너스레가 아님을 증명이라도 하듯 힘차고 경쾌한 새 노래 '가자 통일로'와 '백두산에 올라'를 열창, 500여명의 시민 참가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도록 했다. 

앞서 행사장 무대 주변에서는 이진석 작가의 통일그림전과 '평화의 봄' 캐리커쳐 그리기, '통일이 되면 필요한 헌법을 만들어어 봐요', 단일기(한반도기) 뱃지 판매, 대형 단일기 평화메시지 쓰기 퍼포먼스 사전행사가 진행됐다.

먼 곳의 벗에게 쓰는 편지

도 종 환

벗이여 우리 만나 이런 것을 서로 자랑하면 어떨까 
그대와 우리 중 누가 더 많이 서로를 사랑했는지 
그대들과 우리 중 누가 더 서로를 그리워했는지 
먼 곳의 벗이여 그대들과 우리가 만나 
이제는 누가 더 총칼을 많이 쌓아두었는지 자랑하지말고 
누가 더 이땅의 하나됨을 간절히 소망했는지 
누가 더 한 나라 한 겨레 되기를 진심으로 바랐었는지

벗이여 그런 마음을 서로 털어놓는다면 
이제는 누구의 곳간이 더 넉넉한가 견주지 말고 
어떻게 서로 나누며 사람답게 살 수 있는지 밤새워 의논하고 
서로를 쓰러뜨리던 기억보다는 서로를 부축해 세울 수 있는 마음을 
누가 더 똑똑했던가를 겨루기보다는 누가 더 많이 부끄러웠던가를 
터놓고 다독이며 새도록 밤을 밝힐 순 없을까
그대들과 우리 포연 자욱히 묻었던 옛날 옷 벗어 묻고 
보통강 물줄기에 빨아 헹군 그대들 옷과 
북한강 상류에서 빨아 입은 우리 새옷을 입고 
누가 더 전쟁을 미워했는가를 이야기하는 일은 어떨까 

벗이여 이땅의 구석구석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들을 
우리 함께 찾아나서 삽질해 묻으면서 
삼천리를 우리의 새로운 땀으로 적시면 어떨까 
우리가 못다 했던 사랑 능금빛 얼굴 우리 착한 아들딸들에게 주어 
그대들의 아들과 우리의 딸들이 서로 사랑하게 하면 어떨까 

벗이여 그렇게 우리가 화해와 축복의 잔치마당에서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춤추며 만나는 일은 또 어떨까 
아직도 만날 수 없는 먼 곳의 벗이여 
이제 다시는 싸움으로 만나지 말고 화해와 용서로 만날 순 없을까 
진정으로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마음과 마음으로 만날 순 없을까 
내가 먼저 거짓을 버리고 네가 더 너그러워져서 
압록강 낙동강 물이 큰바다에서 만나듯 섞이며 만날 순 없을까 
목이 타듯 그리운 사람들이여 목마르게 애타는 산하여 사랑이여.

▲ 노래극단 희망새 '푸른 버드나무'와 '백두와 한라는 내조국'.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프로젝트 팀 고래의 힙합, 비보이 공연.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부산종교평화연대 방영식 목사의 '박연폭포'.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공연예술인노동조합의 연극 '어깨동무 내동무'.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평창 스노우어린이합창단 공연.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평창동계올림픽 공동응원단.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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