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진 기자(hjpark@tongilnews.com)


정부는 26일 남북경제협력 실무접촉시 북측과 합의한 대북식량지원 합의 사항을 28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열어 남북협력기금 사용을 통해 해결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로써 남측은 10월초부터 태국산 쌀 30만톤과 중국산 옥수수 20만톤 등 총 50만톤의 식량을 차관형식으로 북쪽에 제공하게 되었으며, 국제기구인 WFP(세계식량계획)를 통해 중국산 옥수수 10만t을 별도로 무상제공 하게 된다.

이에 따라 연내 남북협력기금으로 북한에 지원되는 식량은 실제 총 60만t이며 금액으로 총 1억 1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식량지원의 첫 회분은 중국산 옥수수로 2만t이며 중국의 따렌항에서 선적돼 10월 5일쯤 남포항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대북식량지원의 남북합의는 지난 25-26일에 열린 남북경제협력 실무접촉회담에서 이루어졌다. 공식적으로는 실무회담의 정례화 체계를 갖추고 이중과세 방지 등의 합의를 보도하였으나, 비공식적으로는 대북식량지원의 우선적 합의를 이루어냈다. 다만 지원 규모, 비용 산출 문제, 지원의 투명성, 여론 등등의 문제로 인하여 공식 보도가 지연된 것으로 보인다.

식량지원문제는 인도주의 차원의 문제이면서도 그 지원의 내용이나 규모, 조건이나 절차 등에 대한 이견이 존재해 왔다. 뿐만 아니라 상호주의적 시각과 태도가 잘 드러나는 사안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야당을 비롯한 일부에서는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한나라당은 우선 북쪽 사정을 정확히 모른다는 점을 꼽았다. 이한구 제2정조위원장은 "북한의 식량 부족실태를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60만t 지원은 객관적 근거가 없다"며 "실태조사단의 방북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북쪽이 상환 능력이 없다면, 군사적 긴장완화나 납북자 문제 등 비경제적 분야에서라도 가시적 조처를 내놔야 한다"고 `상호주의`를 주장했다. 식량을 `지렛대`로 삼아 다른 과실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야당은 국회 동의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상득 경제특위 위원장은 "모든 대외차관의 도입이나 공여는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절차를 밟지 않으면 남북협력기금의 추가 조성이나 대북 관련 사업 세출예산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반대 논리 중 하나는 분배과정의 투명성 확보 문제이다. 우리가 지원하는 식량이 북한 전역에 골고루 분배되어 정말 굶주린 동포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군량미로의 전용 의혹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대북식량지원은 `먹는 문제` 이기 때문에 그 의미가 각별하다. 사안 그자체 만으로도 인도적 접근이 필요한 문제이다. 여기에 `내가 준 만큼 너는 무엇을 줄래` 혹은 `내가 이것을 주면 너는 이것을 어디다 어떻게 쓸 것인지 먼저 보고하라`는 식의 태도는 온당치 못하다.

이와 관계하여 29일 민주평통사무처(처장 손진영)주최로 열린 정책포럼에서 서동만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차관형식의 대북식량지원은 북한의 자라나는 2세들의 영양상태를 보장하는 민족의 다음 세대의 운명과 직결된 중대한 사안으로 남북간 민족적 동질성을 회복시키고 신뢰를 구축하는 생명선"이라고 말했다.

남과 북이 상호 균형적 발전상을 이루고 동질적 요소들이 더욱 많이 부각되면 될수록 통일의 미래는 밝고 간단해진다. 따라서 통일세대가 자라나고 있는 지금 이들에게 식량지원 문제는 남과 북이 상부상조하며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좋은 사안이자, 신뢰를 통한 동질성을 회복시킬 수 있는 계기라는 견해이다.

다시 말해 통일지향적 관점에서 보면 북쪽의 현재와 같은 식량위기 상황은 결과적으로 남쪽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남과 북이 함께 위기 상황을 극복해 나갈 때 그 성과는 고스란히 통일한국으로 오게 된다. 그렇게 남과 북은 필연적 관계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북한도 이번에는 남쪽 입장을 감안하여 무상지원이 아닌 차관형식으로의 지원방식을 합의하였다. 또한 남쪽과는 달리 합의문 공개를 요구했다.

통일부 관계자에 의하면 "북쪽에 차관형식으로 제공될 식량의 구입과 인도는 남쪽이 대행사를 통해 이행하고 북쪽은 이를 10년 거치 30년 분할상환 방식으로 상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남쪽의 대행사인 한국수출입은행과 북쪽의 조선무역은행이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계약서를 이달 중 문서교환 방식으로 체결할 예정이다.

이제 식량문제는 인도적 차원에서 남북경협의 차원으로 이동되었다. 이러한 가운데 국회동의를 운운하며, 배분의 투명성 확보를 의심하며 대북식량지원 여론을 호도하는 행위는 중지되어야 할 것이다.

오랜동안 분단으로 인한 오해와 불신 관계가 해소되고 신뢰를 구축하는 일은 마음의 빗장을 푸는 일이다. 단일기 아래 공동 응원을 하듯 남과 북이 감동할 수 있는 일들을 더욱 힘차게 벌여 나가는 것이 우리 국민들의 몫으로 보여진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