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8일 서울 영등포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제15차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를 개최했다. 처음 한국에 온 인도네시아, 중국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이 증언을 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1991년 8월 고 김학순 할머니가 자신이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임을 밝힌 지 27년. ‘미투(#Me_too)운동’의 시초였다. “그 목소리는 한반도를 넘어 아시아로, 호주와 네덜란드 등으로 확산되어 갔다”고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강조했다.

정대협은 8일 서울 영등포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제15차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서 윤미향 정대협 공동대표는 기조발제에서 “‘나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김학순입니다’ 1991년 8월 14일, 생존자 김학순 할머니가 기자들 앞에서 그렇게 세상을 향해 말하기 시작했다”며 “그렇게 이미 생존자들의 #Me_too는 시작되었고, 그 목소리는 한반도를 넘어 아시아로, 호주와 네덜란드 등으로 확산되어 갔다”고 상기시켰다.

그리고 “생존자와 여성운동의 연대는 힘이 있었다”면서 “전시 성폭력 피해자도 금전적 해결이 아니라 법적 배상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국내외에 확인시키며, 다른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의 인권 활동에도 희망을 안겨 왔다”고 주시시켰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들의 인권 현실은 가해자의 범죄 부정과 책임회피에 직면해 있다. 피해자들의 당연한 권리인 사죄와 배상은 외면당하고 있다”면서 2015년 한국과 일본 정부의 일본군‘위안부’합의을 대표 사례로 꼽았다.

윤 대표는 한국 시민사회단체를 대표해, △학살된 여성들의 유해발굴과 송환, △미군 및 연합군 나라들이 작성한 ‘위안부’ 관련 문서 공개, △지난 27여 년의 인권회복 활동에 대한 역사자료 등의 기록.보존, △각 국가에서의 역사교육, △오늘날 무력분쟁지역의 성폭력 생존자들에게 연대와지지 등을 제시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중국, 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일본 등에서 온 시민사회단체가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운동과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 측 기조발제와 각국 보고를 종합해 오는 9일 결의문이 채택, 발표될 예정이다.

첫 방한한 성노예 피해자들, “일본 정부의 공식사죄와 배상을 요구한다”

회의에 앞서 처음 한국을 찾은 인도네시아와 중국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이 증언을 했다. 이들의 목소리는 하나, 일본 정부의 공식사죄와 법적 배상이었다.

중국 하이난성에서 온 천롄춘(陳連村) 할머니(92세)는 “14살에 일본군이 어떤 집으로 끌고 갔다. 좋은 직장에 소개해준다고 했는데 ‘위안부’로 강제로 일본군에게 성 접대를 하게 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때 당시 나와 같이 끌려간 자매들, 여자아이들 모두 나와 같은 상황에 직면했다. 강간당하고 폭행당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는 사과하고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 그때 강간한 사실을 반드시 인정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배상해야 한다”며 “나는 속아서 일본군에게 끌려갔다. 원해서 간 것이 아니다. 일본 정부가 반드시 사죄하고 명예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 남술라웨시에서 온 누라이니(Nuraini) 할머니(88세)는 “13살에 밭에서 아버지와 함께 일하고 있었는데, 일본군 5명이 와서 나를 끌고 기지로 데려갔다. 너무나 무서워서 큰소리를 질렀다. 몸부림쳤다. 아버지도 제발 딸을 데려가지 말라고 했지만, 일본군은 총으로 아버지를 위협했다”고 말했다.

낮에는 루라 지역에서 강바닥 흙을 퍼서 나르는 강제노동을 하고 밤에는 일본 병사에게 강간을 당해야 했다던 할머니는 “당시 나는 아직 초경도 시작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들은 마치 부부라도 되는 양 취급했고 강제로 성의 상대로 삼았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점령을 받던 시절에 일본군이 저희에게 한 짓에 대해 사죄받고 싶다. 저를 동물처럼 취급했던 일본의 사죄를 원한다. 일본 정부의 공식사죄와 배상을 요구한다”고 분명히 입장을 밝혔다.

인도네시아 남술라웨시에서 온 자헤랑(Jaherang) 할머니(87세)는 “12살에 면방직공장에서 일하던 중 공장 지배인이 방제공장으로 데려갔다. 1주일 정도 일을 한 후 트럭에 실려 차루크에 끌려가 위안소 생활을 강요당했다”고 밝혔다.

“당시 나는 생리도 시작하기 전이었다. 가슴도 아직 여성의 모습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군 병사의 성적 상대를 강요당했다”며 “내가 거부하면 병사는 ‘바가야로’라고 고함을 치며 때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이 자리에서 일본 정부에 이야기하고 싶다”며 “동물처럼 나를 취급한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고 싶다. 제대로 배상해주기를 원한다. 인도네시아를 침략해 발생한 모든 피해자에게 일본은 사죄하라”고 강조했다.

함께 자리한 한국 길원옥 할머니(91세)는 건강상 증언 대신 지난해 발매한 음반 중 노래 ‘남원의 봄사건’을 불러 참가자들을 위로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지난 2016년 5월 ‘14차 아시아연대회의’ 이후 세상을 떠난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25명(중국 8명, 인도네시아 1명, 필리핀 2명, 대만 1명, 한국 13명)과 문제해결을 위해 애쓴 아시아 활동가 3명을 추모하는 시간이 있었다.

1992년부터 시작해 15회를 맞은 이번 아시아연대회의에는 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중국, 대만, 일본, 미국, 호주, 뉴질랜드, 독일 등 11개국 180여 명이 참가했다. 마리몬드와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 정의기억재단이 후원했다.

한편, ‘15차 아시아연대회의’ 참가자들은 오는 9일 낮 결의문 채택에 이어 오후 4시 30분부터 서울 덕수궁 돈화문 앞에서부터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 앞까지 ‘3.8세계여성의날 계기 행진’을 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