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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을 오르던 북 스키 선수, 우리 응원소리 들었을까?<응원기> 남북공동응원단, 알파인스키 크로스컨트리 경기 응원
평창=이하나 통신원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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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19  18: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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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인스키’와 ‘크로스컨트리’. 우리는 이름도 생소한 스키종목을 공부하며 어떻게 응원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북측의 김련향, 리영금, 박일철, 한춘경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선글라스 쓰고 나타난 북 응원단

   
▲ 선글라스를 쓰고 나타난 북측응원단.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 선글라스를 쓰고 응원하는 북측 응원단.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알파인스키장은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선수를 마주 바라보는 곳에 응원단 좌석이 있다. 15일, 16일 알파인스키장은 햇볕이 강해 눈을 뜨기 힘들 정도였다.

경기장에 북측 응원단이 등장했는데 다들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분홍색부터 갈색, 검은색. 무테부터 금테까지 디자인이 다양했는데 한국에서 유행하는 스타일과도 조금 달랐던 걸 보면, 응원단이 미리 개인의 것들을 챙겨온 듯 했다. 겨울 스포츠 경기응원에 선글라스가 필요할 줄이야, 우리는 아무도 챙겨오지 못했는데 말이다.

스키장에 울려퍼진 '짝' '짝짝' 남북이 주고받던 박수소리
​남북 선수 나오면 다같이 '힘내라'

알파인 스키는 맨 위 언덕에서부터 깃발을 하나씩 지나며 선수가 내려오는데 짧은 경기시간에 비해 대기시간은 매우 길다. 그 시간 동안 남북의 응원단은 말 그대로 '공동응원'을 펼쳤다.

   
▲ 우리 응원단에 한반도기를 흔들어주는 북측응원단.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귀를 쫑긋, 북측응원단의 노래에 귀를 기울이며 아는 노래 ‘반갑습니다’ ‘고향의 봄’ ‘휘파람’등이 나오면 따라부르기도 했고, 우리가 먼저 “우리는 하나다”를 외치면 북측응원단이 구호를 받아주기도 했다.

   
▲ 남측 응원단을 향해 손가락을 펴 보이며 박수를 유도한 북측 응원단장.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북측 응원단장이 우리 쪽을 바라보며 손가락을 하나, 둘씩 펴면서 박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정말 같이 응원하는 기분이었다”는 것이 응원단의 소감이다. 응원단장이 손가락 하나를 펼 때마다 박수를 '짝' '짝짝' '짝짝짝' 이렇게 남북이 주고받는 구호도 척척 해내게 되었다.

같이 부르는 노래는 아직 좀 어려웠다. 아마추어인 우리에 비해 북측응원단은 노래실력이 남다르고, 야외에 멀리 떨어져있는 장소 덕에 박자를 맞추기 어려웠다. 그럴 때면 남측응원단장은 “자 감상타임~”이라고 외쳤고, 한반도기를 흔들며 감상타임에 들어갔다.

이렇게 응원하다가도 남북 선수들이 나오면 다 같이 환호하며 “힘내라”를 외쳤다. 북측 응원단이 한참 노래를 부르던 중, 맨 앞줄의 응원단들이 단장에게 말을 걸어 부른다. 전광판쪽을 보니 남측 선수의 출전 차례였다. 번호가 뭔지 파악하고 주고받으며 잠시 노래를 멈추고 “힘내라”를 외친다.

이렇게 남북응원단은 같이 노래하고, 박수를 치고, 선수들을 응원했다. 사전에 약속한 것도, 같이 연습한 것도 아니지만 ‘공동응원’은 너무나 쉬운 일이었다. 말도 같고 뜻도 같은데 어려울 게 무엇이 있을까.

우리가 같이 응원하는 모습에 외신기자들은 물론 북측 기자단까지 우리 쪽에 와서 한참 촬영해가기도 했다. 다음에는 남북이 함께 ‘단일응원단’도 꾸릴 수 있을까? 우리 생각에는, 의지만 있으면 당장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 우리 응원단에 손을 흔들어주는 북측 응원단.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넘어져 피흘려도 다시 일어나 완주한 북 선수, 심정은 어땠을까

15일, 16일 모두 오후에는 크로스컨트리 경기가 있었다. 크로스컨트리는 소위 스키종목의 ‘마라톤’과도 같다고 한다. 10km, 15km라는 길이도 길 뿐더러 언덕도 올라야 한다.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들은 바로 쓰러져 숨을 몰아쉬고는 했다.

15일 북측의 리영금 선수 응원을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이 날은 북측 응원단이 오지 않았다. 뒤늦게 기사를 보니 강릉에서 공연이 있었다고 했다. 북측 응원단을 만나지 못하는 건 아쉬웠지만, 응원단은 오히려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우리라도 와서 다행이다, 우리가 정말 더 열심히 응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기훈(부산, 30)

리영금 선수가 출발라인에 섰을 때 큰 응원함성이 시작됐고, 선수는 환하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우리는 선수가 경기를 완주할 때까지 계속 응원을 펼쳤다. 전광판에는 우리의 응원 모습이 자주 잡혔고, “한반도기를 끝까지 흔들며 응원해주세요”라는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까지 나왔다.

   
▲ 응원단에 손을 흔들어주는 북 리영금 선수.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 크로스컨트리 경기장, 전광판에 잡힌 남북공동응원단의 모습.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리영금 선수가 도착했는데, 너무 힘들어보였다. 우리에게 손을 흔들어주기는 했지만 지쳐서 몸을 가누기도 어려워보였다. 나중에 기사를 통해 확인해보니 경기 중 넘어져 피를 흘릴 정도로 다쳤고, 끝내 완주하고는 코치진을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우리는 모두 탄식하며 안타까워했다.

세계무대에 처음으로 출전한 선수, 모든 사람들이 관심이 집중되어있고 각종 편견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많은 상황에서, 얼마나 큰 부담감을 안고 임했을까. 치아가 다치고 피를 흘릴 정도로 아팠지만 다시 일어나 완주하기까지의 심정을 헤아려보니, 더욱 응원하고픈 마음이 커졌다.

나중에 KBS 중계장면을 확인하니 마지막 결승선 통과이후 우리의 응원 모습과 “장하다 리영금” 소리가 방송에서도 들렸다. 우리의 응원소리가 리영금 선수에게 조금이라도 힘과 위안이 되었기를 바랄뿐이다.

언덕을 오르던 스키 선수에게 “힘내라를 외치며

다음날 크로스컨트리에는 박일철, 한춘경 선수가 출전했다. 우리는 응원장소를 변경했다. 선수들이 스키를 타고 지나치는 곳, 특히 언덕을 올라야 하는 곳에 자리잡았다. 그리고 기다리던 선수들이 언덕을 오르는 순간 우리는 목이 터져라 외쳤다. “힘내라! 힘내라!”

   
▲ 언덕을 오르는 북 선수를 응원하는 응원단.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 크로스컨트리 경기장에서 선수 가까이에서 응원을 하는 모습.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 SBS중계화면에 잡힌 응원단 모습.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바로 코앞을 지나는 선수를 응원하니까, 정말 응원하는 느낌이 들더라. 우리 응원 소리를 들었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뿌듯했다.” 신상현(서울, 34)

가까이서 응원하다 보니 응원단들이 선수와 '아이컨택'했다는 증언도 쏟아졌다.

“우리가 구호 외치니까 선수가 스키타고 내려가다가 잠시 쳐다봐줬어요. 저는 눈도 마주쳤어요!” 최성은(인제, 20)

“정말이에요! 경기 중이니까 손은 못 흔들어줬지만 정말 우리 쪽을 봤다니까요.” 김연희(서울, 29)

"우리는 하나다 구호가 심장에 박혔습니다"

정말인지, 행복한 착각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의 응원소리가 선수들에게 직접 들리고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다면 우리는 그걸로 만족한다.

그런데 경기 후 선수들의 소감 기사 중, 알파인스키 김련향 선수의 소감이 우리의 ‘심장에 박혔다’.

“북과 남이 함께 응원해주니 마음이 더욱 가볍고 신이 났다. 북과 남이 통일이 된다면 더 우수한 강팀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상에서는 응원단의 ‘우리는 하나다’ 구호가 심장에 박혀 통일을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련향 선수 소감(연합뉴스 기사 중)

   
▲ 알파인스키 경기장에 걸린 '우리는 하나다' 현수막.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 경기가 끝나고 손을 흔들어준 김련향 선수. 김련향 선수는 “우리는 하나다 구호가 심장에 박혔다”며 우리의 응원에 감사를 표했다.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스키장 위쪽에 올라가 현수막을 펼친 응원단도, 관중석에서 열심히 ‘우리는 하나다’를 외친 응원단도 모두 뿌듯해했다. 그 동안 응원을 준비하며 힘들었던 일들, 경기장에서 자발적으로 나서서 응원을 유도할 때마다 관계자들의 제지를 받아야 했던 스트레스라던가, 경기장에 들어갈 때 ‘통일 조국’이라는 피켓 구호가 정치적이라며 빼앗겼던 순간의 허탈감, 길거리에서 연습하고, 새벽같이 일어나 경기장으로 향해야 했던 힘듦과 피로가 다 씻기는 느낌이었다.

외신들은 묻는다 “통일을 원하나요?”

응원단 활동이 계속되다 보니 언론의 관심도 쏟아진다. 국내언론은 물론 미국 뉴욕타임즈, 캐나다 CBC방송도 응원단을 자세히 취재해갔다. 특히 경기장에서의 열띤 응원 모습을 본 취재진들은 주로 이런 질문들을 던졌다.

   
▲ 캐나다 CBC와 인터뷰중인 응원단.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단일팀과 북한선수들을 응원하는가?”, “이런 스포츠에서의 교류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간절히 바라는 시민들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치열한 외교전이 벌어지는 지금, 우리는 남북이 힘을 합치면 잘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어찌보면 원칙적이고 당연한 답변들이지만 그들은 무엇이 새로운 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어이없을 만큼 쉬운 질문을 던졌다. “통일을 원하나요?”

자원봉사자가 나눠준 한반도기, ‘우리는 하나다’ 현수막과 사진찍는 시민들

국민들의 ‘평화’올림픽, ‘통일’올림픽에 대한 애정은 평창 이곳저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나눠주는 한반도기를 받아들고 경기장에 들어가며 “한반도가 이긴다!”고 외치던 시민. 경기가 끝나자 응원단을 찾아와 “수고했다”며 격려해주고 ‘우리는 하나다’ 현수막을 들고 함께 사진 찍자던 관중들. “우리 통일되면 이걸로 국기 바꿔야겠네?”라며 한반도기를 흔들던 초등학생. 북 응원단 취주악단 공연입장을 기다리며, 나눠준 한반도기를 머리위로 치켜들고 행진하듯 걷던 시민들.

   
▲ 경기가 끝나고 시민들이 ‘우리는 하나다’ 현수막을 들고 사진을 찍자고 요청했다.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 북 취주악단 공연장을 찾은 시민들. 한반도기를 높이 치켜들고 입장했다.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 평창올림픽 경기장, 자원봉사자가 관중들에게 한반도기를 나눠주는 모습.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 평창올림픽 경기장 자원봉사자 및 관계자들도 한반도기를 함께 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크로스컨트리 스키장에서는 좌석 한곳에 놓여있던 한반도기 뭉치를 자원봉사자 분이 “이거 나눠줘도 되는 거죠?”라고 묻고는 관객들에게 나눠주었다. 언덕 바로 밑 우리의 응원 모습이 인상적이었던지 먼저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나서는 분도 있었다.

“평창올림픽이 시작될 때만 해도 전쟁위험이 있는 곳에 경기하러 가지 않겠다는 국가들도 있지 않았나. 우리가 평화올림픽을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있다. 무엇보다 우리 남북이 원해서 분단된 게 아니고, 우리는 통일을 원한다는 것을 세계에 알린 것 같아 뿌듯하다. 시민들의 가슴속 통일 열망을 불러일으키는데 응원단으로서의 역할을 한 것 같아 뿌듯하다.” 정수범(28)

“한반도기를 들고 끝까지 응원해주세요.”
설날, 크로스컨트리 경기장에서 우리 응원단을 목격한 장내 아나운서의 말이다. 설 연휴도 반납하고 경기장에서 명절을 보낸 응원단들. 북측 응원단과 ‘까치까치 설날’ 노래를 부르며 “민족의 명절을 민족과 함께 보내니 얼마나 좋으냐”고 웃는 응원단들. 올해 더 큰 민족의 기쁨들이 이어지길 바라며, 우리는 끝까지 평화올림픽을 응원한다.

   
▲ 경기중 선수에게 '잘한다' 구호를 외치는 남북공동응원단과 시민들.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 한반도기를 들고 함께 응원하는 시민들.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 크로스컨트리 경기장 저 건너편에서 응원단에 손을 흔들어주는 북측관계자.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 남북공동응원단이 경기장에서 관중들을 리드하는 모습.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 자원봉사자가 스키장 건너편에서 직접 찍어준, 남북공동응원단의 모습. [사진 - 통일뉴스 이하나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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