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우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사장)

 

중국의 사드 보복도 이 조약을 겨냥한 듯 –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잡아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언급해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지난 14일 미주리 주에서 열린 모금 만찬 행사 연설에서 한국과의 무역협상이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철수 카드를 꺼낼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외신이 보도했다.

이에 대해 미국 백악관은 15일 ‘트럼프 대통령의 그런 발언은 주한미군철수를 뜻한 게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 국방부도 브리핑을 통해 ‘워싱턴과 서울 사이에는 틈이 없다. 우리는 한국을 계속 지원하고 함께 협력할 것이다. 우리와 한국과의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견고하다’고 말했다<연합뉴스 3월 16일>.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가 혼란스런 발언을 하는 식의 행태는 지난해부터 지속되는 일로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의 한반도 관련 사항을 큰 틀에서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다. 따라서 미국의 극동 전략에서 ‘중국의 목을 겨누는 비수’라고 일컬어지는 주한미군에 대한 객관적 위상을 짚어보는 작업은 필요해 보인다.

미국의 일부 정치인들은 주한미군에 대해 전적으로 한국에 군사적 이익을 주는 존재로만 언급하지만 균형잡힌 군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하는 차원에서 주한미군은 미국의 극동 군사전략에 핵심적 요인으로 설명하고 있다.

미국은 ‘사활적 이해관계가 걸린 전략 지역’의 하나로 극동을 꼽고 있고 주한미군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한 특권으로 미국 본토보다 더 싼 비용으로 가동되고 있다. 그 뿐 아니라 미국은 주한미군과 여타 세계 지역의 미군이 교대로 배치하는 순환근무제 등에 의해 엄청난 전략적 이익을 얻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의 무역협상을 빌미로 주한미군을 흥정 대상으로 삼는 것으로 해석될 만한 발언을 한 것은 4,5월로 예정된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 역할’이 빛을 발하면서 한반도가 갈등과 대립 국면에서 대화와 협상 국면으로 급전환한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이익을 챙기는 포석의 하나로 주한미군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내 수구보수 세력을 자극해 남북관계 진전에 브레이크가 걸리게 만드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이미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미국, 유엔 등의 대북정책인 ‘압박과 관여’에서 미국은 ‘압박’의 역할을 맡아 군사, 외교, 경제적 제재를 통해 북한을 최대한 압박하면서 ‘북한이 핵 포기를 먼저 하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이에 비해 문재인 대통령은 ‘관여’쪽에 무게 중심을 두면서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간 협상과 합의를 이끌어내 상황을 주도하는 위치에 올라서 세계의 박수갈채를 받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원하는 한반도 미래는 ‘핵 없는 북한과 남한이 대립 갈등하고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하면서 중국 포위 전략을 수행해 미국의 군사적,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 시키는 것’이라고 중국 언론은 강조하고 있다. 물론 중국도 핵 없는 북한을 원하는 점에서는 미국과 비슷한 입장을 취하면서 유엔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이 완충지대 역할을 해온 것에 대해 오늘날과 같은 국제정세 속에서 그 비중은 낮아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주한미군의 경우 그 특권적 위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대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쉽게 입에 올릴 수 없을 만큼 파격적인 것이다. 한마디로 한미 두 나라가 동등한 군사주권국가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기 어려울 만큼 이 조약의 불평등 내용은 심각하다.

또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뒷받침된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로 인해 중국이 관광 부문 등에서 한국에 대한 보복을 지속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한미동맹의 축인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절실한 시점이다.

중국의 한국에 대한 사드 관련 보복 조치로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 수가 지난해부터 급감하는 등 경제적인 압박이 다방면에서 취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한국이 중국과 미국사이에 샌드위치가 되고, 중국의 경제적 보복으로 큰 어려움을 겪게 되는 구조가 확인되면서 이 조약의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논리가 힘을 얻는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필리핀과 일본이 미국과 맺은 군사동맹에 비해 그 불평등성이 너무 심각해 미국이 슈퍼 갑이 되면서 북미관계가 심각할 때 미국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킬 것처럼 발언하는 근거의 하나가 되고 있다. 오늘날 한국의 군사적 주권국가라는 위상이 국제적으로 크게 문제시 되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지경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6.25 한국전쟁 직후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만들어져 본문 6개 조항을 통해 미국이 한국에 군사력을 배치할 경우 무제한적인 권리를 보장하고 있고 이 조약 4조의 부속협정인 주한미군지위협정(SOFA)도 미국의 우월적 지위를 보장해 주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이 조약 가운데 미국에 일방적인 특혜를 부여하는 조항인 4조는 “상호합의에 의하여 미합중국의 육군, 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 ; The Republic of Korea grants, and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accepts, the right to dispose United States land, air and sea forces in and about the territory of the Republic of Korea as determined by mutual agreement.”로 되어 있다. 이 4조의 첫 부분 ‘상호합의에 의하여’는 SOFA에 의한 합의를 가리킨다.

SOFA의 정식 명칭은 ‘대한민국과 아메리카 합중국 간의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한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 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이다. 즉, 주한 미군이 한국에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한국 정부가 정치, 경제, 사회적 편리를 제공하는 사항을 규정한 한·미 간의 협정이다. 당연히 미국이 슈퍼 갑이다. 이 4조는 SOFA를 비롯한 주한미군에 대한 협상에서 미국이 특혜를 누릴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다. 미국은 한국에서의 군사적 ‘권리’를 행사하기 때문에 주한미군에 의한 환경오염 등에 대한 합당한 의무조차 지지 않는 것이다

논란이 된 사드의 한국 배치도 미국이 이 조약 4조에 따른 ‘권리’를 행사하는 과정이었고 한국은 ‘허여’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한미 간에 사드배치를 놓고 줄다리기를 했다는 것은 눈 가리고 아옹 하는 식의 기만적 언사에 불과했다. 남한이 SOFA에 규정된 환경영향평가를 내세웠으나 이는 기본적으로 미국의 ‘권리’가 잘 집행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한다는 제한적인 취지에 불과한 것으로 해석되었다.

미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50년대 말부터 전술핵무기를 남한에 배치하는 등 맘먹은 무기는 다 남한에 들여왔다 빼가는 일을 되풀이 하고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미군이 2017년 상반기 최근 군산비행장에 배치한 무인폭격기 등이 그런 예다.

이 조약이 유지되는 한 제2, 제3의 사드 배치 사태는 불가피하다. 또한 미군기지 오염에 대해서도 한국이 미국에 그 원상회복 등을 요구할 근거를 갖지 못한다. 미국이 한반도 전쟁 발생 시 수백만 명의 인명 피해가 불가피하다는데도 계속 이를 언급하는 것도 바로 이 조약에 근거한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불평등성은 필리핀, 일본의 미국과의 군사동맹 내용을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필리핀과 미국의 상호방위협정은 1991년, 1947년에 합의된 기지 협정이 폐기되어 미군이 필리핀에서 전면 철수했다. 그러나 9.11사태이후 미국과 필리핀의 안보조약이 재건되어 2014년 두 나라는 조약이 아닌 협정의 형식으로 12개 항의 방위협력강화협정(ECDA)을 체결했다.

이 협정에 따르면 미국은 필리핀에 영구적인 군 주재나 군사기지를 만들 수 없고 핵무기의 필리핀 진입은 금지된다. 미군은 이 협정에 따라 필리핀 정부가 허가하는 지역, 주로 필리핀군에 의해 소유, 통제되는 지역과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미군은 환경 보호 조치 등은 필리핀 법규 등을 준수해야 한다.

이 협정은 미국, 필리핀 두 나라가 태평양지역에서 외부로부터 무력 공격을 받을 경우 두 나라 외무장관이 이 조약의 적용문제 등을 협의한다. 무력을 동원한 공격 등이 두 나라에 의해 취해졌을 경우 이를 유엔 안보리에 즉각 보고한다. 이 협정은 10년이 시한이며 어느 한 쪽이 종료의 의사를 통보한 뒤 1년이 지난 뒤 폐기될 때까지 유효하다.

한편 미일상호안보조약은 1960년 체결되었고 양측은 이 조약을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각국의 헌법적 허용 범위 안에서 상호 협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 양측은 일본의 안보나 동북아에서의 평화와 안정이 위협받을 경우 이 조약의 적용에 대해 수시로 협의한다.

미국은 이 조약에 따라 일본에 있는 육해공군 시설이나 지역을 활용할 수 있도록 양허를 받는다(미일상호안보조약 6조 - For the purpose of contributing to the security of Japan and the maintenance of international peace and security in the Far East,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is granted the use by its land, air and naval forces of facilities and areas in Japan.)

이 조약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이 미국이 권리를 수용하고 한국이 양허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 것과 차이가 있다. 미일상호안보조약은 유엔헌장이나 유엔의 평화와 안전 유지에 대한 책임에 따른 각 국가의 권리와 의무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되어 있다. 이 조약의 유효기간은 10년으로 어느 한 쪽이 이 조약의 폐기를 통보할 경우 1년 후에 폐기된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필리핀 미국 상호방위협정, 미일상호안보조약 등을 비교 검토할 때 큰 차이가 있다. 그에 따라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필리핀, 일본 수준으로 정상화해야 할 필요성이 다음과 같이 대두된다.

첫째 한미상호방위조약은 태평양지역의 평화를 위해 집단안보를 추구하게 되어 있는데 외국의 경우처럼 자국영토와 가까운 지역에 국한해야지 자칫 한국이 태평양지역의 범위는 매우 광범위하다. 이로 인해 주한미군이 미국의 세계군사전략 실현을 위해 발진기지가 될 우려가 있어 개정되어야 한다.

둘째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한반도에 무력충돌이 발생하고 한미 등이 개입할 경우 그 이후 국제연합 안보리에 보고할 의무 등이 없다. 이는 일본과 필리핀의 경우 무력충돌이 발생할 경우 군사적 개입은 국제연합의 토의와 결정을 거치게 되어 있는 것과 차이가 있어 개정이 되어야 한다. 미국이 국가이기주의에 의해 자의적으로 군사적 행동을 하게 되는 경우도 상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촌 정세를 보면, 미국이 아직 초강대국의 입장에서 경제, 군사적이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고 특히 동북아의 경우 미국은 북한 핵을 빌미로 중국을 압박해 경제적 이익을 얻어내고 있다. 트럼프는 부동산 재벌 출신 대통령답게 협상 국면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를 압박하는 전술을 구사하는 것이 체질화 되어 있는 듯 하다. 그가 한반도에 대해서도 한미자유무엽협정, 주한미군을 들먹이고 북한에 대해 선제공격 카드를 휘두르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오는 4,5월 두 개의 한반도 관련 정상회담이 열린 뒤 한반도 정세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속단할 수 없다. 그러나 어떤 상황이 된다 해도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된다’는 문 대통령의 공식 발언은 존중되어야 한다. 미국의 조야가 이를 적극 존중하는 것 같지 않은 것은 결국 부적절한 한미상호방위조약 탓이라 하겠다.

미국이 정상적인 외교군사 정책을 펴도록 하기 위해서도 기울어진 운동장격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필리핀, 일본 수준으로 정상화시키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발언은 중국의 부상 등으로 변화된 한반도 정세를 고려할 때 나름대로 적절한 시기에 나온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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