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덕 (원불교 교무)

 
그 사람을 가졌는가?
 
만 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방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2018년 3월, 서울시 쌍문동에 위치한 함석헌 기념관을 찾았습니다. 

함석헌 선생님(1901∼1989 )의 육필원고를 만나며 평화를 향한 함석 헌 선생님의 생명의 소리를 되새깁니다. 종교를 위한 종교를 넘어 평화를 위해 몫을 하는 종교인의 길을 다짐하며 사진 속의 함 석헌 선생님과 시선을 마주했습니다.
 
교무의 길을 선택한 대학시절 친구들과 밤새워 얘기하며 외웠던 씨알 함석헌 선생님의 시였습니다. 바보새 함석헌 선생님의 삶은 평화로 향하는 존경이었고 닮고 싶은 힘이었습니다. 정치혁 명을 넘은 인간혁명과 자아혁명의 전체 혁명이 평화의 가장 밑바 닥임을 깨달으며 신천(信天) 함석헌 선생님을 마음에 모십니다.

▲ 쌍문동에 있는 함헉헌기념관을 찾아 평화를 향한 선생의 생명의 소리를 되새겼다. [사진제공-정상덕 교무]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삽니다.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역사를 지을 수 있습니다.
 
한반도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생각하고 실천해 낸 사회진화론자.

함석헌 선생님은 1901년 평안북도 용강에서 태어나 한반도의 20세기 역사를 살다간 한국의 대표적인 사상가입니다. 당시 한 반도는 조선말 사회적 격동기였고, 일본에 의한 식민통치, 해방 과 함께 강대국의 남북한 분할 통치, 이데올로기 갈등과 분단, 한 국전쟁, 분단시대에서 이승만 정권과 군사독재 정권으로 점철되는 격동의 시대였습니다. 

세계적으로는 1차·2차 세계대전을 거 쳐 미·소를 둘러싼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체제 간 냉전의 시대였 습니다. 이같은 격동기를 온몸으로 살아낸 함석헌 선생님의 평화 사상은 이런 20세기 한국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형성된 것이며, 동서양 종교와 철학 사상에 기반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평화는 내게 있어서 하나의 논(論)이 아니라 신조이다”면 서 생명과 평화를 연결시키고 “생(生)은 명(命) 이기 때문에 하나밖에 없는 유일의 길이요, 운동이며 그것이 바로 대도(大道) 인데 그 대도 가 곧 평화의 길이다.”라고 전합니다. 그는 “평화는 공존의 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며, 평화만이 더불어 살 수 있는 길이다.”라고 했습니다.
 
함석헌 선생님은 평화를 인간의 본능이라고 하며, 다윈의 적자 생존경쟁의 원칙을 인간에게 적용하는 것에 반박했습니다. 

생존 경쟁이라는 대전제로 자연을 보는 눈은 필연적으로 약육강식을 본능으로 보게 합니다. 자연계 자체는 상호협조하고 의존하고 화 합하는 면을 가지고 있으며 동시에 인간에게 있어서 생존경쟁의 일면은 경우에 따라서 나타나고 있으나, 그 원래의 모습은 서로 협조하는 것이고 이 본능에서 모든 것이 발달된다고 보았습니다. 
 
함석헌 선생님의 평화운동은 바로 정신운동임을 전제하면서 사회운동이나 정치운동에 앞서야 한다는 신념을 고수했습니다. 함석헌 선생님이 종교라고 지칭한 것은 어떤 궁극적인 것을 믿 는 신념을 의미하며, 그것은 불가능을 묻지 않고 평화를 향한 긍 정적이고 적극적인 전진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사람들이 전승하고 있는 고유의 사상인 하느님 한울 님 신앙은 평화로의 주춧돌이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실천 없는 자기 명상은
결코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지 못한다.
 
함석헌 선생의 평화 사상은 개인의 신념이나 태도, 사상에 머 물지 않고 대 사회적 실천을 말하며, 그 과정에서 씨알이 바로 때 묻지 않은 인간의 본래 모습이라고 봤습니다. 
평화운동도 사회운동이나 정치운동의 차원에서는 성취할 수 없는 것이고 ‘정신 운동’, ‘속마음’에서부터의 운동일 때만 가능하다고 본 것입니다.
함석헌 선생님은 평화야말로 현대인들에게 생존의 조건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평화 이것을 한 데 붙여 생각한다면 사람과 사람 사이, 집과 집, 단체와 단체 사이, 나중에는 나라와 나라 사이, 하늘과 땅 사 이를 고르게 하는 것이 평화다.”라고 정의합니다. 
이를 평화의 전제조건으로 이해했으며, 사회개혁은 바른 종교와 도덕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우선 종교가 바로 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2018년 3월 30일 정 상 덕 합장

 

 

원불교 교무로서 30여년 가깝게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함께해 왔으며, 원불교백년성업회 사무총장으로 원불교 100주년을 뜻 깊게 치러냈다.

사회 교화 활동에 주력하여 평화, 통일, 인권, 정의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늘 천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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