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단법인 접경지역미래발전연구소는 8일 국회헌정기념관에서 '접경지역의 평화·생명가치에 근거하여 남북 교류·협력을 모색하는 토론·강연회'를 개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남과 북을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와 잇닿은 '접경지역'에 대해 체계적 연구가 부족한 가운데 각종 통계를 근거로 실증 연구한 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끌고 있다.

그동안 낙후한 접경지역의 현실은 정치적 소외로 인해 구체적 실체로 파악되기보다는 평화, 안보, 번영 등 관념적 인식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박유성 고려대학교 통계학과 교수는 사단법인 접경지역미래발전연구소(접경연, 소장 전성)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헌정기념관에서 개최한 '접경지역의 평화·생명가치에 근거하여 남북 교류·협력을 모색하는 토론·강연회'의 기조발제를 통해 인구통계적, 경제적, 사회복지적, 정치성향적 관점에서 접경지역의 특성과 실태를 분석, 발표했다.

접경연 이사장이기도 한 박 교수는 이를 위해 접경지역 출산율과 보육시설 정원을 비교해 유아보육 실태를 점검하고 고령화 지수와 소득수준, 국민연금 1인당 수급액 등을 확인해 접경지역 고령화 실태와 노인 빈곤율을 파악했다.

또 재정자립도와 1인당 지방세 부담액을 통해 접경지역의 재정현황을 들여다보고 국민연금 가입종별 통계와 취업대상이 되는 사업장 비율을 확인해 이 지역에서 청·장년층의 취업기회가 매우 낮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어 지난 해 치러진 19대 대통령선거 출구조사 결과를 토대로 접경지역의 정치성향을 들여다보고 전국 단위의 정치성향과 비교해 이 지역에서 세대갈등과 성별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실증했다.

▲ 박유성 고려대학교 통계학과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인구통계적, 경제적, 사회복지적, 정치성향적 관점에서 접경지역의 특성과 실태를 분석, 발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박 교수는 이를 토대로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남북 분단으로 낙후된 접경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주민의 복지향상을 지원하며 자연환경의 보전·관리를 통하여 경쟁력 강화와 균형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접경지역 발전 목적에 대해 새로운 결론과 제안을 제시했다.

먼저, 접경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으로 점쳤다. 수년내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지역에서 청·장년층의 취업기회는 매우 낮고 재정자립도는 20%에도 미치지 못하며, 정치적 세대 및 성갈등 등은 본질적인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접경지역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는 목표에 대해서도 "지나치게 많은 토지이용 규제와 군사시설 보호법의 제약으로 시행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토지이용 규제와 군사시설 보호법으로 인해 재산권 행사와 생업 및 주거 환경개선에 결정적이고 근본적인 제약이 되고 현실은 주민들의 삶의 환경과 경제적 환경 개선을 위한 사업의 수행 가능성을 현저하게 떨어뜨리고 있으며, 실제로 접경지역내에는 변변한 산업단지나 농공단지, 제조업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주민의 복지향상을 지원'한다는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의 문구는 단순히 구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힐난했다.

통계에서 확인된 접경지역의 높은 출산율과 이에 비해 평균보다 낮은 수준의 육아·보육시설, 그리고 국민연금 지역가입자 비율, 노인빈곤율은 전국 평균보다 높고 전반적 소득수준은 매우 낮은 상황이 이 지역의 복지수준을 웅변한다고 말했다.

박교수는 국가와 공익을 위해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온 접경지역의 경제적, 사회적 희생에 대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의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노후보장을 위해 국민연금 보조금 제도를 접경지역에 전면적으로 확대하고 노인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접경지역 발전을 위한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보조금과 세제상 혜택이 있어야 한다면서, 교통, 사회, 복지, 문화 등 각종 사업에 대한 우선권을 부여하고 청·장년층의 취업과 정주기회의 증대를 위해 생태 및 환경 직접 교육시설과 교육기회 등 일자리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접경지역은 분단으로 인하 남북갈등과 소모적 경쟁 그리고 이러한 아픔을 되새길 수 있는 교육 및 학습의 장이 되어야 하며, 분단의 결과 역설적으로 잘 보전·유지되고 있는 생태와 자연환경을 이용하여 접경지역의 낙후된 경제를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왼쪽부터 추장민 한국환경정책연구원 부원장, 황호섭 한국DMZ생명평화동산 사무국장, 나철성 강원평화경제연구소 소장,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박민철 박사, 정범진 DMZ평화생명협동조합 이사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토론자로 나선 추장민 한국환경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접경지역은 인구나 경제, 사회복지 측면에서 지속가능성이 굉장히 취약하다. 이 지역의 삶의 질과 평화를 증진시키지 않으면 미래 발전을 기약하기 어렵다"면서 박 교수의 제안에 공감을 표시했다.

접경지역의 발전을 위해서는 전통적인 개발방식보다는 이 곳에 가장 많은 자연자원을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자연자원을 지키기 위한 노력에 부수적으로 따르게 되는 희생에 대해서는 그에 합당한 보상을 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20~30대 군인들의 직업적 안정성과 출산율은 높지만 동시에 고령화된 인구도 많고 이들에게는 취업기회가 전혀 없는 경제구조와 사회구조의 이원화는 국가 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제에서 9년째 정착해 활동하고 있는 황호섭 한국DMZ생명평화동산 사무국장은 "농민 최하층의 연소득이 1,000만원이 안되는데, 이들에게는 소득 증대보다는 지출을 줄일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난방비 부담을 줄여주는 에너지 복지와 가구마다 승용차 운용을 줄일 수 있도록 대중교통 확충이 필요하다는 아이디어도 제시했다.

▲ 이헌수 남북강원도교류협력기획단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토론회 2부에서 '남북교류협력 사업에 있어서 접경지역의 중요성과 역할'에 대해 주제발표를 한 이헌수 남북강원도교류협력기획단장은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DMZ 접경지역이 변방에서 신중심으로 나아가는 것은 필연"이라고 밝혔다.

북측 10개 시군, 남측 7개 시군이 있는 DMZ 지역은 "지형적으로 한반도를 횡으로 가로지르는 긴 구간으로 남북이 상호간에 체제의 안정성을 지리적으로 보장하면서도 경제협력을 진행하고, 부분적으로 경제공동체를 만들어 가기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서부 경-평DMZ지역, △중부 평야DMZ지역, △동부 산악DMZ지역, △동해안 고성DMZ로 나누어 각각의 변화를 예측하고 발전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정리했다.

먼저, 남북이 화해와 협력을 강화할 때 '서부 경-평DMZ지역'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류가 서울-평양 라인을 중심으로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개발 압력도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중부 평야DMZ지역'은 남북 농업교류협력의 중심지로 변화할 것이며, '동부 산악DMZ지역'은 군 관련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되겠지만 생물산업의 중요성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해안 고성DMZ'는 남북 물류와 관광으로 활기를 띠게 될 것이며, 이밖에도 서해와 동해의 NLL, 한강하구에 대한 변화 예측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나철성 강원평화경제연구소 소장은 "군 장병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강원도의 경우 철원 6사단, 화천 24사단 이전 및 폐쇄 계획이 발표되면서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면서, "제한적인 보조금이나 일시적인 재정적 지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근본적으로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어떻게 하면 강원도를 통일 전진기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겠는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되고 있다. 그렇게만 되면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 소장은 대관령보다 더 효율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화천 일대의 풍력발전, 그리고 소양강 및 화천, 금강산 수계로 북상하면서 부력 태양광 트러스트를 건설하는 것을 접경지역 신성장 동력으로 제안했다.

정범진 DMZ평화생명협동조합 이사장은 "지난 시기 경협 방식은 불가능하고 북측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첨단산업이나 바이오산업 보다는 적정기술, 유기생명농업, 에너지 자립 등 일관된 가치를 중심으로 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0년간 남북의 교류협력이 단절되어 우리가 북의 급변 상황을 잘 모르고 있다는 상황을 감안해 접경련이 그동안 국제기구와 NGO들이 열심히 사업한 것을 실천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접경지역발전 특별법'은 원래 접경지역에 살고 있는 것만으로 여러가지 불이익을 겪는 주민들을 사회가 전체적으로 안고 가겠다는 독일의 사례를 참고한 것인데, 원래의 취지에 맞추어 다시 한번 연대의식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될 수 있도록 접경련이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 전성 (사)접경지역미래발전연구소 소장은 변방을 새로운 중심으로 세워나가려는 접경련의 활동에 지지와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전성 (사)접경지역미래발전연구소 소장은 인사말을 통해 접경지역이 남북의 호혜적 공존과 교류협력을 선도하는 평화의 땅으로, 뭇 생명들이 온전하게 살아 숨쉬는 생명의 땅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라며, 변방을 새로운 중심으로 세워나가려는 접경련의 활동에 지지와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이날 토론회는 사단법인 접경지역 미래발전연구소가 강원도, 설훈 국회의원실과 공동으로 주최했으며, 토론회에 이어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과 정성헌 한국DMZ평화생명동산 이사장이 '평화·생명운동에 있어서 접경지역의 가치와 의미'를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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