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 정치학 박사(북한정치 전공) · 『수령국가』 저자 · 21기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본인은 <통일뉴스>(2018.03.07.)에 “‘제3차 남북정상회담’ 제대로 읽기: 한반도에 봄이 왔다, 그 ‘싹’을 어떻게 틔울 것인가?”라는 기고에서 여러 가지 해석과 논란의 소지는 있을 수는 있으나 ‘판문점 개최라는 상징성에 비춰볼 때 남북 간에 종전선언 논의도 가능할 수도 있겠다’고 했는데, 그렇게 진행되는 모양이다. 참으로 다행스럽다.
 
그런가 하면 이런 기사도 눈에 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겸 국무위원장이 지난 14일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쑹타오를 만난 자리에서 “중국 공산당의 경험을 거울로 삼아 배우고 싶다”고 밝혔고, 이에 대해 북한은 이제 중국식 개혁·개방문제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주장을 중국의 대외연락부가 15일 공개했는데, 이를 국내 언론들이 대서특필 한 것이다.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
 
한쪽 주장만 가지고 ‘그렇다’고 단정한 것인데, 그것도 팩트(fact)에 근거했다기보다는 일방의 주장만 수용하고, 북한의 공식입장이 없는데도 그냥 그렇게 결론 내려버리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기간 북한이 ‘중국식 개혁개방 모델’에 엄청난 비판적이었다는 것을 안다면, 김 위원장의 ‘중국식 모델’ 수용(사실 이 발언 진의 여부도 확인되어야 한다.)은 중국과는 달리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등을 비롯한 북한 관영매체들이 해당 발언에 대해 어떻게 소개하고 있는지를 동시적으로 보도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그런 해설기사는 전혀 없이 중국의 일방적 주장만으로 그 발언내용을 기정사실화하고, 마치 그런 인식이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보편화한 것은 제아무리 선의적으로 해석하더라도 언론으로서는 정상적인 보도태도라 할 수 없다. 정상적이었다면 이를 비판적으로 논리 전개하는 것이 맞는 것이다. “북·중 관계 회복을 틈타 중국의 희망사항이 반영된 것으로 중국이 북한에다 ‘중국식 개혁·개방’ 좀 했으면 하는 바람을 그런 식으로 흘린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이다.
 
결론적으로 북한인식에 있어 팩트는 정확해야하고, 인식도 정확해야 한다. 그 한 방법으로 접근은 내재적으로 하되, 결과는 외재적으로 접근하여 그 균형을 이뤄내는 것이라 하겠다(내재비판적 접근법). 하지만 여전히-정권교체가 이뤄지고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지만-북한인식과 접근은 희망적 사고와 외재적 접근유혹을 견뎌내지 못하고 있다. 그 정점에 이 글의 주제인 김정은이 중국의 등소평처럼 흑묘백묘(黑苗白描)이론에 근거해 북한경제를 중국식 경제로 전환하려 한다는 매우 희망적 사고가 그것이다.
 
그 근거도 유학을 했다는 것과, 제재국면임에도 불구하고 강남경제개발구 추진, 인민생활향상과 개혁·개방의 연결성, 장마당의 활성화, 핵포기와 경제적 지원 등 이러한 지표들이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개혁·개방을 원하고, 제2의 등소평이 되려 한다는 결론이 이들 주장의 핵심논거이다. 충분히 그럴 수도 있고, 가능하지 않는 예측도 아니다. 문제는 이를 침소봉대하는 것에 있다.
 
즉, 북한이 변화하고 있다는 한 지표로서의 증거가 북한체제가 본질적으로 변환되고 있다는 결정적 근거가 된다는 식의 결론 그 자체가 되어서는 안 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결론 낸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말이다.  변화도 사실이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그 변화가 어느 방향으로, 또 어떤 목적으로, 또 그 변화를 강제하고 있는 근본축이 무엇인지... 등등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결과를 도출해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글은 김정은에 대한 확인되지 않는 결론에 대해 내재적 관점과 비판적 접근을 통해 ‘김정은 위원장은 제2의 등소평과는 아무런 상관없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북한인식에 대한 왜곡된 잣대를 교정하고자 한다. 몇 가지 이유도 있고,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은 개혁·개방과 아무런 상관없는 <사회주의 완전승리노선>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제7차 당 대회(2016)에서 북한은 이 노선을 채택하면서 이렇게 총화하였다.

"이번 당 대회보고에서 우리 당을 백전백승의 향도적 역량으로 강화 발전시키고 우리나라를 국력이 강한 사회주의 강국으로 일떠세워준 불멸의 혁명업적을 총화 했다."

여기서도 눈 여겨 봐야 할 워딩이 ‘불멸의 혁명업적을 총화’이다. 자신들이 걸어온 그 사회주의의 길을 혁명적으로 총화 했으며, 그 결과는 계속 그 길을 가겠다는 것과 사회주의 이상 국가를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는 결론이 그것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다음과 같은 대목에서도 확인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물질 경제 생활의 력사적인 발전 단계에서 사회 경제 제도의 형성과 발전, 교체의 합법칙성을 밝히며”에서인데, 이는 북한 스스로가 지난 시기를 총화 함에 있어 사회주의 건설기(김일성시대)를 지나 체제수호(김정일시대)라는 ‘고난의 행군’ 시기를 마감하고, 사회주의 문명국가라는 ‘사회 경제 제도의 형성과 발전,  교체의 합법칙성’을 밝혀내었다는 총화가 그것이다. 즉, 사회주의체제의 계속 진군인 것이다.  
 
둘째, 북한은 현실사회주의 몰락에 따른 북한식 총화를 철저히 이해해낸 국가이다. 그러나 보니 이 지구상에서 거의 유일하게(?) 정치체제로서의 사회주의와 경제체제로서 사회주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국가가 되어있다. 유일정당체제와 계획경제제도에 부합하고 있어서 그렇다. 그 연장선상에서 북한이 소련 등 현실사회주의 체제의 몰락에서 얻은 경험과 교훈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존재한다.

①수령(최고 영도자) 중심의 일심단결 중요성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뇌수 없는 사람의 생명체가 없듯이 수령 없는 국가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총화였다. 즉, ‘잘못된’ 최고 영도자의 후과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뼈저리게 느끼게 했다는 것이다.

②경제노선에 있어서도 정치사상적 자극 없는 물질적 자극이 갖는 위험성을 직접 목도했다는 점이다. 그 결과 북한은 어떠한 경우가 있더라도 정치사상적 자극을 우선하면서 물질적 자극을 결합시키는 경제성장 원칙과 사업 작풍을 견지하게 되었다. 그래서 6.28방침과 7.1초지 등도 우리 눈으로 보자면 개혁·개혁정책이지만, 그들은 어디까지나 ‘개건’의 문제였다.

③인민과 당의 관계가 비적대적 모순이어야 하나, 멸망할 때 소련과 동구권의 나라들에서는 인민과 당과의 관계가 적대적 모순관계로 인한 당과 인민간의 괴리가 멸망의 주된 원인으로 작동되게 되었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④군대를 당의 군대로, 더 나아가서는 수령의 군대로 그 성격을 보다 분명히 하였다는 점이다. 소련과 동구권의 멸망을 지켜보면서 북한은 군대가 당의 편에 서지 않고, 당과 수령으로부터 등을 돌린 인민의 편에 서는 것을 보면서 군대를 국가를 지키는 무력수단뿐만 아니라 당의 군대, 수령의 군대 성격으로 전환하였다.

이 네 가지 총화로부터 북한은 수령 중심의 당국가체제로 더더욱 좌향좌 해내고자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잊어서는 절대 안 된다.
 
셋째, 북한의 경제체제는 철저하게 <계획경제를 기본으로 ‘특구경제 + 민족경제’의 혼합으로 설계>되어 있다. 이 말은 북한은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제7차 당 대회에서 사회주의 완전승리노선을 채택해놓고, 그것도 기간 자신들의 길을 ‘불멸의 혁명업적’으로 총화 해놓고, 경제만 중국식으로 자본주의체제를 띈다?

이것은 총화의 내용과 형식이 전혀 맞지 않는 기형적 국가체제임을 북한 스스로가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그런 희망적 상상은 현실이 되기 어렵다는 말이다. 다만, 위②에서 확인하였듯이 ‘고쳐서 다시 쓰다’의 의미가 있는 개건방향으로 사회주의 경제체제 체질이 조금은 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6.15공동선언 4항 “남과 북은 경제 협력을 통하여 민족 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이하, 생략)”에서 확인받듯이 민족경제적 관점에서 경제활성화 방향을 찾고 있음도 분명하다.

더해서 가장 최근에 조성된 강남경제개발구 등 20여개의 특구경제에서도 확인받듯이 제한된 범위 내에서의 자본주의적 경제제도도 도입하고자 할 것이다. 이른바 사회주의 경제제도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의 자본주의제도의 도입방식인 것이다. 그것도 사회주의경제제도+자본주의경제제도의 혼합경제방식이 아니라, 사회주의경제제도를 기본질서로 하면서도 공간적으로 차단된 특구지정을 통한 폐쇄적인 자본주의경제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하여 특구경제의 도입을 자본주의적 요소의 도입이라 그렇게 착각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넷째, 북한은 무역과 수입에 의존하는 경제체질이 아니다. 하여 계량(수치)으로 접근된 데이터로만 파악해서는 놓치기 쉬운 부분이 발생함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특구가 몇 개가 더 늘어났나? 공장 가동률이 몇 %이냐? 장마당 숫자가 어떻게 변동 생겼니? 등등 이러한 것들로 자본주의적 요소가 강화되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정치우위의 국가질서를 갖고 있고, 무역의존도는 10%도 안 되는 자립··자강·주체의 경제체제와 경제운용방식도 민생경제, 수령(당)경제, 국방경제 등으로 나눠져 있는 특성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이를 수치로만 체크해내는 오류가 발생해서 그렇다. <AP통신> 전 평양지국장을 지낸 진 리 같은 사람도 이를 분명히 해주고 있다. 북한은 절대 개혁·개방경제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 단언으로 말이다.
 
해서 결론은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의 경제상황과 여건에 맞지 않는 것은 부분적으로 개건과 같은 방식으로 경제체제를 좀 손보겠지만, 그 결과가 우리가 희망하는 것처럼 등소평의 길로 나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저서로는 『수령국가』(2015)외에도 『사상강국: 북한의 선군사상』(2012), 『세습은 없다: 주체의 후계자론과의 대화』(2008)가 있다.
강의경력으로는 인제대 통일학부 겸임교수와 부산가톨릭대 교양학부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주요활동으로는 전 한총련(2기) 정책위원장/전 부산연합 정책국장/전 부산시민연대 운영위원장/전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사무처장·상임이사/전 민주공원 관장/전 하얄리아부대 되찾기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전 해외동포 민족문화·교육네트워크 운영위원/전 부산겨레하나 운영위원/전 6.15부산본부 정책위원장·공동집행위원장·공동대표/전 국가인권위원회 ‘북한인권포럼’위원/현 대한불교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부산지역본부 운영위원(재가)/현 사)청춘멘토 이사/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21기 통일부 통일교육위원 외 다수가 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