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너의 광기로 하여금 너의 이성을 감시하게 하라 (라캉)

 

 샘물 
 - 김달진 

 숲속의 샘물을 들여다본다
 물속에 하늘이 있고 흰 구름이 떠가고 바람이 지나가고
 조그마한 샘물은 바다같이 넓어진다
 나는 조그마한 샘물을 들여다보며
 동그란 지구의 섬 우에 앉았다


 드라마 ‘밥상 차리는 남자’에서 어린 아들을 잃어버린 어머니가 울부짖는다. ‘아들만 찾으면 광화문에서 내 전 재산을 사람들에게 나눠줄 거야!’

 아마 많은 부모님들이 이 말에 공감할 것이다. ‘아무렴 돈보다 아들이 더 중요하지.’

 하지만 아들을 찾은 어머니는 진정으로 행복해질까? 처음에는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하겠지만 차츰 시간이 흐르며 또 다른 결핍감이 스멀스멀 몰려 올 것이다.

 원시인들은 나이 많은 남자들에겐 아버지라고 부르고 나이 많은 여자들에게는 어머니라고 불렀단다. 그런 사회는 얼마나 아름다울까!

 현대 사회가 살기 힘든 건, 사랑의 범위가 ‘나, 내 가족’에 한정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가족마저 해체되어 가니 티끌 같은 ‘나’만 달랑 남는다. 산다는 게 얼마나 허망한가!

 삼라만상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데, 사랑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 삶은 황폐화될 수밖에 없다.

 시인은 길을 찾아 숲 속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온 산을 헤매었을 것이다. 그러다 작은 샘을 발견하고 목을 축이려 고개를 깊이 숙였을 것이다.

 ‘숲속의 샘물을 들여다본다/물속에 하늘이 있고 흰 구름이 떠가고 바람이 지나가고/조그마한 샘물은 바다같이 넓어진다’

 그러다 기적이 일어난다.

 ‘나는 조그마한 샘물을 들여다보며/동그란 지구의 섬 우에 앉았다’

 샘이 바다가 되고, 지구가 동그란 섬이 된다. 시인은 섬 위에 거인처럼 서 있다. 한 폭의 신선도(神仙圖)다. 

 인간은 이렇게 한순간, 우화등선(羽化登仙)할 수 있는 존재다.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 라캉은 ‘너의 광기로 하여금 너의 이성을 감시하게 하라!’고 역설한다.

 그는 ‘숲 속의 샘을 보고 샘으로만 보는 사람을 샘을 바다로 보는 사람이 감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그만 물고기 곤이 한순간, 커다란 붕새로 변신하여 남명(天池)을 향해 날아간다. 붕새는 한 번 날개를 치면 9만 리를 날아간다.

 한 순간에 샘을 바다로 만들고 지구를 동그란 섬으로 만드는 시인. 붕새의 상상력을 지닌 이런 인간이야말로 진정한 인간일 것이다.

 참새들은 붕새를 보고 비웃는다. ‘야, 저 붕새라는 놈은 참 이상하구나! 너하고 나하고는 저 옆 나무 가지만 날아가도 힘들어서 쉬는데, 쟤는 왜 9만 리씩이나 할 일 없이 날아다니는 것이냐?’
 이 나무 가지 저 나무 가지를 한평생 부지런히 날아다니는 참새의 삶은 얼마나 고달프고 허망한가!

 요즈음 모 고등학교에서 인문학을 강의하고 있다. 루소는 10대 중반이 될 때까지는 ‘지적(知的)인 교육’을 하지 말라고 했다.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신비로움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우리 아이들은 오랫동안 집과 학원, 학교를 부지런히 오가며 지적인 교육을 받느라 삶의 신비를 잃어버렸다.

 인문학이 아이들 마음 깊은 곳에서 잠자는 광기를 깨워줄 것이다. 참새가 되어버린 마음을 붕새가 되어 훨훨 날아가게 할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의 사랑이 온 우주에 가득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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