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있는 사람은 힘을 내고 지식있는 사람은 지식을 내고 돈 있는 사람은 돈을 내어 모두 다 나라의 통일과 통일된 조국의 융성번영을 위하여 특색있는 기여를 함으로써 민족분열을 끝장내고 통일된 7천만 겨레의 존엄과 영예를 세계에 떨쳐야 한다.”

북한 김일성 주석이 1993년 4월 6일 발표한 ‘전민족대단결 10대강령’이다. 북한은 1972년 ‘조국통일 3대원칙’, 1973년 ‘조국통일 5대강령’, 1980년 ‘고려연방제 통일방안’ 등을 통합해 통일과 관련한 내용을 하나로 묶어 1993년 ‘전민족대단결 10대강령’을 발표했다.

이는 오는 27일 판문점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발표 25년을 맞은 북한의 통일대강인 ‘전민족대단결 10대강령’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까.

‘전민족대단결 10대강령’은 1993년 4월 6일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제9기 제5차회의에서 강성산 총리의 보고를 통해 발표했다. 소련을 중심으로 한 사회주의권의 붕괴와 경제난으로 북한으로 하여금 민족대단결을 다시 외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일부의 평가가 있다.

1990년 5월 김일성 주석은 긴장상태 완화와 조국통일을 위한 평화적 환경의 조성 등을 담은 ‘조국통일 5개 방침’을 제시하면서, “전체 조선민족은 계급적 차이, 사상과 정견, 신앙의 차이를 가리지말고 오직 민족 공동의 이익을 앞세우는 원칙에서 단결해야 한다”면서 민족대단결론을 강조했다.

그리고 “조국의 자주적 평화통일을 이룩하기 위하여서는 전민족이 단결하여야 한다. 모든 차이를 초월하여 우선 하나의 민족으로 단결하여야 하며 조국통일의 길을 함께 열어나가야 한다”고 시작하는 ‘전민족대단결 10대강령’으로 집약된다.

‘전민족대단결 10대강령’은 말 그대로 10개의 통일지침을 담고 있다.

1. 전민족의 대단결로 자주적이고 평화적이며 중립적인 통일국가를 창립하여야 한다.

2. 민족애와 민족자주정신에 기초하여 단결하여야 한다.

3. 공존, 공영, 공리를 도모하고 조국통일위업에 모든 것을 복종시키는 원칙에서 단결하여야 한다.

4. 동족사이에 분열과 대결을 조장시키는 일체 정쟁을 중지하고 단결하여야 한다.

5. 북침과 남침, 승공과 적화의 위구를 다같이 가시고 서로 신뢰하고 단합하여야 한다.

6. 민주주의를 귀중히 여기며 주의주장이 다르다고 하여 배척하지 말고 조국통일의 길에서 함께 손잡고 나가야 한다.

7. 개인과 단체가 소유한 물질적, 정신적 재부를 보호하여야 하며 그것을 민족대단결을 도모하는데 이롭게 이용하는 것을 장려하여야 한다.

8. 접촉, 내왕, 대화를 통하여 전민족이 서로 이해하고 신뢰하며 단합하여야 한다.

9. 조국통일을 위한 길에서 북과 남, 해외의 전민족이 서로 연대성을 강화하여야 한다.

10. 민족대단결과 조국통일위업에 공헌한 사람들을 높이 평가하여야 한다.

북한이 내세운 ‘10대강령’의 골자는 ‘민족대단결’이다. 민족이 단결하면 통일을 이룩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통일은 남북이 상대를 먹고 먹히는 방식이 아닌 ‘자주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통일국가의 형태로 ‘연방제’를 거듭 천명하고 있다. ‘전민족의 대단결로 자주적이고 평화적이며 중립적인 통일국가’에 대해 북한은 “북과 남은 현존하는 두 제도, 두 정부를 그대로 두고 각 당, 각 파, 각계각층의 모든 민족성원들을 대표할 수 있는 범민족통일국가”라고 설명한다. “북과 남의 두 지역 정부가 동등하게 참가하는 연방국가로 되어야 한다”는 것.

이는 2000년 6.15공동선언 2항 ‘남과 북은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한다’는 내용에도 들어간다.

‘낮은 단계 연방제’는 하나의 민족, 하나의 국가, 두 개의 제도, 두 개의 정부가 정치, 군사, 외교권을 비롯한 현재의 기능과 권한을 그대로 가지게 하고 그 위에 민족통일기구를 내오는 방법으로 남북관계를 민족공동의 이익에 맞게 통일적으로 조정해 나가는 것을 기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즉, 연방제를 통해 최종적으로 하나의 통일된 나라를 만들자는 것. 이를 위해 전민족이 ‘민족애와 민족자주정신’을 기르고, 남북간 정쟁을 중지하며, 흡수통일을 배척하면서 서로 이해하고 신뢰하며 단합해 연대하자는 게 바로 ‘전민족대단결 10대강령’이다.

이러한 북한의 통일대강은 김정은 시대에도 유효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우리는 민족을 중시하고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그가 누구든 과거를 불문하고 함께 나아갈 것이며 북남관계개선을 위해 앞으로도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전민족대단결 10대강령’의 내용 면면은 사실 상식적인 이야기이다. 남북이 통일을 하려거든, 상대를 헐뜯지말고 교류하며 서로를 이해하며, 여기에 우리는 하나의 민족이라는 감정을 품어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제시한 “남북이 함께 살든 따로 살든 서로 간섭하지 않고 서로 피해주지 않고 함께 번영하며 평화롭게 살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말도, 통일국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통일을 위한 공존.공영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전민족대단결 10대강령’과도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다.

남북이 평화통일을 위해 어떤 길을 나설 것인가. 북한 ‘전민족대단결 10대강령’ 발표 25년인 오늘, 오는 27일 판문점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 전민족의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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