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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비핵화 해법’ 큰 틀 합의 징후<기고> 고승우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장
고승우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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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4.02  11:3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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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이라는 목표가 언제 달성될까? 한미, 북미 정상회담에서 그것에 대한 합의가 이뤄질까? 이런 의문이 생기는 한편에서는 혹시 관련국 사이에서 이미 핵심사항에 대한 큰 틀의 합의가 이뤄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관련국 지도자 모두 하나같이 밝은 표정을 짓고, 한반도의 평화 분위기 전환이 자기 공이라고 자화자찬을 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20여년 이상 해묵은 문제인데다 얼마 전까지 전쟁 위기, 말 전쟁이 일상적이었는데 5월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긍정적인 합의가 이뤄지고 그것이 공유된 상황이 아닌가 하는 낙관적 전망을 하게 하는 이유다.

세계가 주시하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해법이 이미 상당부분 구체화된 것이 아니냐 하는 것은 여러 부분에서 확인된다. 여기저기의 퍼즐 조각을 맞추면 그런 결론에 다다른다고 할까? 우선 북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의 극진한 김정은 위원장 환대를 들 수 있다. 시 주석의 태도에서 얼마 전까지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해 반대하면서 유엔 대북 제재에 동참했던 서슬 푸른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그것은 ‘앞으로 잘 해주세요’가 아닌 ‘ 잘 해줘서 고맙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시 주석은 국가 주석 임기제를 폐기한 직후 이른바 ‘시 황제’로 군림한 상황이었고 김 위원장을 환대하는 모습이 중국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중국내 북한에 대한 반감이 일시에 해소되는 효과가 엿보였다. 시 주석의 김 위원장 환대는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해결 방안이 북중 간에 이미 이뤄진 것이란 추정을 가능케 한다.

그러나 중국은 한반도 해빙 무드를 계기로 사드 보복 조치의 하나였던 중국 단체 관광객 방한 제한을 해제하겠다고 밝혔지만 중국 정부를 대변하는 <환구시보>는 지난달 30일 사드의 폐기를 촉구하면서 한미동맹에 대한 경각심을 내비쳤다. 북핵 문제 이후 한미동맹관계가 중국을 압박할 것에 대한 포석인 듯하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다. 그는 한국의 대북특사단이 지난 3월 9일 워싱턴을 방문해 백악관 집무실에서 미 정부 최고위급 외교·안보라인 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하자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수락했다. 당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5월 북미 정상회담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특사단에게 배려한 호의는 대단히 파격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무장관과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을 초강경파로 교체했다. 그러나 국무장관으로 기용된 폼페오 전 CIA(미국중앙정보국) 국장이 이미 수개월 전부터 북한을 포함한 관련국들과 북핵 문제 등에 대한 비밀 접촉을 주도하면서 해법을 찾았고 그런 업적으로 국무장관을 맡아 북미 정상회담 실무를 맡게 되었다고 <미국의 소리>방송이 지난달 29일 보도한 것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강경파를 기용한 것은 대북 ‘압박’을 지속하면서 ‘관여’를 통한 평화적 해결의 공을 챙기겠다는 2중의 포석으로 해석된다.

트위터로 미국 유권자와 직거래하는 소통 스타일을 유지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재선하는 것을 목표로 정치를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가 북핵 문제 등에 대해 하루가 다르게 상반된 메시지를 날려 혼란을 자초하는 것은 부동산 재벌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몸에 익히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가 북미 정상회담을 기정사실화 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최대한 압박을 지속하는 것도 북한에게서 최대한 양보를 받아내겠다는 의사 표시로 읽힌다. 그는 동시에 한미FTA 타결도 북미정상회담 이후로 미룰 가능성을 언급했는데 이 또한 한국의 발목을 잡겠다는 얼굴 두꺼운 노골적인 의사 표시다.

이상에서 본 것처럼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이미 최고 지도자 수준에서 한반도 문제 해법의 핵심 사항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상황인데 과연 그것은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우선 확인되는 사항은 청와대가 북핵 문제에 대해 ‘선 핵폐기, 후 보상’이라는 리비아식 해법은 불가하다고 선을 그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포괄적 합의 후 단계적 이행이라는 구도가 아닌가 하는 <연합뉴스>의 1일자 보도로 이어지고 있다.

북한이 체제 안전 보장이 선결되어야 비핵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변경키는 어렵다는 점도 고려 사항이다. 이는 핵심 합의 사항이 1994년 제네바 합의나,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고 에너지를 지원한다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했던 2005년 9.19공동성명의 수준의 합의가 아닌가 하는 추정이 가능하다.

김정은 위원장이 북중 정상회담에 이어 1일 평양에서 열린 남측 예술단 공연을 관람했으며 특히 북러 및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도 거론되는 등 그의 행보와 관련한 보도 등에서도 한반도 비핵화 해법을 낙관하게 만드는 이유가 발견된다.

남북은 향후 교류협력을 확대하자는 입장을 확고하게 밝히고 있는데, 현재와 같은 유엔 대북 제재가 유지된다 해도 안보리가 지난해 12월 만장일치로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안 2397호의 일부 조항을 활용하면 가능할 것이다.

즉 이 결의안 25–27항은 원칙적으로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 등에 관련 있는 것을 제외한 경제활동과 협력, 식량원조, 인도적 지원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북한 핵문제에 대해 북미 정상회담 등에서 원칙적 합의가 이뤄질 경우 대북 제재 일부 해제나 보류 등의 조치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낙관은 금물이다. 한반도 비핵화에 이어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 등 갈 길이 멀고 이는 인내를 요하는 대장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미국이 과거 제네바 합의와 9.19공동성명이 이행되지 않도록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미국 역대 정권이 그렇듯이 트럼프도 2020년 재선이후 한반도 긴장 또는 무력 충돌 상태가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할 경우 판을 뒤집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는 집권 1년 여 만에 백악관 참모 등 다수의 고위직을 트위터 통보로 잘라 버리면서 ‘동지가 아니면 적이다’라는 메시지를 강조하는 철저한 장사꾼 대통령의 기질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그리고 중국과 미국 모두 ‘핵 없는 북한과 남한이 한반도 분단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최선’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런 점을 남북 지도자들이 잘 살펴야 할 것이다.

이번 국면에서 보듯 한반도 당사자들이 주역을 담당할 경우 외세는 주변부 변수로 전락하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가 강대국들을 요리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는 점에서 남북 공동체 전체의 평화통일 노력이 중요하다. 세계는 지금 한반도의 변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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