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덕 (원불교 교무)


2002년 국제 긴급구호단체인 '평화의 친구들'(Friend of peace)을 결성하여 지진 지역, 쓰나미 현장 등을 10여 년간 다니면서 만났던 네팔, 캄보디아, 러시아 우스리스크, 파키스탄, 미얀마 등의 어린이들의 맑은 눈동자가 눈을 감으면 지금도 보입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무조건 돕는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큰 소리로 줄을 세우며 구호물품을 나눠주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가난보다 차라리 전쟁이 좋다”라는 말처럼 가난은 때론 죄악처럼 취급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가난한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있습니다.

정당한 일자리 만들기, 사회적 문제로 끌어올려 공동해결의 장을 펼치는 그 실행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무함마드 유누스(방글라데시 1940~현재)를 통해 가난한 사람을 대하는 선한 태도, 그리고 아픔을 나누는 깊은 성찰을 배우고 있습니다. 가난을 비난하기보다는 평화로 풀어가는 힘이 중요합니다.

지식경제인들의 평화 행보가 요구되는 시대입니다.

"우리가 바라는 것, 혹은 거부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 됩니다. 우리는 주위에 언제나 가난한 사람이 있을 것이고 빈곤은 인간의 숙명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이 계속 생기는 것입니다.

만약 빈곤을 문명사회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단호하게 거부한다면 빈곤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 필요한 제도와 정책을 마련했을 것입니다."

경제학자, 세계 최초 서민대출 은행가가 되다

▲ 무함마드 유누스. 사진제공-정상덕 교무]

마이크로 크레딧 그라민 은행은 1976년 고리대금업자의 횡포 때문에 아무리 열심히 노동을 해도 빚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여성, 수피야 카툰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이 여성의 사정을 알게 된 무함마드 유누스가 비슷한 처지에 놓인 빈민인 마을 사람들 42명에게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27달러씩 소액대출을 하는 '그라민 은행 프로젝트'가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신용만 있으면 가난한 사람들도 누구든 돈을 빌릴 수 있는 무보증·무담보의 소액신용대출 제도인 '마이크로크레디트'(microcredit)를 처음 시행한 것입니다. 
빌린 돈은 제 날짜에 꼭 갚게 하고, 땅이 없는 사람들에게만 돈을 빌려주며, 될 수 있으면 상대적 약자인 여성들과 함께 일한다는 세 가지 원칙 아래 그라민 은행을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무함마드 유누스는 절대빈곤 퇴치의 공로를 인정받아 자신이 총재로 있는 그라민 은행과 함께 2006년 노벨평화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부자만의 자본주의가 아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자본주의도 존재한다

세계 최초로 오직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은행, 바로 그라민 은행의 유누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자선을 베푸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외면하는 현대 경제학을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사상체계가 필요하며 그 체계는 상품이 아니라 인간을 중심으로 생각하며, 대량생산이 아니라 대중들에 의한 생산이 되어야 한다고 경제학자 유누스는 주장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자본가에게 가는 것이 아니라 자본가들이 농촌 사람들에게 오게 만들자"는 유누스의 철학을 바탕으로 현장을 찾아 움직이고 현장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그라민 은행의 대출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절대 빈곤의 퇴치를 위해 금융산업의 차별적 관행에 저항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다

전통적으로 빈곤은 사회적 부담으로 간주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유누스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빈곤으로부터 자신을 구제할 기회를 주려면 제도적 장벽을 제거하고, 절대 빈곤층을 소외시키는 잘못된 규칙과 법규를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유누스는 '가난한 사람들도 은행에서 돈을 빌릴 권리가 있다'는 강한 신념 아래 무보증·무담보의 소액신용대출제인 '마이크로크레디트'를 고안해냈습니다.

가난에 절망하는 수많은 빈민들을 절대 빈곤의 해악에서 구해내 그들이 보다 나은 내일을 꿈꿀 수 있게 하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그라민 은행은 물고기가 필요한 누군가에게 물고기를 잡아주는 방법을 취하기보다 물고기를 낚을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함으로써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립과 자활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삶의 희망을 제시한 혁신적 은행으로 평가받았습니다.

마이크로 크레디트는 이제 방글라데시라는 작은 나라의 독특한 금융 실험이라는 정의에서 벗어나, 세계 각국이 벤치마킹하는 빈곤 퇴치 모델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2018년 4월 03일 정 상 덕 합장

 

 

원불교 교무로서 30여년 가깝게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함께해 왔으며, 원불교백년성업회 사무총장으로 원불교 100주년을 뜻 깊게 치러냈다.

사회 교화 활동에 주력하여 평화, 통일, 인권, 정의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늘 천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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