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여성 안에는 언제나 최소한 약간의 좋은 모유가 늘 남아 있다 (엘렌 식수)


 사모곡
 - 감태준

 어머니는 죽어서 달이 되었다
 바람에게도 가지 않고
 길밖에도 가지 않고,
 어머니는 달이 되어
 나와 함께 긴 밤을 같이 걸었다.


 사슴의 보은으로 부부가 된 ‘나무꾼과 선녀’. 아이를 셋 낳을 때까지는 선녀에게 날개옷을 보여주지 말라는 사슴의 당부를 어겼다가 나무꾼과 선녀는 헤어져 지상과 하늘에 살게 된다. 간신히 하늘나라에 올라간 나무꾼은 지상에 사는 어머니가 그리워 용마를 타고 지상으로 내려오게 된다. 이번엔 용마에서 절대로 내리지 말라는 선녀의 당부를 잊은 나무꾼은 다시는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게 된다. 나무꾼은 날마다 하늘을 쳐다보며 슬퍼하다가 죽었다. 그리고는 수탉이 되어 지금도 지붕 위에 올라 하늘을 바라보며 슬피 운다고 한다.

 어머니와 아내 중 한 여자를 택해야 하는 남자의 심리가 가슴 아프게 나타나 있다. 어느 여자를 택해도 남자는 불행할 것이다.

 힘들 때마다 어머니의 집에 가서 하루 자고 온다는 한 남자의 얘기를 들었다. 나도 힘든 어느 날 고향에 있는 어머니의 무덤에 가서 한참 울다 온 적이 있다. 

 남자는 어머니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 같다. 물론 아내 없이도 살  수 없다. 모계사회에서는 남자는 어머니 집에 계속 사니까 어머니와 헤어지지 않고 다른 여자를 사랑하며 살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모계사회의 남자는 안정감이 있고 강하면서도 부드럽다.

 어머니와 헤어져 아내와 살지만 항상 어머니를 잊지 못하는 남자. 이런 남자가 지배하는 가부장 사회는 얼마나 건강할 것인가?

 남자는 점점 ‘사랑’을 잃고 ‘권력’에 취하게 될 것이다. 삭막한 세상에 살기 위해 자신을 ‘마초(남자다움을 과시하는 남자)’로 만들어 갈 것이다. 소주잔에는 눈물이 반이면서 겉으로는 강한 척하는 남자. 그런 남자에가 여자는 삶의 동반자가 아니라 ‘어떤 대상’이 되어 버린다.    

 한평생 ‘사모곡’을 불러야 하는 남자. ‘어머니는 죽어서 달이 되었다/바람에게도 가지 않고/길밖에도 가지 않고,/어머니는 달이 되어/나와 함께 긴 밤을 같이 걸었다.’

 여성 학자 엘렌 식수는 남성의 여성에 대한 근원적 두려움이 신화 ‘메두사의 죽음’으로 나타났다고 말한다. 여성을 괴물로 만들어 죽여야 살 수 있었던 ‘남성의 삶’. 가부장 사회는 원초적으로 남성의 폭력과 슬픔을 품고 있다.  

 현대는 가부장 사회가 자본주의와 결합되며 극한적인 폭력사회가 되었다. ‘사랑 가득한 평등’의 세상이 되려면 가부장 사회와 자본주의가 동시에 극복되어야 할 것이다. 

 인류는 태초에 수 만 년 동안 모계사회를 이루고 살았다. ‘남성성’과 ‘여성성’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뤘고 사람이 사람을 지배하지  않았다. 가부장 사회가 된 지는 수 천 년밖에 되지 않는다. 

 ‘미투 운동’에 대한 대응으로 남성들의 ‘펜스 룰’이 생겨났다고 한다. 여성을 괴물 메두사로 만들었던 가부장 사회의 역사를 똑같이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미투 운동’을 ‘모계사회를 향한 작은 바람’으로 해석할 때 남자들은 새로운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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