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의 대전환을 몰고 올 제3차 남북 정상회담과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이 합의되는 기간에 2019년부터 적용될 10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1차 협상이 하와이에서 열렸다.

트럼프 정권이 수시로 방위비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요구해 오기도 했고 한 해 1조원이나 되는 국민혈세를 미군에게 퍼주는 것이기에 국민적 관심도 높지만 워낙 메가톤급의 뉴스가 쏟아지다 보니 이에 대한 주목도는 현저히 떨어졌다.

하지만 전쟁 중에도 일상은 이어지는 것이니 한미 간 협상이 시작된 방위비분담금 문제에 대한 관심과 대응이 이제 본격화되어야 할 시점이다.

대미 굴욕적 태도를 벗어나야

외교부 당국자는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앞두고 “(그간) 방위비분담금 ‘협상’이라는 말을 썼는데 방위비 분담이 돈 문제가 아니고 한미동맹을 어떻게 유지, 발전시키고 효율적으로 운영하냐의 문제라는 관점으로 어프로치(접근)한다는 점에서 협의·조정의 의미가 적합하지 않냐”면서 “정부 차원에서는 방위비 분담 협의라는 명칭을 쓰려고 한다”(연합뉴스, 2018. 2. 23)고 밝혔다.

이어 1차 협상에서는 “한·미 양측 모두 연합 방위태세 강화와 한미동맹 발전 기여 방향으로 금번 협의를 진행해나가야 한다는데 공감했다”고 한다.

그동안 방위비분담금 문제는 협상 때마다 한미 간의 뜨거운 쟁점이었고 국민적 관심사였다. 그 중 핵심은 당연히 총액 규모 즉, ‘돈’ 문제였다. 그리고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최종 합의에 이르는 막바지 과정에서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여 우리 정부가 양보하면서 내세웠던 논리가 바로 ‘한미동맹 유지 발전’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협상 초입부터 “방위비분담이 돈 문제가 아니고 한미동맹을 어떻게 유지, 발전시키”는가의 문제라고 하는 것은 미국의 대폭 증액 요구를 사실상 수용하기로 한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이런 의구심은 한미정상회담 공동언론발표문(2017년 11월 8일)에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관련 공평한 비용 분담이 바람직함을 인식”했다는 대목에 이르면 더욱 굳어진다. ‘공평한 비용 분담’이란 그간 미국이 한국에 방위비분담금 총액 인상을 요구하면서 내세워 왔던 근거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태도는 적폐정권으로 지탄받는 박근혜 정부에서도 없었던 일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비록 실패했지만 방위비분담금 삭감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협상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런 굴욕적이고 국민 기만적인 태도로 임한다면 결과는 보나 마나일 것이다. 이렇게 되면 문재인 정부는 국민적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협상단은 대미 굴욕적 태도에서 환골탈태하여 최전선에서 국익을 지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방위비분담금 대폭 삭감을 위해 군사건설비를 최소화해야

한미당국은 이번 회의에서 액수, 유효기간, 제도 개선 등에 대한 기본 입장을 밝히는 과정에서 입장차를 확인했다고 한다.

핵심 의제인 방위비분담금 총액에 대해 미국은 대폭 증액을 요구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국의 입장이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이는 박근혜 정부 시기 삭감을 목표로 제시한 것에 대비된다.

방위비분담금 총액 인상의 주된 이유는 방위비분담금 항목 중 하나인 군사건설비가 불법적으로 미2사단 이전비로 빼돌려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미연합토지관리계획(LPP)이 체결된 2002년부터 방위비분담금 대폭 증액을 요구하고 증액된 방위비분담금의 많은 부분을 군사건설비로 배정했다.

그 결과 2001년 군사건설비의 액수와 방위비분담금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41억 원/21.3%였던데 비해 2017년에는 4,250억 원/44.7%에 달한다. 액수로는 4배, 비율로는 2배 이상 폭증했다.

10차 협상에서는 이런 불법적인 군사건설비의 전용을 불허함으로써 방위비분담금 총액을 대폭 삭감해야 한다. 평택미군기지이전사업이 2018년에 완료되기 때문에 미국이 군사건설비를 미군기지이전사업비로 쓸 소요도 없다. 군사건설비를 불법 전용하기 이전인 2001년(군사건설비 1041억 원대)으로 되돌아간다면 군사건설비에서만 매년 3000억 원 이상을 삭감할 수 있다.

여기에 미군기지이전비로 전용하기 위해 불법 축적한 자금을 돈놀이해서 얻은 불법적 이자수익이 최소 3,000억 원을 넘는다. 이 금액을 전액 국고로 환수해야 마땅하지만 그러기 어렵다면 10차 협정 전체 기간 중 3000억 원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이자소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협정 유효기간을 2년으로 할 경우 매년 1500억 원을 추가로 삭감할 수 있다.

협정의 유효기간은 2년으로 해야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미국의 요구에 굴복하여 전례없이 협정 유효기간을 5년으로 함으로써 국회의 예산심의․확정권과 국민의 감시권을 침해했다.

실제로 이 기간 동안 이월액, 불용액, 감액 등 2조원에 가까운 미집행액이 발생했지만 이를 해결할 수 없어 예산 집행이 뒤죽박죽되어 버렸다. 이로 인해 회계연도 독립의 원칙 등 국가재정법이 무력화되어 방위비분담금은 우리의 재정주권에서 치외법권 지대가 되어버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협정의 유효기간을 과거 협정의 경우처럼 2년으로 하여 국회와 국민의 감시권을 보장하고 변화되는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제도개선의 핵심은 방위비분담금의 추가적 불법 전용 차단

미군기지이전사업이 종료되면서 미국은 막대한 방위비분담금을 지속적으로 보장받기 위해 사드 관련 비용, 미군 전략자산 전개비용, C4I성능개량 비용, 주한미군가족주택 임대료 등의 비용 부담을 요구할 것이다.

사드는 대북 방어에는 소용없고 미국과 일본을 지키기 위해 미군이 들여와 미군이 운용하는 것이므로 우리가 기지건설비나 운영유지비를 지불할 의무가 없다.

그런데 국방부는 “부지와 기반시설만 제공하고 나머지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2016년 5월 3일 당시 한민구 국방장관)던 애초 입장을 뒤집어 “방위비분담금의 3가지 항목에는 쓸 수 있도록 정해진 분야가 있다. 이 3가지 항목에 적정 항목(사유)이 있다면 방위비분담금 기준을 가지고 앞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사드 관련 비용을 방위비분담금으로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우리는 연간 285억 원~925억 원으로 추정되는 사드 운영유지비를 부담하게 되므로 그 만큼 방위비분담금 증액 요인이 된다.

나아가 송영무 국방장관은 미국이 사드 기지 비용도 방위비분담 차원에서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혀 기지 건설비까지 부담할 가능성이 있다.(연합뉴스, 2018. 2. 20)

루마니아와 폴란드는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를 배치하면서 미국에게 MD 장비 및 시설의 운영비, 공공사업 및 전기 통신선의 설치 및 이용료를 부담시켰다. 이는 MD 기지 건설 목적이 주둔국 방어보다 주로 미국과 유럽 방어에 있기 때문이다. 한국 배치 사드도 미국과 일본을 지키기 위한 것이므로 미국이 장비비용, 기지건설비, 운영유지비 등 관련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마땅하다.

미군 전략자산 전개비용은 그것이 주한미군 자산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한미군 지원의 범위를 벗어나므로 지급할 법적 근거가 없다.

C4I 성능개량과 주한미군가족주택 임대료는 미국이 비용을 부담하기로 용산미군기지이전협정에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방위비분담금으로 지불해서는 안 된다.

이 같은 항목들로 방위비분담금 전용을 계속 허용하는 것은 우리의 재정주권을 침해하고 국가재정법을 어기는 것으로서 방위비분담금 증액 요인이 되어 협상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불법 전용의 온상이 되어온 방위비분담금 군사건설비 현금지원 규정도 전면 삭제해야 한다.

주한미군 주둔 경비는 모두 미국이 부담하는 것이 공평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은 한국이 주한미군에게 시설과 구역 등은 무상으로 제공하는 대신 주한미군 주둔 경비는 모두 미국이 부담하기로 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제5조에 어긋난다. 이는 한미 간 분담의 형평성을 무너뜨리고 한국에게 일방적인 불이익을 장기적으로 강요하는 것이다.

현재 주한미군은 그 임무가 한국 방어를 뛰어넘어 전 세계 어디든 개입하는 신속기동군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는 대북 방어에 한정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적용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서 미군에 대한 시설과 구역 무상 제공의 근거를 상실하는 것이다.

방위비분담금을 한미동맹 유지에 따라 동맹국(한국)이 치러야 할 당연한 비용으로 간주하는 것도 잘못이다. 주둔군지위협정(소파)에 관한 특별조치협정(SMA)까지 맺으면서 미국에게 미군주둔경비를 현금 지원하는 나라는 미국의 동맹국 중 한국과 일본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방위비분담을 한국의 경제 성장에 따라 당연히 부담해야 할 비용으로 인식하는 것도 잘못이다. 독일의 경우 한국보다 경제력이 크게 앞서지만 특별협정을 맺어 미군주둔경비를 지원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한미군의 운영유지비(주둔 경비)는 모두 미국이 부담하는 것이 한미SOFA 규정에도 맞고 한미 간 형평성에도 부합하며 우리의 재정주권을 지키는 것이다. 불법적이고 굴욕적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이 장기적으로 지속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전 애국크리스챤청년연합 부의장

전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사무처장
전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사무처장
전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 정책위원장
전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미군문제팀장

평화.통일연구소 연구위원
대전충청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상임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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