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민간교류가 남북정상회담을 이유로 줄줄이 무산됐다. 4월 말 남북정상회담 이전까지 민간단체의 활동을 정부가 묶어둔 것이다. 남북관계 개선에 정부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지난 정부의 구태가 재연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최근 강원도와 남북체육교류협회가 추진한 4월 평양국제마라톤대회 참가를 무산시켰다. 이들은 평창 올림픽 이후 평양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 남측의 1백 명을 참가시킨다는 계획이었다. 이는 남북 간 합의까지 된 사항이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지난달 21일 <통일뉴스>와 인터뷰에서, 평양국제마라톤대회 참가 합의 소식을 알리며, “우리가 그동안 해오던 교류를 지속적으로 할 것”이라고 강하게 자신감을 피력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는 4월 말 남북정상회담을 이유로 남북 당국 간 대화 우선 원칙을 내세웠다. 결국, 정부의 평양국제마라톤대회 참가 중단 요구로, 강원도와 남북체육교류협회는 남북 간 합의를 깨야 했다. 북측이 보내온 초청장마저도 돌려보냈다.

한 관계자는 “남북 민간단체와 지자체가 합의한 사항을 정부가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단해달라는 의견을 보내왔다. 우리는 그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며 “남북이 합의 한 사항을 거둬들이려니 기분이 좋을 수 있느냐.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정부의 남북정상회담 우선 원칙은 3월 말 평양에서 열릴 계획이던 6.15민족공동위원회 위원장단 회의에도 타격을 입혔다. 6.15 남북.해외 측 위원회는 오는 28일부터 평양에서 위원장단 회의를 열기로 합의하고 초청장 명단도 작성됐지만, 정부가 최종 유보 방침을 내린 것.

6.15남측위 관계자는 “평양에서 열기로 한 위원장단 회의가 열리지 않을 것 같다”며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이유로 내걸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당국 간 대화 우선 원칙을 내세워 민간단체의 남북교류가 줄줄이 취소되는 상황인 것. 이는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강조한 원칙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민간단체의 남북교류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입장과도 다르다.

민간단체의 한 관계자는 “남북 당국의 관계 개선의 가교역할을 민간단체들이 해왔다. 남북관계가 어려운 시절에도 민간단체들이 노력을 해오지 않았느냐. 왜 민간단체들의 노력을 폄훼하느냐”며 “당국 간 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입장과 현 정부가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통일부는 즉답 대신, “남북체육교류협회, 강원도, 6.15남측위 등에서 남북교류협력 추진 동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민간단체, 지차체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며 “우리 인원의 방북 문제는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 북한의 반응 및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처리할 예정”이라는 입장만 내놨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