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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GM이 문제가 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나는 그냥 조금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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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의 먹튀를 문제 삼을 수 있다. 언론에서 다양한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먹튀가 문제라면 공적 자본을 투입하여 문제를 해결하면 될 듯하다. 이게 전통적인 시각이다. 그런데 문제가 그렇게 만만치 않은 것 같다.

GM 문제는 범세계적인 산업구조 조정과 공장 유치 경쟁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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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명확하다. 자동차 산업이 기계산업이 아니라 전자산업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전망은 꽤 오래되었다. 자율주행 자동차나 전기 자동차가 임박해 있다는 시각도 오래되었다.

나는 이미 몇 년 전에 학생들을 한명씩 불러다가 자율주행 자동차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보여주곤 했다. 그냥 변두리 학원 선생에 불과한 나도 전통 자동차 산업의 운명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었다.

따라서 GM이나 노동자들이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과 생산라인 그리고 임금조건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거의 가망이 없다.

다음의 두 가지는 불가피하다.

첫째, 새로운 단계의 자동차(예를 들어 자율주행 자동차)를 생산해야 하며 그 생산라인은 전통적인 컨베이어 시스템이 아니다. 독일 등에서 시험하는 스마트 팩토리에는 고용이라는 맥락이 들어 있지 않은 것 같다.

둘째는 범세계적인 기업 유치 전략이다. 세계적으로 기업을 유치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자동차 산업의 임금조건을 그대로 두고 한국에 공장을 갖고 있을 이유가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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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모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우리는 쌍용자동차의 사례를 알고 있다. 그러나 서울에서 가장 못사는 동네 금천구에서 영세 자영업을 했던 나로서는 쌍용이나 한국 GM의 사례가 오히려 기이하다.

그냥 사람 사는 동네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은 경제적 논리에 따라 처리된다. 거기에 사람들의 처지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손수레를 끄는 할머니들을 만났다. 누구도 할머니가 가져온 폐지로 하루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는가를 묻지 않는다. 할머니가 가져왔든 아저씨가 가져왔든, 폐지는 그냥 저울에 달려 킬로그램으로 계산된다. 가게에 수천만 원을 투자해 망해나가는 중년 아저씨의 노후를 걱정하여 그가 사용하던 책걸상을 비싸게 처 줄 고물상도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래서 쌍용자동차나 GM 노동자들이 해고되어도 좋다는 것이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2000년대 구조조정이 어떤 집단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왜곡되었다는 점이다.

2000년대 한국의 구조조정은 일상적이고 광범위하며 잔인하게 진행되었다. 결정적이었던 것은 노인 자살, 저출산, 청년 실업, 자영업 등이다. 그럼에도 2000년대의 구조조정은 유독 노동자, 그것도 정규직 노동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거기서 강고한 저항 담론을 구축했다. 덕분에 구조조정은 노동개혁 전반으로 확대되지 못하고 정규직 고용에서 막혀 버렸다.

대학생들과 인터뷰를 해보면 정규직과 공무원에 대한 열망은 하나의 신앙이다. 즉 이 사회 어딘가에 정규직과 공무원과 같은 특별한 집단이 존재하는 한 청년들은 장기적인 특혜를 위해 단기적인 손해를 기꺼이 감수한다.

내가 볼 때 정규직, 공무원과 청년실업은 동전의 양면이다. 해결책은 모든 사람을 정규직화하거나 모든 사람의 고용을 유연화하는 것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나 노동해방 그리고 노동해방의 현대적 버전인 노동존중은 가망 없는 전자에 대한 지향을 대변한다.

전자가 아니라면 후자여야 한다. 이를 보충할 사회복지는 안정된 고용과 결합된 기업 복지가 아니라 기본소득이나 유연안전성과 같은 전 사회적인 복지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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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GM이 특별한 이유는 정세 때문이다.
 
2000년대 범세계적인 호황이 있었다. 이 호황은 미국의 거품과 중국의 경제적 부상과 관련되어 있다. 2008년 미국의 경제위기로 전 세계적인 구조조정이 있었다. 우리는 남부유럽의 잔인한 구조조정의 사례를 알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기서 비켜서 있었다. 미국 경제가 붕괴되었지만 중국의 거대한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이를 대신했기 때문이다.

2018년 벽두의 한국경제는 스산하다.

2017년 한국의 출생아 수는 35만 8천명이다. 내 예상이 맞다면 충청권 이하의 지방경제는 사실상 끝났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자영업과 가계부채에 중대한 타격을 줄 것이다. 2000년대 한국경제를 먹여 살려 온 조선, 해운, 자동차 산업 등의 경쟁력이 문제가 될 것이다. 사실 자동차 산업의 분수령은 한국 GM 정도가 아니라 현대자동차가 아닐까 싶다.

한국은 싫든 좋든 구조조정의 시험대 위에 오를 것이다. 내가 제안하고 싶은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구조조정에 어떤 예외도 없고 구조조정의 원칙은 오직 실력이다. 그래서 스포츠가 아름다운 것이다. 둘째는 그렇게 구조조정을 일상화하는 조건위에서 전 사회적인 복지 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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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하동에 학원이 있었다. 학생 중에 중2 남자애가 있었다. 녀석은 기아자동차에 다니는 정규직 아버지를 두고 있었다. 녀석이 한번은 자기 부모들은 고졸인데 시대를 잘 만나 잘 살고 있다고 말한다.

중2 학생이 보는 세상이 그러하다. 중2 남학생이 보기에 기아 자동차 정규직 노동자들은 그들의 능력에 비해 특권을 누리는 집단이다.

2008년 어린 소녀들이 촛불 광장에서 ‘함께 살자 대한민국’이라는 구호를 건 적이 있다. 지금이 그럴 때이다. 대대적이고 전사회적인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 이 때 모두가 공평하게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어야 하고 또한 모두가 사회적 보호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여기서 노동도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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