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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한국은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다. 정치와 경제 문제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사회적 변화이다. 저출산 고령화, 가족제도의 변화, 인구의 지리적 분포 등이다.

이 글의 목표는 수도권과 지방 문제, 특히 지방소멸 문제이다. ‘한국의 지방 소멸 7가지 분석’(이상호, 고용정보원)의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을 분모로 하고 20~39세 여성 인구를 분자로 하여 지방의 소멸 가능성을 검토한다. 65세 이상 인구의 인구 이동은 거의 없다. 반면 20~39세 이상은 다양한 요인으로 이주한다. 따라서 이 비율은 지역의 생존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르면 0.5 이하인 지역이 전체 228개의 기초단체 중 79개이다. 특히 전남의 경우 전체 22개 중 17개에 이른다.

0.5라는 뜻은 지역 내에 65세 인구가 10명일 때 20~39세 여성 인구가 5명이라는 뜻이다.

논리적으로 보면 지역 내 거주하는 노인들이 사망하면 사실상 지역은 소멸한다. 한국은 서서히 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어렸을 적만 해도 명절이면 사람들은 너도 나도 시골을 찾았다. 한참 뒤에는 시골에 사는 노부모들이 서울을 찾았다. 이제 사람들은 해외여행을 다닌다. 어디서나 농촌의 그림자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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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소멸과 관련해 함께 살펴 봐야할 문제들이 있다. 첫째는 해외투자와 규제완화, 둘째 저출산과 지방학교의 운명, 셋째 전통 제조업의 구조조정이다.

첫째, 해외투자와 관련해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이 수도권 규제완화이다.

올해 2월 한국은행 보고서, ‘최근 해외직접투자의 주요 특징과 영향’에서는 해외 기업의 국내 유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이를 위해 수도권 규제완화를 거론한다.

노무현 정부 시절 정책 브레인이었던 변양균은 그의 책 ‘경제철학의 전환’에서 “수도권 규제는 투자 유치, 일자리 창출에 가장 치명적인 규제”라고 주장한다.

결론적으로 수도권 규제완화가 없다면 해외 투자를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둘째, 저출산과 지방대학 구조조정이다

저출산은 치명적인 상황으로 발전하고 있다. 2017년 출생아 수는 35만 8천명에 불과하다. 본격적인 저출산이 2000년대 초반인데 그때 태어난 아이들이 지금 중고등학생이다.

2018년 고3은 57만 9천명이고 고2는 52만 2천명, 고1은 46만명이다. 2년 사이에 무려 11만명이 줄어든다. 반면 4년제 대학 정원만 35만명이고 전문대까지 포함하면 50만명이 넘는다. 대학정원이 고등학교 졸업생보다 많은 것이다.

지방 군소학교의 통폐합이나 교원 정원 등도 동일한 맥락이다.

지방 학생들과 이야기해 보면 서울에 대한 선망이 강하다. 그들은 서울에서 자신들의 미래를 설계한다.

수도권-지방 문제는 결국 청년문제인데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쉽지 않을 것 같다.

셋째, 주의 깊게 보는 이슈 중 하나는 지방 제조업의 운명이다. 한국GM, 금호타이어, 성동조선, STX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게 단순한 경기부침 문제가 아니라 거대한 산업구조조정의 맥락 속에 있는 것 같다. 지방 제조업의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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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한국은 정치권력을 둘러싸고 일진일퇴를 거듭했다. 촛불 시위가 그 정점에 있었다. 그러나 정치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이다. 정치적 대결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몇 가지 사회적 지표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진행되었다.

저출산 고령화, 노인 자살, 1인 가족의 확산, 지방의 활력 저하, 해외투자의 확대 등이 그것이다. 정치가 역할을 하지 못한 사이 사회적 변화가 역으로 정치적 변화를 강제하고 있다.

최근 문재인 정부는 지방 분권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그 강도 또한 매우 세다.

문재인 정부의 여러 정책을 생각할수록 두 가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하나는 2005년의 트라우마이고 다른 하나는 도덕주의이다.

시장을 이길 수 없듯이 사회 기저의 변화를 정치가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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