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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배 선생 시절, 한글학회 회칙 너무도 민주적” 박용규, 한글학회 회칙 개정 요구 1인시위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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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16  19:4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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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규 한글학회 연구위원이 한글회관 앞에서 지난 5일부터 '한글학회 회칙 개정안 공개토론회 개최'를 촉구하며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최현배 선생이 바로 우리 학회를 1940~60년대 계속 지켜왔다. 최현배 선생 시절에는 한글학회 회칙이 너무도 민주적이었다.”

한글학회가 있는 서울 새문안로 한글회관 앞에서 지난 5일부터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박용규 한글학회 연구위원은 “우리 민족학회인 한글학회가 더 발전하려면 한글학회 회칙 내용이 너무도 비민주적인 내용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고쳐야만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첫째, 정회원이 임원 선출권을 가졌다. 지금은 없다. 두 번째로 정회원이 정기총회에서 회칙개정을 발의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없어졌다. 세 번째는 한글학회 정회원이 되는 자격을 대단히 확대시켰다. 무슨 말이냐면 우리말을 연구하는 학자들뿐만 아니라 보급하고 실천하는 사람도 한글학회 정회원이 됐다.” 지금 회칙에는 국어학 논문을 발표한 사람만 정회원이 될 수 있다.

한글학회도 문제점을 인식, ‘한글학회 회칙개정위원회’를 구성해 지난해 12월 7일 회칙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어 올해 1월 23일 ‘한글학회 개혁위원회’가 구성돼 회칙개정위의 ‘한글학회 회칙개정안’ 3월 총회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역시 관성의 벽은 두터웠다. “이사회에서 낸 부대의견에는 한 마디로 말하면 우리(개혁위원회) 회칙개정안 반대 부대의견”이고, “개혁위원회 세 사람이 2월 1일 한글학회 권재일 회장을 면담”했지만 요지부동임을 확인한 것이다.

설날을 앞둔 14일 오전 10시 한글학회 앞에서 1인시위 중인 박용규 한글학회 개혁위원장은 “이렇게 회원 간에 찬반 의견이 갈리고 있으니까 정식으로 회칙개정안 공개토론회를 열어달라”는 것이 요구사항이라며, 3월 24일 정기총회 때까지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1인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언제든지 공개토론회를 열어서 충분하게 의견을 나눠서, 거기서 회원 상호간에 합의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다시 최종안을 도출해 내서 3월 24일에는 전회원이 정기총회 때 최종 확정된 한글학회 회칙개정안을 상정해서 박수치면서 통과시키는 것이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겠느냐”는 것.

한글학회의 전신은 조선어학회는 일제시기에도 ‘한글 맞춤법 통일안’ 제정(1933년), ‘사정한 조선어 표준말 모음’ 발간(1936년), ‘외래어 표기법 통일안’ 제정(1940년) 등을 완수했고, 1942년 16만 어휘를 수록한 ‘조선말 큰사전’을 완성, 발간하려다 일제의 이른바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혹독한 탄압을 받았다.

일제의 최후의 발악은 1942년(임오년) 만주에서 국교(國敎)인 대종교 지도부를 체포한 ‘임오 교변(敎變)’과 국내에서 국어(國語)단체인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나타났다. 안희제 등 대종교 지도부 10명이 순교하고 윤세복 등은 감옥에서 해방을 맞았으며, 조선어학회 이윤재, 한징이 옥사하고 이극로, 최현배 등이 해방후 감옥에서 풀려났다.

박용규 연구위원은 “분단이 72년인데 분단이 안 된 게 있다”며 “우리 남북의 겨레들이 똑같은 말과 글을 쓰고 있어서 말글은 분단이 안 됐다”고 짚고 “말글 연구를 더 힘차게 하고 남북이 서로 교류협력하고 화해하는 것이 우리 민족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평소의 소신을 펼쳤다.

또한 “영어가 범람해서는 자주국이라고 볼 수 없다. 사실 이런 일들을 우리 민족학회인 한글학회라든지 우리 말과 글을 지키는 국어운동 단체에서 활발하게 대처해야 한다”면서 “말글, 언어도 사실 어떻게 보면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이고 인권”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14일 오전 10시 한글학회 앞 1인시위 중에 진행한 인터뷰 내용이다.

“정식으로 회칙개정안 공개토론회를 열어달라”

   
▲ 한글회관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박용규 한글학회 연구위원.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통일뉴스 : 자신을 소개해 달라.

■ 박용규 교수 : 고려대학교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 박용규다. 한글학회 연구위원이기도 하다.

□ 언제부터 1인시위를 시작했고, 언제까지 할 작정인가?

■ 지난 2월 5일부터 시작했다. 오는 3월 24일 한글학회 정기총회 전까지는 계속할 예정이다. 1인시위 시간대는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다.

□ 1인시위는 혼자서 하나 여러 명이 돌아가며 하나?

■ 아직까지는 혼자하고 있다. 내가 한글학회 개혁위원회 운영위원장이다. 우리 민족학회인 한글학회가 더 발전하려면 한글학회 회칙 내용이 너무도 비민주적인 내용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고쳐야만 한다.

□ 한글학회 개혁위원회는 언제 어떤 취지로 발족했나?

■ 지난 1월 23일 개혁위원회가 발족됐다. 개혁위원회가 등장한 배경은 한글학회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다. 그러려면 현행 회칙을 가지고서는 발전할 수 없다. 그래서 작년에 이미 한글학회 회칙개정위원회가 출범이 돼서 12월 7일 개정안을 만들어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는데 도움이 되기 위해서 개혁위원회가 출범했다.

□ 그러면 회칙 개정안은 3월 정기총회에서 통과되나?

■ 3월 24일 정기총회에서 하게 된다. 그런데 회칙 개정안에 대해서 찬성과 반대의견이 지금 갈리고 있다. 그래서 개혁위원회 세 사람이 2월 1일 한글학회 권재일 회장을 면담했다.

우리가 회칙개정안 원안을 그대로 상정해주고, 다른 이사들의 의견은 첨부돼서는 안 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렇게 회원 간에 찬반 의견이 갈리고 있으니까 정식으로 회칙개정안 공개토론회를 열어달라”고 건의를 했다.

그런데 그 다음날 2월 2일에 답변이 왔다. 권재일 회장은 공개토론회를 거부했다.

우리 학회가 학술단체고 또 우리 학회는 11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지하에 강당도 있다. 그래서 언제든지 공개토론회를 열어서 충분하게 의견을 나눠서, 거기서 회원 상호간에 합의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다시 최종안을 도출해 내서 3월 24일에는 전회원이 정기총회 때 최종 확정된 한글학회 회칙개정안을 상정해서 박수치면서 통과시키는 것이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겠느냐.

그렇게 생각해서 나는 공개토론회를 주장했고, 또 당연히 학회는 학술단체이기 때문에 열어야 된다고 본다. 왜냐하면 한글학회의 현재 11명의 이사는 전부 대학의 현직교수들, 제 말로 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다. 학자들이 이런 토론회를 열지 못할 이유가 없다.

“조선어학회는 3가지의 큰 업적을 남겼다”

   
▲ 조선어학회 표준어사정위원들의 1935년 현충사 방문 기념 사진. [자료사진 - 통일뉴스]

□ ‘한글학회’ 하면 일제시대인 1942년 임오년 조선어학회 탄압사건이 떠오르는데, 그 역사적 맥을 잇고 있다고 봐도 되나?

■ 그렇다. 한글학회는 1949년에 전신인 조선어학회가 한글학회로 이름만 바뀌었다. 한글학회 역사를 간단히 말하면, 1908년에 주시경 선생이 국어연구학회를 만들었다. 주시경 선생이 돌아가시고 난 이후에 그의 제자들이 1921년에 조선어연구회를 발족했다. 이 조선어연구회의 이름이 1931년에 조선어학회로 개명이 됐다.

조선어학회는 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졌다. 조선어학회가 왜 일제의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결국은 처벌을 받고 옥고를 치르게 됐느냐? 그것은 바로 일제가 우리 민족을 영구히 말살하기 위해서 우리 말글 말살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여기에 조선어학회가 대항을 했다.

조선어학회는 3가지의 큰 업적을 남겼다. 첫째,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1933년에 제정했다. 두 번째는 1936년에 표준말을 사정해 ‘사정한 조선어 표준말 모음’을 펴냈다. ‘표준말 사정’이란 표준말을 뽑아서 제정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투리가 너무 많아지면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 또 하나의 큰 업적은 나라 없는 시절, 1940년에 외래어 표기법도 통일안을 냈다.

더 중요한 것은 1942년에는 16만 어휘를 뜻풀이하는 ‘조선말 큰사전’을 완성했다. 세종대왕께서 우리 민족의 문자 한글을 만들었고, 그 이후에 우리 민족이 우리말을 쓰면서 어휘가 어마어마하게 많아졌다. 그런데 우리말 사전은 없었다. 조선어학회에서는 우리말 사전을 편찬하는 일을 해냈다. 이 사전이 발간되려 하자 일제는 굉장히 당혹했다.

조선어학회의 3가지 업적과 ‘조선말 큰사전’의 편찬을 막아야겠다. 그래서 일제가 42년 10월 1일 ‘조선어학회 사건’을 일으켰다. 조선어학회 사건을 일으키게 된 배경은 조선어학회가 단순한 국어운동 단체가 아니고 언어독립투쟁을 전개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제가 이를 간파해서 탄압한 것이다.

그래서 두 분이 옥사를 했고 간사장이었던 이극로 선생은 징역 6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래서 함흥형무소에서 45년 8월 17일 들것에 실려서 풀려났다.

“최현배 선생 시절에는 한글학회 회칙이 너무도 민주적이었다”​

   
▲ 박용규 연구위원은 현행 한글학회 회칙을 ‘비민주의 극치’라고 비판하고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 숭고한 역사를 가졌는데, 정작 지금에 와서 한글학회가 내홍을 겪고 있다니 안타깝다.

■ 최현배 선생이 바로 우리 학회를 1940~60년대 계속 지켜왔다. 최현배 선생 시절에는 한글학회 회칙이 너무도 민주적이었다. 첫째, 정회원이 임원 선출권을 가졌다. 지금은 없다. 두 번째로 정회원이 정기총회에서 회칙개정을 발의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없어졌다. 세 번째는 한글학회 정회원이 되는 자격을 대단히 확대시켰다. 무슨 말이냐면 우리말을 연구하는 학자들뿐만 아니라 보급하고 실천하는 사람도 한글학회 정회원이 됐다.

그런데 2006년에 이 한글학회 회칙이 개악이 됐다. 국어학 논문을 발표한 사람만 정회원이 되게 축소를 시켰다. 그리고 2011년에는 가장 비민주적인 조항이 들어갔다. 한글학회 회칙개정 발의는 이사회만 할 수 있다고 정했다. 이사와 평의원, 정회원이 똑같이 회비를 내는데 왜 이사회만 회칙개정 발의권을 가질 수 있느냐. 이건 대단히 비민주적이다.

그래서 이번 회칙 개정안에 20명 이상의 정회원이면 언제든지 회칙개정을 발의할 수 있도록 했고, 또 임원 선출권도 정회원이 갖도록 했다. 예를 들면 현재 있는 평의원들을 이름을 운영위원으로 바꾸었는데, 정회원이 운영위원을 선출할 수 있고, 회장 부회장도 정기총회에서 정회원이 선출하도록 했다. 그리고 정회원 자격도 원래대로 최현배 시대 회칙으로 돌렸다.

그런데 이번에 이사회에서 낸 부대의견에는 한 마디로 말하면 우리 회칙개정안 반대 부대의견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래서는 안 된다. 이렇게 찬반의견이 갈릴 때는 학회이기 때문에 토론회를 열어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유일하게도 분단이 안 된 게 있다”

   
▲ 2004년부터 남북이 합의해 시작된 <겨레말 큰사전> 공동편찬 사업이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는 사실상 중단됐다. [자료사진 - 겨레말큰사전남북공동편찬회]

□ 남북 간 ‘겨레말 큰사전’ 편찬사업을 추진해오다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안다. 우리말과 글을 중심으로 한 남북교류나 협력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소개해 달라.

■ 우리 민족이 동질성을 회복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작업이 이미 노무현 정권에서 진행됐다. 그것이 바로 '겨레말 큰사전 편찬사업'이다. 그런데 이 민족적인 사업이 결국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 의해서 대단히 위축됐다.

그래서 나는 항상 이렇게 이야기한다. 올해가 민족이 분단된 지 72년이 된다. 우리는 광복 72주년이라고 하는데 더 정확하게 얘기하면 분단 72년이다. 분단이 72년인데 분단이 안 된 게 있다.

45년은 국토가 분단되고, 48년에는 두 개의 정부가 수립돼 국가가 분단됐다. 6.25전쟁을 거치면서 53년 이후에는 민족이 분단됐다. 그런데 유일하게도 분단이 안 된 게 있다. 그것은 우리 남북의 겨레들이 똑같은 말과 글을 쓰고 있어서 말글은 분단이 안 됐다. 그래서 말글 연구를 더 힘차게 하고 남북이 서로 교류협력하고 화해하는 것이 우리 민족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지름길이다. 나는 평소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영어가 범람해서는 자주국이라고 볼 수 없다”

   
▲ 중국 연변자치주 연길 시내 간판들. 한글을 위에, 중국어 간자체를 아래에 적는 방식이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 우리사회가 서구화되면서 한글 사용이 많이 왜곡되거나 위축돼 있는 것 같다. 지금 우리 사회의 풍조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 그렇다. 과거에는 한자, 한자말이 우리말을 대단히 괴롭혔다. 그런데 20세기말, 21세기에 들어와서 한자는 많이 사라졌다. 그런데 정말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바로 우리말보다는 영어가 범람하고 있다. 길거리 간판, 방송 용어를 보라. 전부 영어다.

이렇게 되면 결국 영어와 영문에 의해서 우리말과 한글은 죽어버릴 수밖에 없다. 하나만 들어보겠다. 지금 아나운서들이 ‘씽크홀(sinkhole)’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내가 그래서 어느 글에 이것은 ‘땅꺼짐 현상’이라고 이야기하면 된다고 했다.

영어가 범람해서는 자주국이라고 볼 수 없다. 사실 이런 일들을 우리 민족학회인 한글학회라든지 우리 말과 글을 지키는 국어운동 단체에서 활발하게 대처해야 한다.

내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연변에 있는 어느 교수에게 연변의 길거리 간판을 문의하자 이메일로 사진을 보내왔다. 연변의 간판은 제일 윗부분이 한글로 씌여 있다. 그리고 그 밑에는 중국어로 씌여 있다. 한자 간자체다. 조선족자치주이기 때문에 자치주에서 어문규정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아, 연변이 오히려 더 잘하고 있구나’ 놀랐다.

우리도 길거리 간판은 사기업체까지도 반드시 한글로 쓰도록 해야 한다. 사기업체도 전부 우리 한반도 내에서 기업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영문으로 그냥 ‘POSCO’만 쓰면 안 되고 ‘포항제철’ 이렇게 쓰고 그 다음에 영문으로 ‘POSCO’라고 쓰면 된다. 이건 최소한의 요구다.

우리는 화장실에 들어갈 때 아무런 표기가 없다. 예를 들면 그냥 기호로만 남자표시, 여자표시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는 ‘MAN’ ‘WOMAN’으로 돼 있다. 이래서는 안 되고 그냥 ‘남자’ ‘여자’, 서비스 차원에서 ‘MAN’ ‘WOMAN’ 이렇게 밑으로 표기해줘야 된다고 본다. 그래서 말글, 언어도 사실 어떻게 보면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이고 인권이라고 볼 수 있다.

​(수정,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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