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트남 중부 꽝남성 퐁니.퐁넛 마을과 하미마을에서 한국군에 의해 가족을 잃은 두 명의 생존자 응우예티탄 씨들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기자회견장에서 성명서를 발표했다.[사진제공-한베평화재단]

“한국군은 그러한 끔찍한 잘못을 저질러놓고 50년이 넘도록 그 어떤 인정도 사과도 하지 않는 것인가요.”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생존자들이 한국군에 물었다. 그리고 한국군의 사과를 요구했다.

베트남 중부 꽝남성 퐁니.퐁넛 마을과 하미마을에서 한국군에 의해 가족을 잃은 두 명의 생존자 응우예티탄 씨들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기자회견장에서 성명서를 발표했다.

퐁니퐁넛 마을의 응우예티탄 씨는 “1968년 그날, 저는 여덟 살이었다. 한국군의 학살로 어머니, 언니, 남동생, 이모, 사촌 동생까지 모두 다섯 명의 가족을 잃었다. 저는 배에 총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어째서 우리 가족에게 이런 비극이 벌어진 것인지 알 수 없었다. 5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저는 그날의 잔인한 학살의 이유를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미마을에서 온 응우예티탄 씨는 학살 당시 11살로, 한국군은 언니의 가족들을 방공호에 몰아넣은 뒤 수류탄을 던졌다. 그는 다섯 명의 가족을 잃었다.

이들은 “왜 한국군은 여성과 어린아이뿐이었던 우리 가족에게 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졌나요. 어째서 집까지 모조리 불태우고 시신마저 불도저로 밀어버린 것인가요”라며 “어째서 한국군은 그러한 끔찍한 잘못을 저질러놓고 50년이 넘도록 그 어떤 인정도 사과도 하지 않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저는 한국 참전군인들의 사과를 받고 싶습니다. 최소한 사과가 있어야 용서도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평생 학살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우리도 고통스럽지만, 가해의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그들 또한 오랜 세월 전쟁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더욱 고통스런 삶을 살아왔을 것입니다. 우리가 서로의 상처를 품고 보듬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과하고 용서함으로써 이 전쟁을 우리 세대에서 끝내고 후손들에게는 보다 평화로운 세상을 물려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들은 오는 21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평화법정’에 증인으로 나선다.

“50년 전 억울하게 희생된 우리의 가족 때문”이며 “가족을 잃고 고통 속에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 때문”이고, “그들을 대신하여 지난날 있었던 어둡고 고통스럽고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될 일들을 세상에 말하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박주민, 권미혁 의원이 함께했다.

▲ 홍익표 의원이 응우예티탄 씨를 위로하고 있다. [사진제공-한베평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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