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이 끝나면서 한반도, 특히 북미관계가 어디로 가느냐가 국제적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첫 걸음은 문 대통령의 대북 특사 파견으로 시작되었다. 문 대통령이 평창올림픽 개·폐회식 때 방남한 김여정·김영철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대화하면서 과시한 운전자의 모습이 한 발 더 나아간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남북관계 개선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해 논의하면서 대북 특사를 파견할 의사를 전달했다고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경향신문 3월2일>.

윤 수석은 브리핑에서 양국 정상은 남북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여 이를 한반도의 비핵화로 이어나가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가기로 했으며 ‘문 대통령은 북한 고위급 대표단 방남 시에 논의했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북한 김여정 특사의 답방 형식으로 대북 특사를 조만간 파견할 계획임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추후 이뤄질 대북 특사 파견과 함께 대북 관계를 활성화할 방침이라고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밝혔다. 조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에서 남북관계 추진 방향과 관련, “긴 호흡으로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 노력하겠다.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평창 올림픽을 통해 마련된 대화와 협력의 분위기를 이어나가면서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본격적인 궤도에 올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로써 평창올림픽을 이유로 연기된 한미연합훈련이 개시되는 다음 달 초까지 세계는 남북한 간의 활발한 교류와 협의를 지켜보게 되었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한국 정부의 대북특사 파견 계획과 관련, 한반도 비핵화는 협상 대상이 아니며 미국은 이런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북한과 관여할 용의는 있다며, 전임 행정부의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미국의소리방송 3월 2일>.

미국 국무부는 이어 미국과 한국은 남북한 사이의 진전이 비핵화를 향한 진전과 병행할 수 있도록 최대 압박 캠페인을 통해 함께 협력할 것이라면서 미국은 북한과 관여할 준비가 돼 있고, 이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는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미국의 입장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대북 특사 파견 방침에 대해 미국 정부가 즉각 반응을 보이는 것처럼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 추진은 한미 등이 공조하고 있는 ‘압박과 관여’라는 대북 정책의 프레임의 틀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도 큰 틀에서 압박과 대화라는 틀을 강조하고 있어 한미 두 나라가 평창올림픽 기간 동안 보여준 메시지와 문 대통령의 대북특사 파견 방침은 한미의 대북 공조 틀 안에서 이뤄진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한미 두 나라는 북한에 대한 역할을 분담해 미국은 대북 압박 역할을, 한국이 관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진다. 미국의 북에 대한 태도는 평창올림픽 기간 동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초강력 대북 제재 발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방한 기간 동안 보여준 행보에서 확인된 바 있다.

향후 남북은 유엔이나 한미 두 나라의 대북 정책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교류협력을 다각도로 펼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여기에 대해 미국과 중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는 속단키는 어렵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에서 지난 수일 동안 벌어진 매우 의미심장한 몇 가지를 살피면 향후 한반도 정세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는 듯 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러시아 스캔들에 대한 특별 수사팀의 압박이 거세지는 가운데 발생한 미 플로리다 고교 총격사건 후 총기 규제 목소리가 커지자 학교 교사들이 총기를 휴대하는 방안 등을 내놓으면서 ‘장사꾼’ 대통령의 면모를 십분 드러냈다. 미국 전역에서 강력한 총기 규제 조치를 취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는데 무기 제조업체 입장에서 보면 무기를 더 팔아먹을 수 있는 조치를 트럼프가 내놓은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외교 안보에서 미국 국익을 챙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바 그것은 지난해 대북 정책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트럼프의 대북 군사적 압박은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양보를 얻어내고 한일 두 나라에 무기를 더 팔아먹는 비즈니스적 성과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트럼프 입장에서 남북한이 대화와 교류협력 쪽으로 가버리는 것은 미국의 비즈니스가 중단 또는 약화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한 방법을 총동원할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가 대북 정책 추진으로 노리는 궁극적인 정치적 목적은 무엇인가? 그것은 2020년 대선에서 자신이 재선되는 것이다. 트럼프는 2020년 대선 캠프의 미디어 담당 책임자를 지난달 27일 임명하면서 일찌감치 계속 집권의 속내를 드러냈다. 트럼프는 현직 대통령으로써는 재선을 위한 대선 준비 팀을 가장 조기에 가동시킨 대통령이 되었다. CNN은 1일 트럼프가 차기 대선을 979일 앞둔 시점에 본격적으로 재선 준비를 시작한 것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12년 대선 582일 전에 한 것과 비교된다고 꼬집었다.

트럼프의 장사꾼 기질은 트위터를 활용해 유권자와 직접 소통하는 방식에서 잘 드러나 있고 거래 상대에 대해서는 가능한 최대한 압박을 가해 이익을 짜내는 방식을 취한다. 북한에 대해 군사 외교적 압박을 가하는 것과 같은 스타일이다. 그는 ‘자신의 편이 아니면 적’이라면서 백악관 측근들도 가차 없이 목을 치는 냉혹한 방식으로 정치를 하고 있다. 트럼프의 대북 군사옵션을 놓고 국내 일부에서는 전쟁 가능성을 크게 염려하고 있는데 트럼프가 한반도에서 무력을 사용할 경우 재선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본인 자신이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전쟁 가능성과 관련해 북한과 미국의 군사력 격차를 볼 때 북한의 대미 선제공격 가능성은 여러 가지 이유로 매우 희박하다. 미국이 어떤 이유이건 대북 무력 사용을 할 경우 한반도 전면전쟁은 물론 중국, 러시아 등이 휩쓸리는 핵전쟁으로 비화 될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또한 전쟁 발생 시 인명피해는 한반도에서만 수십 - 수백 만 명에 달하는 등 엄청난 재앙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이 밝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전쟁은 절대 안 된다는 점을 이미 공언한 바 있다.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가 대북 선제공격이라는 카드가 당선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할 경우 이상에서 살핀 것과 같은 부담이 커 그 실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한편 중국 시진핑 주석은 개헌을 추진하면서 20여 년 간 준수된 임기연임제를 폐지하고 자신에게 권력을 집중시키는 장기집권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는 향후 한반도 정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시 주석은 중국 관영 언론을 통해 강력한 지도자의 장기 집권 필요성만을 강조하고 있으나 해외 중국 전문가들은 시 주석이 국내 통제력을 장악한다 해도 지속적인 경제 발전이 없이는 그 권력 기반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시 주석이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유럽연합 등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정보화 시대의 국제경제 시스템 속에서 중국 홀로 경제적 발전을 이루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시 주석은 미국, 유럽 등과 경제적인 우호관계를 유지하려 할 경우 대북 정책은 현재와 유사하거나 더 강력해질 가능성이 크다. 즉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반대하면서 유엔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지만 북한의 지정학적인 완충지대 역할을 하는 것을 유지시키는 방향일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북핵 문제에 대해 중국이 제 역할을 다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향후 미국의 대북 압박 정도가 강화될 경우 중국이 뒤따를 개연성이 적지 않다. 중국은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해 ‘미국은 6천개의 핵무기와 비슷한 숫자의 대륙간탄도 미사일을 가지고 있으니 북한이 맞장 뜰 수 없다’면서 북한의 핵 폐기와 함께 북미대화를 주장하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평창올림픽 기간 동안 중국 대형 여행사들이 ‘한국이 사드로 중국 안보를 위태롭게 한 것’을 이유로 한국 관광 상품을 취급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사드 사태이후 강행한 보복 조치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고 앞으로도 중국의 한국에 대한 태도는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중국은 한미군사동맹이 현재와 같이 유지될 경우 미국이 북한을 빌미로 중국에 가하는 압박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고 한미동맹의 약한 고리이면서 중국 경제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에 대한 견제구를 계속 날릴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최고 지도자들의 향후 행보를 추정할 경우, 북한 핵에 대한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즉 북한은 현재와 같은 유엔, 미국 등의 제재 대상이 되면서 경제, 외교적으로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한반도에 전쟁 가능성은 미국의 대북 심리, 선전전 속에서 계속 언급될 개연성이 적지 않고, 설령 북미간에 제한적인 대화의 물꼬가 트인다 해도 트럼프는 중국과 한일을 상대로 얻어낼 경제적 이익의 카드를 버리려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미국의 압박에 반발해 추가 핵실험과 같은 조치를 취할 경우 남북관계도 경색되는 길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현재와 같은 한미군사동맹, 한국군 전시작전지휘권의 미군 행사와 같은 구조 속에서 독자적인 행보의 공간을 만들어나가기가 매우 힘들다. 동시에 국가보안법이 전향적인 남북관계에 대한 논의를 저지하는 상황이라 ‘우리가 남이가’라는 식의 분위기 조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6월 선거가 다가오면서 야권은 집요한 색깔 공세를 취하며 발목 잡기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집권이후 미국과 군사동맹의 틀 속에서 대북 제재에 찰떡 공조를 해 오다가 평창올림픽 기간 동안 전 세계를 향해 한반도 평화가 무엇인지를 충격적으로 과시한 뒤 대북특사 파견을 추진하는데 미국이 곱지 않은 눈으로 보고 있는 상황이다. 외가닥 줄타기를 하는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핵무기와 관련한 초강대국의 무법자와 같은 태도로 제기되는 문제도 큰 변수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핵 포기를 요구하지만 자체 보유 핵무기의 현대화를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 부을 것을 공언했고 러시아는 이에 질세라 무적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두 나라는 1980년대 말 전략핵무기감축협상에 성공해 그것을 이행했지만 수년전부터 서로를 향해 ‘너를 핵무기로 지구상에서 없애버리겠다’는 식의 공세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중국은 자체 안보에 필요한 만큼의 핵무기를 보유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런 핵 강대국들이 북한에 대해서 핵 폐기를 요구하는 것은 세 살 먹은 어린이도 웃어버릴 촌극이다. 지구촌 핵 논리의 문제점을 북한이 지적하면서 지구촌 차원의 비핵화를 주장하면서 핵군축 회담을 주장하고 있지만 아직 국제적인 호응은 미약하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의 국가이기주의의 틈바구니 속에서 한반도에서 전쟁 위험이 사라지고 평화와 교류협력이라는 목표가 추진될 수 있을 것인가? 미국이, G2로 부상하고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을 추진하면서 북한을 불로로 잡고 한반도 위기론에 편승해 이익을 계속 챙기려 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동북아 정세가 요동치고 있는 상황을 보면 한국이 한반도 당사국의 역할을 찾아 상당한 정도의 지렛대 역할을 해야 할 절박한 당위성이 커지고 있다. 만약 한국이 냉전시대의 위상에 안주하려 한다면 미중의 패권 경쟁이 더욱 뜨거워지면서 한반도 위기 지수는 계속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그런 사태를 약화 또는 방지하기 위해서 한국은 냉전시대에 만들어진 불평등한 한미군사관계를 필리핀, 일본이 미국과 맺은 방위조약 수준으로 정상화해야 한다.

미국이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입에 달고 다닐 수 있는 근거는, 군사관계에서 미국이 갑이고 한국이 을이기 때문이다. 북미관계 악화 속에서 미국이 전쟁 불사의 입장을 계속 펴왔지만, 전쟁 피해의 당사자가 되는 한국의 존재감이 실종되는 일이 반복되었다. 앞으로 그래서는 안 된다. 지구촌이 비웃는 국치스런 일이다. 미국에게 갑의 위상을 계속 유지토록 하는 것은 미국이 독불장군식의 한반도 정책을 강행할 수 있는 빌미를 준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한미가 평등한 군사주권국가의 관계를 맺고 미국이 북한을 유엔 회원국이란 대등한 관계에서 상호 주권을 존중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해법을 모색할 때 동북아 평화 회복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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