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 시인

필자의 말

안녕하세요?
저는 아득히 먼 석기시대의 원시부족사회를 꿈꿉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천지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지던 눈부시게 아름답던 세상을 꿈꿉니다.
인류는 오랫동안 그런 세상을 살아왔기에
지금의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천지자연을 황폐화시키는 세상은 오래 가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또한 우리에게 지금의 고해(苦海)를 견딜 수 힘이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저는 그 견디는 힘으로 ‘詩視한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원래 시인인 ‘원시인’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참혹한 세상에서 희망을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날지 않으면 길을 잃는다 (네루다)


 무명인
 - 에밀리 디킨슨

 난 무명인입니다! 당신은요?
 당신도 무명인이신가요?
 그럼 우리 둘이 똑같네요!
 쉿! 말하지 마세요.
 쫓겨날 테니까 말이에요.

 얼마나 끔찍할까요, 유명인이 된다는 건!
 얼마나 요란할까요, 개구리처럼
 긴긴 6월 내내
 찬양하는 늪을 향해
 개골개골 자기 이름을 외쳐대는 것은.
 

 이번 겨울 방학 때 대학생들에게 인문학을 강의하며 우리 사회가 미미하지만 어떤 큰 변화 속에 있음을 느꼈다. 몇 년 전 대학생들과는 많이 달랐다. 그때는 아이들이 ‘세속적 가치’를 최우선시 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번엔 아이들이 각자의 길을 가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의 소신대로 철학과, 무대 설치학과를 간 아이들도 있었고 대학을 중퇴하고서  대중음악을 하는 아이도 있었다.         

 프랑스 여행을 다녀온 지인의 얘기를 들었다. 전동차를 타고 가는데 연예인들이 우르르 타더란다. 그런데 프랑스 시민들은 그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더란다. 그들은 ‘각자의 길을 가는 삶’에 익숙한가 보다.

 언젠가 TV에서 독일의 한 여대생이 오전 수업을 끝내고 자전거를 타고 국회에 등원하는 것을 보았다. 그들에게 국회의원은 ‘높은 자리’가 아닌가 보다. 그야말로 ‘국민의 대표’인 것 같다.

 인간의 가장 큰 문제는 ‘권력(힘)’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구석기 시대의 부족사회에서는 어느 누구도 권력을 갖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부유한 사람들은 자주 잔치를 열어 부자가 되지 못하게 하고, 선물 제도가 활성화 되어 재물이 한 사람에게 쌓이는 것을 막았다고 한다. 다른 부족과 전쟁을 하여 ‘전쟁 영웅’이 생겨도 전쟁 후 다시 그를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가게 했다고 한다. 그 결과 인류는 수 만년 동안 ‘에덴동산’을 지킬 수 있었다.

 노자는 일찍이 말했다. ‘잘난 사람을 떠받들지 않음으로써 백성들로 하여금 다투지 않게 하라. 不尙賢 使民不爭’

 우리 사회는 힘이 소수에게 집중되어 있다. 그 몇 사람을 통하지 않고는 ‘자신의 길’을 가기가 너무나 힘들다. 그러다 보니 그들은 자신이 ‘왕’이라는 환상에 휩싸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힘 있는 사람들이 추풍낙엽처럼 날아가는 것은 큰 시대의 흐름인 것 같다. 그야말로 누구나 주인이 되는 세상을 향해 역사의 물줄기가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상상의 날개를 펴 하늘로 날아올라 독수리의 눈으로 이 세상을 내려다본다면 아마 우리도 시인처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나 끔찍할까요, 유명인이 된다는 건!/얼마나 요란할까요, 개구리처럼/긴긴 6월 내내/찬양하는 늪을 향해/개골개골 자기 이름을 외쳐대는 것은.’

 이제 정치의 계절이 다가온다. 우선 ‘기본 소득제’만이라도 실행되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누구나 각자의 길을 갈 수 있을 것이다. 무명인(無名人)인들의 세상. 얼마나 멋있겠는가!

 ‘난 무명인입니다! 당신은요?/당신도 무명인이신가요?/그럼 우리 둘이 똑같네요!’ 우리의 오랜 꿈인 ‘대동세상(大同世上)’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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