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남북정상회담을 두고, 조명균 장관은 구체적인 의제를 주고받기보다 신뢰를 쌓는 것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첫 만남에 일단 무게를 둔다는 의미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9일 기자들과 만나, “남북정상회담 자체가, 북한의 의사결정 체제를 감안하면 미리 틀을 정하듯 구체적으로 정하기에 한계가 있다”며 “이번은 남북 정상이 지금 정부와 김정은 위원장이 처음 만나는 거라, 의제 제한 없이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07년 10.4정상회담 이후 11년 만의 남북 정상의 만남인 데다가,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남북관계가 6.70년대로 되돌아갔기 때문에, 남북관계 개선 시작단계인 신뢰 형성이 우선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조 장관은 “의제라는 것이 틀을 정한다는 것에 한계가 있다”며 “양 정상이 처음 만나는 것이고 신뢰 형성의 측면에서 의제 제한 없이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도록 실무선에서 잘 준비하자는 측면”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부는 남북경협, 민간교류 등 구체적인 사안 대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 남북관계 진전이라는 세 가지 큰 틀을 핵심에 놓고 준비위원회를 구성한 상태. 이번 정상회담 결과, 과거 ‘6.15선언’, ‘10.4선언’ 등과 같은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합의문을 내놓을지도 미지수이다. ‘신뢰 형성’에 방점이 찍혀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현실성, 실현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너무 성급한 것처럼, 낙관적인 것처럼 접근해서는 안 된다”며 “평양 가서는 밤샐 수도 있지만, 여긴(판문점) 밤을 못 샌다. 시간 제약도 있다. 너무 상황을 쉽게 보고 많이 접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서 실효성있는, 현실성있는 접근은 해야한다”고 조 장관은 강조했다.

그는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지속가능한 남북관계와 제도화장치 마련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부가 바뀌어도 흔들림 없는 남북관계가 지속되어야 한다는 의미.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남북기본합의’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제2차회의’에서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을 제도화해야 한다. 이번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에는 지난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기본 사항을 다 담아서 국회 비준을 받도록 준비하길 바란다”며 “그래야 정치상황이 바뀌더라도 합의내용이 영속적으로 추진된다”고 지시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조명균 장관은 “지금 합의할 것은 과거 합의에 보면 대개 있다. 그것들이 제대로 이행되는 것은 하나도 없고, 그렇다고 잘못된 합의라고 할 수는 없다”며 “정신을 이어받으면서 지금 상황에서 더 필요한 것은 없는지 그런 것을 감안해서 합의하고 그런 것들이 지속 가능하게 제도화하는 부분이 무엇보다 남북관계에서 중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북측은 국제사회가 기대하는 수준의 비핵화를 들고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조 장관은 관측했다. <조선신보> 등의 북측 매체들의 내용이 “굉장히 (비핵화 관련) 연구를 많이 했”으며 “나름대로 국제사회 분위기도 잘 알고 있”기에, “(비핵화를) 연구하고 나오지 않겠느냐”는 해석이다.

조 장관은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게 되지만, 아직 남북관계는 살얼음판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지난 1월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이 방남 날짜를 변경하던 당시를 언급하며, “10년 가까이 불씨가 없어졌다고 생각했다. 불씨를 살려서 비핵화, 남북관계를 복원한다는 여러 가지 사항을 하나하나 본 것이다. 시작이 조금 무리없이 행해지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철 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에 대해, 조 장관은 “포괄적인 한반도 문제, 남북보다 더 넓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구나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북.중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위원장 바로 옆에 배석한 모습에서 “핵이라던가 외교까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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