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덕 (원불교 교무)
 

『인생의 밀도』 저자인 강민구 현 대법원 법원도서관장님을 처음 만난 것은 판사님께서 2008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시절 불교, 천주교, 개신교, 원불교 등 각 종단 인권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과 법률 관련 성직자들을 초청했을 때입니다.
 
당시 저는 원불교 인권위원회와 종교인 연대 활동을 하던 중 선거법 위반 재판 중이었던 터라 심경이 복잡하던 때였지요. 와중에 만난 판사님에게서 받은 첫인상은 따뜻한 품성과 겸손함에서 나오는 꾸밈없는 미소였습니다. 이후 페이스북 활동을 통해 꾸준히 그분의 열정적인 활동을 온라인으로 만날 수 있었습니다. SNS를 통해 강연을 몇 번 요청했지만 공직자 신분임에 정중히 고사하시어 모시기는 어려웠습니다. 
 
책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막 진열된 책의 온기를 느끼고 싶어 서점으로 달려갔으나 그날은 구할 수 없어 다음날 다시 가서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책장을 넘기며 반가운 미소를 짓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어나가며 저의 책 읽기 습관에 작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좋은 책은 밤을 새워서라도 하루 만에 읽어버리는 저의 급한 습관을 멈추고, 천천히 화두를 새기면서 밑줄을 긋고 메모하며 틈틈이 10여 일에 걸쳐 읽었습니다.
 

▲ 인생의 밀도. [사진제공-정상덕 교무]

마지막 책장을 덮고 첫 감상을 글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방문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중략)
 
원불교 소태산 대종사께서도
“그 사람이 아니면 그 사람을 잘 알지 못한다 하노라” 하셨습니다.
 
하지만, 자기 삶을 지극히 사랑하는 힘, 자신의 직업(판사)을 천직으로 받아들이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새롭게 변화시키려는 놀라운 몸부림에 큰 울림이 있었습니다. 정보화시대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적극적으로 재구성하며 살아가는 창의적 생산력의 원천은 무엇일까? 더욱 깊이 생각하며 저의 감상을 정리해봅니다.
 
첫째, 따뜻한 나눔의 정신
아버님을 일찍 여의고 베풀기를 좋아하신 할머니, 어머니를 통해 배운 나눔의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좌우명인 적선지가 필유경(積善之家 必有餘慶, 선을 쌓으면 반드시 경사로운 일이 생긴다. 이기심을 벗어날 때 기회가 온다)을 새겨보면 그 마음의 원천은 나누고 열린 마음이었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둘째, 사람과 사물에 대한 열정
‘스티브 강스’, 법조계 IT 전문가라 불리는 그의 IT 감수성의 출발은 어렸을 때부터 호기심과 상상력, 관찰력이 뛰어났으며 장래 희망이 과학자였다고 합니다. 
 
셋째, 삶의 질량을 늘리는 밀도
하루를 이른 새벽에 시작하는 부지런함입니다. 새벽 90분 명상보행으로 몸과 마음을 깨워 진화시키고 매일 아침 스마트폰을 의도적으로 재부팅하는 행동으로 쌓인 기억의 찌꺼기를 버리며 시스템의 오류를 바로잡는다는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넷째, 사유의 힘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않는 용기, 변화의 물결을 오히려 발전의 기회로 삼는 도전정신입니다. ‘바보 판사’로 불리며 계산하지 않는 삶과 또한 진실과 용기를 죽이는 편견과 선입견이라는 두 마리의 개에서 벗어나는 길은 발로 뛰고 눈으로 확인하는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는 유쾌한 부지런함입니다.

필자의 내공은 생각 근육을 키우는 깊은 독서, 꾸준한 글쓰기, 멈추는 명상훈련과 더불어 육체근육을 키우는 소식(小食)과 꾸준한 운동 그리고 머리가 따뜻해지면 몸도 편안하다는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선행활동입니다.
 
평생을 보낸 법원. 법의 공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구상하는 ‘감성이 있는 법정’을 저도 이 아침에 상상해봅니다. 음악이 흐르고, 차 한 잔의 여유와 마음을 위로하는 그림이 있는 따뜻한 예술법정의 꿈과 또한 전자법정이 주도하는 사법한류가 삼월의 봄꽃 축제처럼 이루어지기를 함께 기도합니다.

 

 

원불교 교무로서 30여년 가깝게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함께해 왔으며, 원불교백년성업회 사무총장으로 원불교 100주년을 뜻 깊게 치러냈다.

사회 교화 활동에 주력하여 평화, 통일, 인권, 정의와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일에 늘 천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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