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창현 현대사연구소 소장은 20일 열린 경실련통일협회 주최 토론회에서 특별한 돌발 변수가 없다면 올해 안에 평양과 워싱턴 사이에 연락사무소 설치가 가능하고 트럼프 대통령 임기내 대사 관계 수립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특별한 돌발 변수가 없다면 올해 안에 평양과 워싱턴 사이에 연락사무소 설치가 가능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내에 북미 대사 관계 수립도 가능하다."

4월 말 남북정상회담과 5월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운명의 시계가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하는 '항구적 평화체제'가 꿈이 아니라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사학자이자 남북관계 연구자인 정창현 현대사연구소 소장은 20일 오후 서울 대학로 경실련통일협회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이후 한반도 평화의 길을 모색하다' 토론회에서 올해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남과 북은 과거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남북관계를 끌고 갈 수 있는 '연합기구'를 마련하고 남북기본협약을 체결하며, 여기에 북미관계 정상화가 붙어가는 미증유의 큰 틀이 앞으로 현실에서 굉장히 빠른 속도로 전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미 연락사무소와 대사 관계 수립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국내 정치상황이 변수가 되겠지만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머리속에는 자기 임기내에 대사관 설치가 들어있으며, 그의 일방주의를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점쳤다.

지금 형성되어 있는 중국과 미국, 남과 북의 정치적 리더십은 우리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우리도 조심스럽게, 그러나 담대하게 상황을 맞이하는 태도를 견지하면서 일정한 자신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이번 정상회담은 남과 북, 미국 행정부가 실무적인 수준에서 합의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안을 준비해서 접근하는 방식이 아니라 신문사에서 먼저 마감을 정하듯이 기한을 먼저 정하고 합의할 수 있는 부분만 넣어서 발표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관례와도 굉장히 다른 방식이고 큰 성과가 나올 수 있다고 기대했다.

무엇보다 북한은 6.15공동선언 이후 썼던 6.15시대라는 표현을 격상시켜 '6.15체제'라고 바꾸어 부르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항구적 평화체제'와 같은 의미로 읽히는 이 '6.15체제'를 앞으로 3년내에 정착되도록 하겠다는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 소장은 불과 얼마 전까지 전쟁 일보직전까지 갔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의 북미정상회담이라는 국면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으나 북은 오래전부터 지금의 변화를 준비해 왔다고 볼 수 있다며,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뇌졸증으로 쓰러진 지난 2009년부터 북의 변화는 시작되었다고 설명했다.

그해 북에서는 우리의 인수위원회와 같은 형태의 조직이 만들어지는데, 앞으로 북한 사회가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기본적인 틀이 여기에서 만들어져서 본격적인 김정은 시대가 시작된 2012년부터 하나둘씩 구체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

2012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우리는 미국과 싸울 의사가 없다. 미국이 우리와 동맹을 맺고 친구가 된다면 우리는 기꺼이 그 방향으로 갈 것이다"라는 의사표시를 하는데, 지금 외무상인 리용호 당시 외무성 부상이 존 캘리 미국 외교위원장(당시)에게 했던 말이다.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을 발표한 2013년에 '비핵화는 수령의 유훈'이라고 했고 핵실험에 열중하던 2016년에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대변인 성명으로 '조선반도 비핵화는 두 분 선대수령의 유훈'이라고 했다.

정 소장은 "북은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쏘면서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는 이런 상황을 충돌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 자체 논리가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미국은 북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대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그 시점에 북미간에는 어떤 대화가 오고 갔으며 북은 이에 어떻게 반응했는지 등을 시계열적으로 이해하여야 지금의 북미정상회담이라는 국면을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북은 미국과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는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하면서도 핵보유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일관되게 미국과 정치 협상을 해 왔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위해 급조된 것으로 알려진 삼지연관현악단도 최근 북측 문서를 통해 지난해 12월 특정 목적을 위해 새로 만들어진 예술단이라는 것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고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난 시기 북이 겪어 온 사고의 변화를 따라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정책당국자의 사고방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그리고 정책결정 과정에 앞서 각 부서의 협의와 논쟁과정까지 깊숙이 들여다 보아야 김정은 시대의 북한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적으로  '평화공존의 제도화'나 '평화체제의 보장', '평화협정 체결' 등에 대해 통상 갖고 있는 이미지는 남북 또는 미국과 중국 등이 모여 평화협정에 사인을 하고 그것을 주변국들이 보장하는 것이지만, 이는 행정부가 바뀌어도 항구적으로 보장될 수 있는 방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될 수 있는 내용으로는 제한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남북 관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 획기적으로 정착되어 남과 북이 긴밀하게 연결될 경우 주변국들이 북을 따로 공격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남에서는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의 두번째 단계인 연합단계에 진입하는 수준에서의 연합을, 북에서는 낮은 단계 연방제에 진입하는 형태의 연합기구를 감안한 평화의 제도화가 논의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과거 10.4선언에서 기존 NLL 해상분계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쟁의 바다를 평화의 바다로 만들자고 했지만 막상 군사회담에 들어가서는 어느 한쪽이 양보 또는 포기를 해야했기 때문에 해결이 쉽지 않았다며, "생각을 바꾸어서 NLL 특정 거점을 시작점으로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NLL을 포괄하는 전 지역을 경제공동체로 개발하는, 안보를 평화경제로 바꾸는 구상이 나올 수 있다"고 제안했다.

▲ 경실련통일협회는 20일 오후 경실련강당에서 '평창올림픽 이후 평화의 길을 모색하다'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맨 왼쪽부터 이수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대외전략실장, 정창현 현대사연구소 소장,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양문수 경실련통일협회 정책위원장,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조은희 숭실대 베어드학부대학 교수, 김일한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교수.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수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대외전략실장은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의 핵심의제는 항구적 평화체제를 중심에 놓고 비핵화와 한미동맹을 어떻게 조정시켜 나갈 것인가하는 것에 맞춰져야 할 것"이라면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포럼 구성이 먼저 필요할 텐데, 남북·미·중, 또는 중국을 배제한 3자 또는 3+1 조합도 가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후 일반적인 경로에 따르면, 평화체제 포럼이 구성되면 평화체제의 원칙과 의제 등을 정하기 위한 공동성명을 발표하게 되고 실무위원회가 구성될 것이며, 여기에서는 이행조치에 해당하는 NLL, 해주직항로, 국가보안법, 노동당규약, 종전선언, 정전군사관리부를 평화관리기구로 전환하는 문제, 잠정협정, 유엔사, 주한미군, 한미동맹, 사드 등의 안건이 논의될 것이고 이것도 잘 풀릴 경우 최종적으로 평화협정이 체결되는 수순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동성명 다음에 이행조치를 한 후 일일이 확인하고 최종적으로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이런 경로로 정상회담이 진행되면 10년 이상 걸리겠지만, 사실은 공동성명 이후 바로 평화협정을 맺고 역으로 현안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되면 1년내 북미수교도 가능하다고 정리했다.

한반도 평화체제 조합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에서는 국가 대 국가이지만 남북의 특수한 관계 유지 △남북연합 △1국가 2체제 △정상적인 국가 대 국가의 네가지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고, 북미관계는 △관계정상화 △수교 △불가침조약 △군사협력 전략적 동반자 관계까지 나아갈 수 있다고 보았다.

이어 '항구적 평화체제'와 관련해서는 한반도 평화는 동북아 안보상황과 맞물려 있기때문에 지속가능한 평화체제만 구축된다면 동북아 다자안보 체제보다는 현실적으로는 남북·북미간 항구적 평화체제에 집중하더라도 지금까지 우리가 한번도 걷지 못한 길이기 때문에, 이를 중심으로 한미동맹과 비핵화를 어떻게 흡수 조정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는 경실련통일협회가 남북관계와 평화·통일 패러다임 대전환 모색 연속토론회의 일환으로 진행했으며, 양문수 정책위원장의 사회로 구갑우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남북관계·국제관계 측면에서 바라본 평창올림픽과 그 후)와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사회·문화 측면에서 바라본 평창올림픽과 그후)가 주제발표를 하고 조은희 숭실대 베어드학부대학 교수와 김일한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수정-21일 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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